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Vampire Cult”

DRUIDlp1-frontBlack Dragon이야 꽤 유명한 레이블인데라고 하면 좀 많이 거짓말 같긴 하고… David T. Chastain의 발매작들을 유럽에 풀던 레이블이라고 하면 그래도 유명해 보이려나. 원래 Candlemass의 데뷔작도 오리지널은 바로 여기서 나온 LP이기도 하고… 뭐 이렇게 좀 덧붙여도 그리 유명해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더라도 이 안 유명해 보이는 레이블의 발매작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내가 한때는 그래도 이름깨나 날렸지 할 만한 많은 이름들을 발견할 수 있다. Druid는 그런 면에서 돋보이는 편인데, 이 레이블 로스터를 거쳐간 많은 이름들 가운데 생소함으로 따진다면 단연코 첫손가락일 것이기 때문이다. 광고문구야 보스턴 둠메탈 클래식이라지만, 돈 벌려면 뭔짓을 못할까 싶은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는 세상이다.

Druid의 이 유일작은… St. Vitus 물을 많이 먹은 1989년 앨범을 클래식이라고 하는 건 좀 그렇겠고, 이런 스타일의 ‘둠 메탈’앨범 치고는 그래도 정통적인 색채가 좀 더 강한 편이므로 듣기 그리 어렵진 않다. 좀 힘없는 Rob Halford 스타일의 보컬도 정작 자기들 음악에는 안 어울리는 듯하나, 목소리만 따지면 아무래도 대부분의 청자들에게는 Scott Reagers보다도 더 익숙할 법한 스타일이니 초심자용으로는 더 나은 구석이 있을지도. 그래도 제일 귀에 들어오는 곡이 좀 더 스래쉬한 소품 ‘The Joker’인 걸 보면 이들이 연주하는 둠메탈이 그리 재미있는 기억은 아마도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뱀파이어를 다룬 정통 메탈이라면 Helstar의 “Nosferatu”가 있으니 결국은 참 애매한 입지의 앨범인 셈이다. 결국 이 레이블이 왜 이 앨범을 발매했을지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역시 세상에는 난제가 많다.

[Black Dragon, 1989]

Onslaught “Power from Hell”

Power_From_Hell그리 공감하는 이들이 많은 얘기는 아니지만 난 “Power from Hell”이 소위 블랙메탈 1세대를 얘기할 때 반드시 나와야 할 앨범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때는 이미 “To Mega Therion”이 나올 1985년이었으니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앨범명은 물론 유치하지만 어쨌든 앨범 전체가 사탄 컨셉트로 점철되어 있고, 데스메탈 앨범은 아니지만 ‘Death Metal’이라는 수록곡도 있고, Paul Mahoney의 보컬도 어찌 들으면 Tom G. Warrior와 비슷하고… 그러니까 좀 더 하드코어 냄새가 짙었던 영국식 Celtic Frost라고 해도 크게 틀릴 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잘 알려져 있듯이 그런 시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여전히 사탄 컨셉트를 유지했지만 좀 더 “Hell Awaits”를 의식한 “The Force”는 일단 보컬이 바뀌면서 퀄리티는 차치하고라도 그 Celtic Frost스러움은 사라졌고, “In Search of Sanity”부터의 Onslaught는 드디어 사탄을 등지고 좀 더 평범한 메탈헤드들에게 다가가기 쉬울 웰메이드 스래쉬가 되었다. 수준이야 꾸준히 높았지만 그래서 “Power from Hell”을 기억하는 이들과 이후의 앨범들을 기억하는 이들은 조금은 갈리는 듯하다. 그런 면에서는 한번쯤은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하긴 재조명 운운하기에는 Onslaught는 좀 많이 유명하니 그것도 좀 그렇긴 하다. 유명해도 문제구나.

[Children of the Revolution, 1985]

Tsatthoggua “Siegeswille”

