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tykon “Requiem(Live at Roadburn 2019)”

triptykon2020Triptykon의 라이브 앨범으로 나오는 앨범이기는 하나, 세 곡 짜리 라이브 앨범에 2곡이 Celtic Frost의 곡이니 이거 Triptykon의 앨범이라고 하기 좀 뭣한 거 아닌가 하면서도 정작 그 나머지 한 곡이 러닝타임이 32분이 넘어가는지라 그렇게 나왔나보다 싶다. 둘 다 결국은 Tom. G. Warrior 마음대로 돌아가는 밴드이기도 하고. 하지만 아무래도 Triptykon의 새 앨범 얘기보다는 Celtic Frost의 재결성 얘기가 더 듣고 싶은 게 나만은 아닐거다. 물론 밴드 본인들 생각은 전혀 다를 테니 이쯤에서 넘어간다.

당연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라이브인데, 원래 이런 류의 라이브앨범을 내는 심포닉 메탈 밴드들과는 엄연히 결이 다른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인만큼 그런 류의 ‘심포닉’을 기대해선 곤란하다. 굳이 비교한다면 Univers Zero의 초기풍에 더 비슷해 보이는데, ‘Grave Eternal’의 조금은 슬럿지스럽기까지 한 리프에 어우러져야 할 스트링이니 당연한 귀결일른지도. 그 심포닉함을 빼고 듣는다면 때로는 Disembowelment 같은 밴드도 연상케 하는 사운드인데, 그래도 Safa Heraghi의 보컬이 나오는 부분만큼은 우리가 익히 익숙해져 있는 둠/데스에 가까우니 조금만 적응되면 듣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따지고 보면 “Into the Pandemonum”도 그런 부류 아니었나.

[Century Media, 2020]

Boyd Rice and Friends “Music, Martinis and Misanthropy”

boydrice1990과연 Boyd Rice 본인은 이런 음악을 마티니를 마시면서 듣기는 할까 싶을 정도의 음악이지만 어쨌든 앨범은 장르의 또 하나의 클래식…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할지언정 그래도 심심찮게 회자될 만한 입지를 다졌다. 원래 World Serpent에서 소량만이 나왔던 앨범은 몇 년이 지나 Douglas P.의 강력추천 하에 NER에서 멋들어진 패키지로 재발매되었고, 꽤 많이 찍었는지 지금까지도 눈에 잘 띄는 편이다. 하긴 그러니까 내 손에까지 들어왔겠지만 말이다.

음악은 Boyd Rice 특유의 뒤틀린 위악으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괴팍한 유머(를 넘어선 똘끼)도 배어들어 있다. Carpenters와 Charles Manson을 뒤섞은 ‘Invocation’이나 Boyd Rice의 뒤틀린 정치관을 짐작케 하는 ‘Shadows of the Night’이 ‘정치적인’ 스타일의 인더스트리얼을 보여준다면 ‘Disneyland Can Wait’, ‘Down in the Willow Garden’은 Douglas P.의 기타에 Rice의 나레이션, Rose McDowall의 보컬이 어우러지는, 전형적인 ‘듣기 편한 네오포크’ 스타일이다. 그렇지만 디즈니랜드에서 핵폭탄과 AK49를 얘기하는 가사를 듣노라면 이게 그리 나긋나긋한 음악이 아님을 다시금 상기하게 된다. 원래 제정신인 이들이 별로 없는 필드가 네오포크라지만 이 구역의 미친놈을 한 명만 꼽는다면 아마도 가장 유력한 이의 하나일 것이다.

[World Serpent, 1990]

Doris Norton “Personal Computer”

dorisnorton1984Doris Norton 얘기가 나온 김에 한 장을 더한다면 어쨌든 하드록의 기운이 남아 있던 “Parapsycho” 이후 Doris는 본격적으로 전자음악 커리어를 시작했고, 그래도 그간 Jacula에서 익숙해져 온 신서사이저 스타일을 버리는 데에는 앨범 두 장 정도의 여유가 더 필요했다. 말하자면 Doris Norton이 오늘날 (자주는 아니고 간혹)듣곤 하는 이탈리아 신서사이저 뮤직 구루의 명칭에 걸맞는 음악을 들려주기 시작한 것은 이 “Personal Computer”였다…는 게 사견이다. 사실 “Norton Computer for Peace”나 이 앨범이나 스타일에서 별다른 차이는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둘 중에 어느 앨범을 시작점으로 볼지는 결국 개인취향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물론 이탈리아 신서사이저 뮤직 구루!의 얘기는 결국 시간이 지나서의 얘기이고 애플의 스폰서 하에 사과 마크까지 넣어가며 야심찬 활동을 했지만 사실 앨범의 반응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 Doris 입장에서는 커리어의 일대 전환이자 실험이었겠지만 이런 류의 스타일이라면 이미 Kraftwerk가 알파이자 오메가를 만들어 두었으니 굳이 “Personal Computer”를 샵에서 집어들 사람이 많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Kraftwerk보다 좀 더 비트 위주의, 별다른 서사 없이 정말 신서사이저 놀음에 가까운 – 특히나 ‘Binary Love’ – 음악이었던만큼 나름대로의 재미도 (많지는 않더라도)분명하다. ARP 2500/2600만큼 칩튠 만드는데 적합한 기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Durium, 1984]

