Tøronto “Nocturnal High”

스웨덴 밴드가 이름은 왜 토론토인지 이해할 수 없는 스웨덴 스피드메탈 밴드의 데뷔 EP. metal-archives에 의하면 밴드명이 ‘Toronto’가 아니라 ‘Tøronto’로 되어 있는데, 저 o자 가운데 가느다란 선 하나가 일부러 그어 놓은 거였다니 새삼 놀랍기도 하다. 저렇게 쓰여 있으니 ‘퇴론토’ 정도로 읽어야 되나 싶기도 하지만 잘 모르겠으니 넘어간다.

밴드의 특징은 아무래도 스래쉬가 아닌 ‘스피드’메탈 답게 비슷한 시기의 다른 밴드들보다 좀 더 펑크적인 면모가 강하다는 점인데, 그걸 생각하면 이 밴드가 꽤 괜찮은 프로그레시브 데스를 연주하던 Morbus Chron의 멤버들이 주축이 되었다는 점은 꽤 흥미롭게 다가온다. 때로는 Razor까지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다듬어진 테크닉이기는 하지만 음악은 기본적으로 거칠고 직선적이다. 간간이 스래쉬하다는 점에서는 보통 스피드메탈이라고 말하곤 하는 밴드들보다는 The Exploited(물론 확실히 Slayer스러워지기 이전으로)나 G.B.H.를 연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그보다는 좀 더 ‘꼬질꼬질한’ 스타일이라는 점에서는 Abigail이나 Midnight에서 블랙메탈 물을 좀 뺀 사운드를 연상할 이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을 연상했건 맘에 들어할 만한 앨범이긴 하겠다. ‘Megalomania’를 요새 생각보다 자주 듣는다.

“Under Siege”가 이 EP보다 더 좋다던데 구해봐야겠다.

[Dying Victims, 2018]

Conviction “Conviction”

Temple of Baal의 핵심인 Amducias가 주축이 된 프랑스 둠메탈 밴드의 데뷔작. 사실 커리어를 보면 Antaeus와 Temple of Baal을 위시한 블랙메탈 외길인생처럼 보이는 인물이기도 하고, Oaken Shield를 나오면서 어째 데스메탈 물을 더하고 스피드는 다운한 Marduk처럼 되어 버린 Temple of Baal에 아쉬움을 얘기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요즘인지라 이 밴드에 대한 기대는 사실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다, 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데 음악은 90년대 초중반의, 지금보다는 확실히 극적인 맛 대신 둔중하고 묵직했던 ‘클래식’ 둠메탈에 가깝다. 아무래도 그 시절 Cathedral과 (“Lost Paradise”의)Paradise Lost를 떠올리게 하는데, 절대 빠르지는 않지만 적당한 템포로 드라이브감을 만들어내는 드럼의 묘미가 귀에 들어온다. 좀 더 시절을 거슬러 St. Vitus(또는 좀 더 느려진 Count Raven?)를 연상할 수 있을 ‘Castles Made of Shame’ 같은 곡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그러고 보면 퓨너럴 둠의 질감으로 연주한 템포 다운된 둠-데스 정도라고 해도 꽤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꽤 많은 밴드들의 이름이 나왔다. 그러니까 둠메탈 앨범들 중에 좋아하는 앨범이 있었다면, 웬만하면 이 앨범에서 그 앨범처럼 맘에 드는 구석을 서너 곳은 너끈히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뜻이다. 장르의 팬이라면 분명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Argonauta, 2021]

Wrath Division “Barbed Wire Veins”

금년에 데뷔작을 발표한 이 폴란드 블랙메탈 밴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면 멤버들 셋의 예명이 읽어주기가 아주 지랄맞다는 점이다. 드럼과 보컬을 맡은 44°6’23″N 19°17’49″E의 이름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스레브레니차 학살이 일어난 좌표이고, 기타와 베이스를 맡은 34°24’N 132°27’E의 이름은 히로시마 원자탄이 떨어진 좌표이고, 보컬인 7°41’22″N 59°57’0″W의 이름은 존스타운 학살이 일어난 좌표라고 한다. 의미야 어쨌건 멤버들의 이름은 그리 맘에 들지 않는다.

