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야 Nagash(Dimmu Borgir에 계셨던 그 분)의 그 프로젝트 밴드의 이름을 The Kovenant로 바꾸게 만든 밴드 정도로 알려져 있겠지만, 사실 더 오래 되고(무려 1986년부터 활동한) 유명한 쪽은 이 헬싱보리 출신 밴드라는 점에서 이들로서는 많이 억울할 것이다. 이들의 음악이 일부 메탈헤드들이 힐난했던 것처럼 단순한 댄스 플로어 뮤직도 아닌 만큼 더욱 그렇다(남 얘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반성을). 밴드는 사이버펑크 테마에 Kraftwerk와 Nitzer Ebb 등의 어깨를 딛고 만들어낸 단단한 EBM/신스 팝을 연주했고, 그런 음악을 셋이서 무려 라이브로 연주할 줄 알았다. 일단 공연장에서 3명 모두 신서사이저 연주하면서 노래하느라 춤 출 시간도 없는 양반들이다.
이 앨범은 이 퓨처팝-EBM 거물의 2016년작인데, 솔직히 “Skyshaper”부터는 EBM계의 Metallica를 지향하는지 욕도 많이 적립하고 있는지라 “Leaving Babylon”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전성기의 위엄에는 확실히 떨어지는 반응을 얻었다.아무래도 떨어지는 반응을 얻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I Close My Eyes’나, 예전과는 차이가 있지만 ‘Sound Mirrors’ 같은 EBM의 컨벤션을 열심히 따라가는 곡들에서는 청중을 고양시킬 줄 알았던 밴드의 모습을 재차 발견하게 된다. 종전보다 어두워진 이런 분위기가 그리 와닿진 않는지라 밴드의 미래에 의문이 없지 않지만, 늘상 그렇듯이 웰메이드 EBM 앨범으로서는 충분하다.
[Dependent, 2016]
Chaos Cascade는 개인적으로 생소한 이름인데, Gut과 Libido Airbag 등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DLS666의 원맨 프로젝트인 만큼 그라인드코어를 조금이라도 들어봤다면 흥미를 갖기는 충분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DLS666이 보컬 말고 악기를 맡은 걸 본 적이 없었으므로 이런 양반이 원맨밴드가 되나? 하는 생각이 앞서고, 다음으로는 Gut에서는 As Spermsoaked Consumer of Pussy Barbecue라는 웃기는 이름을 쓰던 양반이었던만큼 DLS666이라는 이름은 좀 미심쩍다는 생각이 이어진다. 이름만 봐서는 확실히 포르노 그라인드와는 달라 보인다.
Splendor Solis를 검색하면 16세기 초반 독일 연금술 책만 왕창 나오는데다 레이블도 밴드 소개는 안 하고 자기들 소개만 적어두고 있어서(소속 밴드들 소개를 “우리 회사에서 앨범 나온 밴드” 식으로 적어두고 있다. 뭐하러 쓰냐) 정보를 찾기 힘드니, 러시아 5인조 네오포크 밴드 정도로만 해 두자. 그렇지만 사실 인더스트리얼의 분위기는 거의 찾기 힘들고, 스트링을 덧붙인 중세풍 포크의 컨벤션을 나름대로 변주한 음악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굳이 네오포크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그냥 다크 포크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덕분에 밴드에는 바이올린/첼로/트럼펫 등 멤버가 포함되어 있는데, 웃기는 건 정작 밴드 구성에 기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베이스 치는 양반이 기타까지 같이 치나 하고 넘어간다.
Operation Cleansweep의 “Powerhungry”는 데스 인더스트리얼의 고전으로 알려진 앨범이지만 들어보기는 생각보다 여의치 않았다. 이유야 간단한 것이 이런 류의 음악을 100달러 주고 구해 들으려는 데는 결의가 필요한 편이다. 뭐 이들의 앨범 중에 저렴한 건 딱히 없었지만 그래도 비싸 봐야 5만원 선에서 해결 가능했던 다른 앨범들에 비해 손이 선뜻 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아직 재고를 구할 만한 시점에서는 인더스트리얼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취향의 문제도 있다. Tesco는 재발매에 그리 후한 레이블이 아니다.
예전에 Eternal Tears of Sorrow를 두고 데스메탈 밴드 이름이 어째서 저 모양인가 하던 지인들이 많았는데, 블랙메탈 밴드 이름이 True Love라니 이건 뭔가 좀 더 상태가 심각해 보인다. (썸네일의 밴드 로고도 상태가 좋지 않기는 매한가지다)그래도 뭔가 산뜻한 이미지를 가져가려 노력하는 모습의 밴드들이 포스트 블랙메탈 딱지를 붙이고 등장하는 시절인데, 뭔가 빈곤한 악마의 피로감 묻은 불그죽죽한 얼굴을 형상화한 듯한 커버부터 그런 기대를 확실하게 없애준다. 예상보다 괜찮은 음질로 클린 톤을 퉁겨대는 인트로가 좀 의외지만, 앨범은 그런 인상에 확실히 부합하는 90년대풍 블랙메탈이다. 인트로만 빼고는 갑자기 음질도 확 떨어지는지라 굳이 인트로를 왜 저렇게 녹음했을까 싶을 정도인데, 그 적당히 ‘구리구리한’ 음질도 음악에 잘 어울리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