Doris Norton “Raptus”

dorisnorton-raptus비교적 어릴 때였지만 Jacula의 앨범들(이라고해봐야 몇 장 안 되지만)을 나름 많은 이들이 찾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이 밴드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를 맡고 있는 여성이 중심에 있으면서 흑마술적인 음악을 한다더라 식의 얘기들이 나돌았다. 물론 뒤에 이 밴드를 주도한 양반은 Antonio Bartoccetti라는 남자분임을 알게 되었지만, 어쨌든 음악을 들었을 때 홍일점인 Fiamma Dello Spirito의 비중은 확실히 큰 편이었다. 다양한 스타일의 보컬은 물론 바이올린과 플루트를 통한 인상적인 사운드(아무래도 파이프오르간이 중심에서 자리잡고 있던 “Tardo Pede in Magiam Versus”보다는 “Anno Demoni”가 더 그렇다)를 구축함에 큰 역할을 했음은 분명하다. 괴상한 예명까지 사용하고 있으니 사이비 교주 소리까지 나왔을 것이다.

몇 년 더 지나서 Fiamma Dello Spirito의 본명이 Doris Norton이라는 멀쩡한 이름이었으며 Antonio의 배우자였음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본인도 Jacula를 떠나서까지 사이비교주 오해까지 듣는 이름을 쓰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Doris는 Jacula 이후 이름을 걸고 Jacula(와 Antonious Rex)와는 다른 스타일로 실험적인 음악을 연주했고, 본업이 키보디스트였던지라 키보드-신서사이저를 중심에 두면서 새로운 사운드(라기보단 좀 특이한 신스 팝)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앨범을 내놓았고, 덕분인지 무려 애플(Steve Jobs의 거기 맞음)의 스폰서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 그렇게 대중적인 스타일은 아니다. 때로는 Mike Oldfield가 싼티나는 튠으로 ELP를 따라하는 듯한 모습도 엿보이지만 당대로서는 이런 것도 미래를 예견한 음악이었을 것이다. 은근히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도 있는지라 흥미롭다. 참고로, 기타 연주와 곡 중후반의 뭔가 이해할 수 없는 남자 목소리는 물론 Antonio의 몫이다.

[Durium, 1981]

Atkins May Project “The Final Cut”

amp2020Al Atkins는 Rob Halford 이전에 잠시 Judas Priest의 마이크를 잡았지만 앨범 한 장 내지 못하고 떠나버린 죄로 유명세와는 거리가 먼 커리어를 이어 왔다. 그러니까 한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 아주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텐데, 그 잘못된 선택을 후회하다가 정신차리기까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인지 Atkins가 Judas Priest 이후 다시 활동을 재개한 건 1990년이 되어서였다. K.K. Downing은 아니지만 Paul May라는 번듯한 파트너도 데리고 왔으니 아마 의욕적인 시작이었을 것이다. 물론 의욕이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그렇게 시작된 제2의 커리어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Atkins와 Paul의 파트너십은 지금까지도 계속 끈끈히 이어지고 있다. 하긴 오래된 부부가 의리로 산다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Atkins와 Paul은 2020년에까지 이렇게 계속해서 NWOBHM을 연주하고 있다. 1990년과 달라진 점이라면 Atkins의 솔로가 아니라 둘의 프로젝트로 앨범을 내고 있다는 점인데, 음악은 그 시절 그대로니 뭐 딱히 구별지을 것까지는 없을지도. 아무래도 70년대 헤비 블루스에 어울릴 톤의 목소리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Iron Maiden풍의 ‘Buried Alive’나 70년대 후반 스피드메탈의 면모를 약간 보이는 ‘Dead Men’s Bones’ 같은 곡은 어쨌든 메탈 보컬리스트로서의 기량을 확실히 보여준다. 이제 와서는 너무 구수하다(어찌 들으면 좀 Wishbone Ash풍)고 안 좋아할 이들도 꽤 되겠지만, 70년대 헤비메탈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그 구수함이 문제되진 않을 테니 일청을 권해본다.

[Dog Ruff,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