Godz ov War에서 앨범 나오는 밴드들이 보통은 Darkthrone과 Sacorfago를 적당히 섞어 놓은 듯한 스타일을 연주하는 편인데, 이들의 경우는 Sacorfago보다는 Blasphemy의 인상이 더욱 강하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트레몰로를 긁어대다 중간중간 솔로잉과 리프의 변주를 통해 ‘카오틱’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는데, ‘Mediumic Reconnaissance Before the Final Strike’처럼 둠적인 면모를 갖춘 곡들도 있기 때문에 통상의 war-metal 밴드들보다는 좀 더 다양한 스타일에 능한 밴드라 할 수 있을지도? 물론 이런 장르를 들으면서 둠적인 분위기 같은 걸 찾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말이다. 결국 이런 앨범을 듣자면 ‘Barbed Wire Veins II’ 처럼 격렬하게 달리는 가운데 이런저런 변화와 광기어린 솔로잉을 이용한 ‘카오틱’을 구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좋은 앨범이지만, 좀 더 과격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Godz ov War, 2021]

Damien Steele “Damien Steele”

1982년에 결성되었던 이 펜실베이니아 밴드는 인생이 쉽지가 않았는지 첫 데모를 1990년에 내고 오랜 휴지기를 가졌다가 15년이 지난 2005년에야 그 데모에 몇 곡이 붙어서 첫 앨범을 냈다. 말하자면 말이 첫 앨범이지 1990년의 데모 하나로 거의 울궈먹고 있는 밴드인 셈인데, 1982년에 나왔어야 어울려 보였을 법한 USPM을 담아낸 이름없는 밴드의 데모가 1990년에 주목받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고, “Images and Words” 이후에는 프로그메탈이라는 레떼르로 이런 스타일을 연주하는 사례는 더욱 보기 드물어졌다.

그렇지만 저 ‘1982년에 나왔어야 어울려 보였을 법한 USPM’은 만일 1982년에 나왔다면 잘 하면 감히 Queensrÿche와 어깨를 맞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음악을 담고 있다. (물론 잠깐 맞댔다가 “The Warning”이 나올 즈음부터 밀리기는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USPM의 컨벤션에 딱 들어맞는 음악은 사실 아니고 멜로딕메탈의 면모도 많이 엿보이는데(Heaven’s Gate라든지), ‘Life after Life’나 ‘Dawn’에서는 Iron Maiden의 모습도 떠올릴 법하다. Geoff Tate와 Warrel Dane을 적당히 섞은 듯한 보컬도 – 테크닉은 돋보이진 않지만 –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검색하면 WWE 레슬러는 물론이고 어느 호주 공인중개사에도 밀리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묻히기엔 많이 아까울 앨범이다. 5년만 먼저 나왔다면 지금과는 좀 다르지 않았을까. Heaven and Hell Records에서 2019년 재발매.

[PMM, 2005]

Nude “Plastic Planet”

일렉트로닉 잔뜩 섞은 고쓰 락을 연주하는 이탈리아 밴드의 2집. 사실 데뷔작인 “Cities and Faces”도 돋보일 것까지는 없지만 적당히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의 앨범이었는데, 2001년은 이제 와서 생각하면 이런 스타일이 주목을 받기에 마냥 늦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미 너무 많은 경쟁자가 생겨버린 시점이었다. 덕분에 밴드의 음악보다는 이 밴드의 주요 멤버들이 그래도 꽤 들을만한 파워메탈 밴드였던 Heimdall의 멤버들이라는 사실이 더 주목받곤 했다. 하긴 음악이야 Nude가 훨씬 팝적이었지만 판매고로 말한다면 Heimdall에 비할 바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속 한 구석의 고쓰를 끝내 포기할 수 없었는지 Nude는 12년의 와신상담 끝에 다시 이 2집을 내놓았는데, 스타일이야 다를 게 없지만 데뷔작이나 비슷한 류의 다른 밴드들보다 좀 더 장르의 고전들을 의식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좀 더 현대적인 모습의 Sisters of Mercy(바꿔 말하면 The 69 Eyes) 스타일에 심플한 리프와 쟁글쟁글 기타를 잘 버무리는 와중에 꽤 후끈한 맛이 있는 솔로잉도 넣어 주는(Heimdall 출신인지라) ‘Down in the Garden’이나 Joy Division을 좀 더 냉소적으로 뒤튼 듯한 My World Today’가 그렇고, 그러다가 좀 더 헤비한 부분에서는 “Host”에서의 Paradise Lost도 엿보인다.

말하자면 무척이나 영국적인 앨범인 셈인데, 그냥 밴드가 즐겨 들었던 장르의 고전들(과 문제작들)의 스타일들을 나름의 듣기 좋은 멜로디로 다시 풀어낸 앨범이라고 해도 되잖을까 싶다. 하긴 고쓰의 고전들이라니 영국 생각이 안 난다면 그게 훨씬 이상하긴 하겠다. 꽤 즐겨 들었다.

[My Kingdom Music,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