Tsatthoggua-SiegeswilleTsatthoggua는 지금까지 이 한 장의 데모와 두 장의 정규반을 냈는데 아마도 창작자의 괴악한 센스 탓이겠지만 이 세 장의 앨범이 전부 괴악한 아트워크를 자랑하고 있어 기억에 남는 밴드이다. 그 중에서도 이 데모의 아트워크는 발군이라 할 만한데, 인쇄 화질이 떨어지는 탓에 이미지가 꽤 흐릿한 게 어쩌면 또 다행일지도. 원래 밴드 이름이 Dissection이었다가 Tsatthoggua로 바꿨다는 점을 보더라도 이 밴드의 초창기는 아마도 꽤 험난했을 텐데, 그래도 이 데모의 성공적인 반응 덕에 Osmose와 계약할 수 있었을 것이니, 밴드로서는 어쩌면 가장 소중한 한 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뭐 많이들 하는 얘기지만 가장 먼저 연상되는 밴드는 Impaled Nazarene인데, ‘Niemals geboren’ 등에서 보여주는 무지막지한 스피드 때문이겠지만 “Ugra-Karma” 같은 앨범에 비한다면 그래도 좀 더 멜로딕하고 스래쉬한 구석이 있다. 사실 “Hosanna Bizarre”에도 다 실리는 곡들이기는 한데, 아무래도 이 데모가 1집보다는 확실히 더 거칠고, 덕분에 더 듣기 불편하지만 혼란하기 그지없는 분위기를 살리는데는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Hosanna Bizarre”의 앰비언트식 소품이 없다는 것도 나로서는 마음에 든다. ‘Intrude into Immortality’가 아무래도 이 데모의 백미.

[Self-financed, 1995]

Dreamside, The “Lunar Nature”

lunarnatureThe Dreamside는 한 때 소량 수입되었다가 멋대가리 없는 커버에 힘입어 일찌감치 악성재고의 길을 걸었던 “Mirror Moon”이 그래도 내 주변에는 가장 잘 알려져 있을 네덜란드 밴드이다. 물론 내 주변이 그렇다는 얘기고 사실 밴드의 ‘그나마’ 출세작은 “Pale Blue Lights”이겠지만, 그 시절의 ‘ethereal’한 고쓰 사운드와는 지금은 좀 거리가 멀어졌으므로 굳이 그 얘기를 길게 할 건 없겠거니 싶다. 애초에 “Mirror Moon”부터가 그 때까지의 사운드보다는 확실히 좀 더 메탈릭해진 앨범이었던 것도 있고(하긴 그래서 Serenades에서 나올 수 있었을지도).

그렇게 밴드를 잊었다가 간만에 접했던 이 앨범은 레이블이 Lion Music으로 되어 있어 일단 의외였고, 역시나 밴드의 ‘그나마’ 좋았던 시절과는 좀 더 거리가 멀어진 음악을 담고 있다. 바야흐로 Lacuna Coil을 벤치마킹하려는 모습인지 이제 일렉트로닉스도 꽤나 등장하는 편이다. 물론 차이가 있다면 원래 ‘ethereal’했던 스타일이 보컬에서 묻어나온다는 점인데, 예전에야 비교되는 밴드가 Dead Can Dance였다면 이젠 확실히 밝아진 분위기와 메탈릭한 리프 덕에 Nightwish(또는 Within Temptation)가 비교 대상이 되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왜 Lion Music에서 앨범이 나올 수 있었는지가 자연스레 이해되고 있다. ‘Sternenkind’나 ‘Everlasting’ 같은 곡은 확실히 이 레이블의 스타일에 잘 어울리는 편이다.

[Lion Music, 2009]

Indukti “S.U.S.A.R”

indukti2004Indukti는 예전 MP3.COM과 Audiogalaxy가 아직 살아 있던 시절 꽤 주목받던 이름으로 기억하는데, 뭐 사실 앨범 안 나온 괜찮은 폴란드 프로그레시브 메탈은 흔했다고 하면 과장일지언정 그래도 심심찮게 한둘씩은 나와주는 사례여서 그랬는지 밴드는 그런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리 의욕적인 활동을 보여주진 못했다. 듣다 보면 사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밴드는 Tool인데 2004년은 아직 Tool이 그래도 활동을 꾸준하게 보여주고 있던 시절이었으니 Tool을 즐겨 듣던 이들이 Indukti에까지 관심을 줄 여유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Tool 얘기를 하긴 했지만 템포를 조절하면서 어쿠스틱으로 넘어가는 부분 등에서는 Agalloch나 Riverside 생각도 나긴 하는데, 이 은근 다양한 분위기를 하나의 앨범으로 묶어 주는 것은 의외로 Ewa Jablonska의 바이올린이다(그런 면에서 80년대의 King Crimson과도 조금은 닮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변화무쌍한 베이스와 함께 바이올린이 곡을 떠받치는 ‘Uluru’ 같은 곡이 앨범에서의 바이올린의 역할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앨범에서 가장 재기 넘치는 연주를 보여주는 곡은 ‘No.11811’일 것이다. 바이올린이 메탈 음악에서 ‘나긋나긋한’ 모습 외에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답이라고 생각한다. 하긴 따지고 보면 그런 답도 벌써 예전에 Univers Zero가 “Heresie”에서 해 놓기는 했다만, 뭐 원래 틀린 문제가 꼭 답이 없는 문제라서 틀리는 건 아니지 않나.

[Offmusic,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