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ter Funeral “Some Thousand Lies”

멋없는 커버와 그보다 좀 더 멋없는 밴드명 폰트가 인상적인 파리 출신 블랙메탈 밴드의 2집. 사실 Dark Sanctuary의 Hylgaryss가 여성보컬 영입해서 하는 밴드이기도 하고, 데뷔작인 “Bénis les ténèbres, ô mon âme”는 커버가 멀쩡했으므로 2집 디자인이 왜 이 모양인지는 알 길이 없다. 레이블도 Legion of Doom이나 Acherontas 같은 밴드들 앨범이 나오는 곳인데 이런 디자인을 넘어가 준 걸 보면 아마 밴드의 선택이었을 텐데, 골라 놓고 쪽팔렸는지 부클렛 안에는 “We are nothing, nobody, we do not exist! Do not try to contact us!”라고 적혀 있다. 디프레시브 좋아하는 분들에게 어필할 만한 문구겠지만 보는 이에 따라서는 영구 없다처럼 읽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음악은 꽤나 훌륭하다. 디프레시브 기운이 감도는 부클렛이지만 다행히 어두운 분위기를 가져가면서도 너무 ‘징징대지’ 않는, 그러면서도 적당한 공격성도 보여주는 류의 블랙메탈이다. 말하자면 ‘atmospheric black’ 류에 디프레시브 느낌을 좀 더한 스타일에 가까운데, 사실 디프레시브 블랙메탈도 Shining이 Selbstmord Services에서 앨범을 내던 시절만 해도 그렇게 ‘징징대는’ 스타일은 아니었던만큼, 그만큼 어두운 분위기에 역점을 둔 블랙메탈이라고만 해 두어도 괜찮지 않을까? ‘Messe for the Mass Grave’ 하나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있다.

[Zyklon-B Prod., 2010]

Wind of the Black Mountains “Sing Thou Unholy Servants”

멤버 중에 Tchort가 있었던 덕에 또 다른 거물 밴드! 식으로 소개됐었지만 알고 보니 그 Tchort는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Emperor의 그 분과는 예명 말고는 똑같은 게 없었던 덕에 이러다 영생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욕을 먹었던(뭐 그래봐야 욕한 사람 수를 세어보면 몇 안 되기는 하겠다만) 미국 밴드. 물론 이 밴드도 멤버들의 훗날 행보들을 생각하면 사실 억울하게 욕을 먹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Sing Thou Unholy Servants”가 나왔던 건 1998년이었다. 덕분에 이 앨범은 중고매장에서 찾아보기는 그리 쉬운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심심찮게 인터넷에서 돼지껍데기 1인분 가격 남짓한 수준으로 저렴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

그래도 앨범은 꽤 흥미롭다. 사실 ‘The Rite of Darkness’의 커버가 있기도 하고 Bathory를 의식했음이 역력한 많은 부분들이 있지만(특히나 ‘Adversary’와 ‘An Autumn Evening’) Jefferson Airplane의 ‘White Rabbit’을 블랙메탈로 변주한 ‘Black Goat’에서의 예의 그 투박한 ‘사타닉’ 블랙메탈에 기묘하게 사이키델릭을 섞어내는 모습을 보자니 이 밴드가 그 시절 블랙메탈 밴드들 가운데 똘끼로는 손꼽혔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도 보란듯이 후배위 사진을 실어 놓은 어이없는 부클렛 디자인을 마주하면 음악 실력을 떠나서 그냥 시각적 측면의 센스는 좀 부족한 밴드였나 짐작도 된다. 훗날 USBM의 거물들이 될 멤버들의 만남이었다기에는 아쉽기도 하지만 꽤 재미있는 앨범이었다.

[Moribund Cult, 1998]

Lux Occulta “Kołysanki”

Lux Occulta를 신뢰할 수 있는 심포닉블랙 밴드로 기억했던 사람이라면 “The Mother and the Enemy”는 꽤나 황당했을 앨범이었고, 하필 앨범의 마지막 곡이었던 ‘Breathe Out’과 함께 밴드는 2002년부터의 오랜 휴지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고 밴드를 기억할 만한 사람들의 상당수가 신보를 찾아 듣기에는 이젠 많이 일상이 빠듯해져버린 10년 뒤 밴드가 신작을 쓰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 결과물이 “Kołysanki”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 앨범이 예전 스타일로 돌아갔던 건 아니다. 오히려 밴드는 이제는 메탈이라고 보기 어려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데, 댄서블 비트나 일렉트로닉스의 등장은(“The Mother and the Enemy”에서도 그런 기미가 보이긴 했지만) 때로는 이 앨범을 EBM처럼 들리게까지 한다. ‘Samuel Wraca Do Domu’ 같은 곡에서는 색소폰, 오르간은 물론이고, 20세기 초반의 재즈 소품이 등장하기도 하고, ‘Karawanem Fiat’ 등 앨범 곳곳에서 플라멩고 기타 연주 등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예전 스타일은커녕 밴드의 과거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음악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앨범의 의도는 도통 모르겠다. 밴드는 앨범 발매 직후의 인터뷰에서 영원한 잠을 자는 방식으로 꿈을 꾼다면 그건 죽음에 가까울 것이고, 아이들에게 그런 어두운 면을 바라볼 수 있도록 불러주는 자장가라는 식으로 앨범을 표현한 적이 있는데(대충 봐서 정확하지는 않을지도), 그런 노래를 자장가라고 할 수 있긴 한가 궁금해지지만 저 잔혹동화 느낌의 커버를 보니 내가 인터뷰를 잘못 읽진 않았게거니 싶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아이들보다는 신경증에 시달리는 어른들을 위한 자장가에 더 어울릴 것이다.

[Trzecie Ucho, 2014]

Atticus Fault “Atticus Fault”

2002년 이 한 장을 내고 사라…지진 않았지만 더 이상 앨범을 내지는 못한 내쉬빌 얼터너티브 록 밴드의 유일작. 음악은 사실 어쨌든 얼터너티브이긴 한데, 특이한 점은 이 밴드를 뒤늦게나마 얘기하곤 하는 이들은 얼터너티브보다는 AOR이나 프로그레시브 록을 즐겨 듣는 이들인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Pink Floyd나 Yes를 언급하는 이들도 있고, 전자는 ‘Soundtrack’이나 ‘My First Trip to Mars’ 같은 곡들을 보면 분명히 납득도 되나 Yes 얘기는 사실 아직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얼터너티브 록이라곤 했지만 사실 그만큼 다양한 장르들의 파편을 발견할 수 있는 앨범이기 때문에 나오는 얘기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간다.

그렇지만 그 다양한 파편들을 매끈하게 하나로 엮어내고 있는 것은 밴드의 팝 센스다. 기타의 명확한 멜로디라인(과 심플하지만 인상적인 솔로잉)이 AOR 팬들에게도 어필한 모양이지만 사실 그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약간은 Bono스러운 보컬 덕분에 U2, 와 Coldplay이다. 비교적 드라이브감 강한 ‘Silver Stars’나 같은 곡에서는 Coldplay보다도 이 미국 밴드가 더 ‘브릿’하다고 느껴질 정도인데, 앞서 언급한 그 ‘Pink Floyd스러운’ 분위기와 키보드 연주가 거기에 회화성을 더한다. Coldplay를 듣고 되게 좋다고 생각했던 적이 암만 생각해도 딱히 없는데 이 앨범은 솔직히 아주 좋게 들었다. 감명받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MCA, 2002]

Taurus “Signo de Taurus”

Taurus의 특이한 점이라면 1986년에 데뷔한 브라질 스래쉬메탈 밴드임에도 Cogumelo에서 앨범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뭐, 레이블 고르는 거야 밴드 마음이겠지만… Cogumelo 출신이 아닌 브라질 스래쉬 밴드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특이하게 느껴진다. 이 시절 브라질 스래쉬의 굵직한 이름들 중 Cogumelo와 상관없는 사례를 본 적이 없었다. 당장 떠오르는 이름만 해도 Sepultura, Sarcofago, Holocasuto, Chakal, Mutilator…. 말하자면 같은 시작점이긴 했으나 Taurus는 처음부터 뭔가 선택이 잘못된 경우였던 셈이다. 물론 거기까지 밴드가 예상하길 기대하긴 어려웠겠지만 인생은 그렇게 얄궂다.

Cogumelo 출신이 아니어서인지 대개 어느 정도는 데스래쉬나 블랙스래쉬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그 시기 Cogumelo의 밴드들에 비해서 Taurus는 이 앨범에서 좀 더 베이에이리어 스래쉬에 다가간 – 달리 얘기하면 좀 더 멜로딕한 – 음악을 연주하고 있지만, 하이 피치 보컬을 듣자면 Destruction이 생각나기도 하고, 포르투갈어로 노래하는지라 동향의 다른 밴드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느낌도 있다. 말하자면 스피디함이라면 Cogumelo의 그 밴드들보다는 좀 덜했지만 좀 더 정돈되고 개성적인 음악을 연주했다고 할 수 있겠다. ‘Falso Comandos’ 같은 곡의 구성은 확실히 그 시절 Sepultura 같은 밴드에게 찾아볼 만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알려지기 충분했지만 이제 와서 보기에 알려지기에는 운이 좀 부족해 보이는 브라질 스래쉬 밴드의 데뷔작이다. 완성도만 따진다면 그 시절 Cogumelo의 앨범들 중에서 이 만한 앨범은 없다고 생각한다. 포르투갈어로 부른 앨범이다 보니 브라질에서도 이제는 ‘이것이야말로 진짜 브라질 스래쉬!’라는 식으로 띄워주고 있는만큼 관심있는 분들은 한 장 장만해 보심도.

[Point Rock,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