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danus Imperium “Ode to the Nightsky”

odetothenightskyStarless Domain도 그렇긴 하지만 역시 그래도 별들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앨범 커버로 쓴 블랙메탈이라면 Mundanus Imperium의 이 데뷔 EP가 아니겠나…라고 생각하는데, 생각해 보면 블랙메탈로는 이 EP 하나만을 남긴 밴드인만큼 뭐 얘네를 그리 띄워주느냐고 얘기하더라도 별로 할 말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이후에 내놓은 앨범이 반응이 괜찮았던 것도 아닌 만큼 사실 연주만은 눈여겨볼 만했던 그저 그런 많은 메탈 밴드들 중 하나, 라고 하더라도 무리까지는 아니다. 뭐 그런 상황이다 보니 그놈이 그놈인 노르웨이 메탈 씬에서도 멤버들의 이름을 더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90년대 노르웨이라고 블랙메탈 밴드하면서 사는 게 쉬운 일은 분명 아니었을 거다.

그래도 “Ode to the Nightsky”는 괜찮은 심포닉 블랙메탈 앨범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그 시절 노르웨이 심포닉블랙의 (클리셰라면 클리셰인)미덕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특징이라면 확실히 동시대의 다른 심포닉 밴드들에 비해서는 네오클래시컬 터치를 강하게 보여준다는 점인데, “The Spectral Spheres Coronation”에서는 그게 묘하게 안 꽂히는 프로그레시브 메탈 연주로 이어졌지만 여기서는 심플한 멜로디라인을 두터운 텍스처로 풀어내는 신서사이저의 분위기에 재미를 더하는 면모가 된다. “In Times Before the Light” 시절 Covenant를 연상케 하는 ‘Ridende På Nattens Vinger’가 앨범의 백미.

[Velvet Music, 1997]

Starless Domain “URSA”

ursa2020Starless Domain은 디지털로만 음원을 발표하고 있는 넷상에 무수히 뿌려진 골방 블랙메탈 프로젝트들 가운데 정말 드물게 신곡을 꼬박꼬박 찾아듣고 있는 사례다. 유명한 밴드야 하나 없지만 어쨌든 이런저런 밴드들을 식상한 멤버들과 이름을 바꿔가며 열심히 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만든 프로젝트여서인지 사실 만듦새는 그저 그런 골방 프로젝트들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Darkspace 류의 앰비언트풍 블랙메탈이 한물 간 듯(잘 안 보인다는 의미에서) 보이는 요새인지라 좀 더 특이해 보이기도 하는데, 하긴 Nebulae Artifact의 발매작들 가운데 우주 얘기가 안 나오는 앨범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므로… 뭐 이들로서는 늘 하던 걸 한 장 더 내놓았을 뿐일지도.

심플하게 30분 조금 안 되는 블랙메탈 한 곡의 EP인데, 분위기 좋을 때는 한창 잘 나가던 시절의 Mundanus Imperium을 좀 더 단순하고 음질 좋게 만든 듯한 신서사이저를 들려주다가도 불현듯 끼어드는 싼티 그만인 효과음이 분위기를 조금 깨지만(이렇게 자주 쓸 필요가 있을까 싶다), 묵직한 리프가 등장하면서 자칫 가벼울 수 있는 분위기에 확실한 무게감을 준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atmospheric’ 블랙메탈이라고 하는 게 가장 정확하겠지만, Cyclic Law 풍의 앰비언트를 쉬운 멜로디를 더해 블랙메탈로 편곡한다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 레이블은 Stellar Descent 정도를 제외하면 앨범들을 피지컬로 잘 안 내는 편인데, 어차피 돈 못 벌 거 한번쯤 CD로 내 줬으면 좋겠다. 내 돈 아니라고 너무 쉽게 얘기하나?

[Nebulae Artifact, 2020]

Mansion “First Death of the Lutheran”

mansion2018Mansion은 그래도 핀란드 쪽 메탈 웹진들을 둘러보면 간혹 짤막하게 스쳐 가던 이름인데 계속 50장 한정 자주반 EP만을 내는 통에 실제 접해보는 건 처음이다. 물론 이 1집도 당연히 50장 한정 12인치로 발매했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 1집만큼은 I Hate를 통해 CD로도 같이 내준 덕분에 나 같은 사람도 쉽게 구해볼 수 있게 되었다. 2018년 앨범을 2020년에 들으면서 할 말인가 싶긴 하지만, 그래도 이름을 ‘맨션’으로 짓는 ‘둠메탈’ 밴드 앨범에 손이 가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사족을 붙여본다.

둠메탈이라고 보통 얘기되긴 하는지라 이렇게 얘기했는데, 사실 그렇게 말하기엔 묵직한 맛은 좀 덜하다. 기본적으로 Fields of the Nephilm에 Type O Negative 류의 ‘인더스트리얼’을 적당히 끼얹은 스타일에 가까운데, ‘The Eternal'(Joy Division의 커버) 같은 곡에서는 그래도 90년대 중반 둠-데스의 묵직한 맛을 보여주기도 하고, 사실 앨범 전체적으로 70년대 프로그/사이키의 느낌을 풍기는지라(이를테면, 놀랍게도 Van Der Graf Generator) 전형적인 메탈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조금은 김샐 법도 한 음악이다. 말하고 보니 Jex Thoth 류의 사이키한 음악에 좀 더 프로그레시브의 기운을 불어넣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다양한 스타일을 섞어낸 음악이 기대 이상으로 귀에 바로 박힌다. 과장 (좀 많이)섞으면 이건 하나의 사건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아주 감명깊었다.

[I Hate, 2018]

Ollie Wride “Thanks in Advance”

thanksinadvance2010년 이후의 신스웨이브는 주로 두 가지 유형을 찾아듣는 편인데, 하나가 뉴로맨서(아니면 공각기동대 정도?) 원작으로 80년대풍 bgm을 만드려는 듯 꾸며내는 스타일이라면, 나머지는 80년대의 그 ‘건강한’ 신서사이저 톤을 풍성하게 늘어놓는 신스 팝 스타일이다. 전자의 최고봉이 Pertubator라면 후자의 최고봉은 아무래도 FM-84다…라고 하면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좀 아니긴 한데, 그렇더라도 2016년에 나왔던 신스웨이브 앨범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즐겨 들었던 앨범은 분명히 FM-84의 “Atlas”였다. 신스웨이브 앨범에 이런 말을 붙이는 건 얄궂지만 그 앨범의 가장 큰 셀링 포인트는 아무래도 Ollie Wride의 보컬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얼른 AOR로 떠나버려야 할 보컬이라고 생각하지만 뭐 어차피 이쪽에 있으나 그쪽에 있으나 하는 음악은 큰 차이 없을테니 계속 신스웨이브 라벨을 붙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그 Ollie Wride의 첫 솔로 앨범도 스타일은 결국 FM-84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르다면 아무래도 보컬리스트의 솔로작이다보니 기타의 비중도 늘어나고… 결국은 본격적인 AOR 앨범이 됐다는 건데, 앞서 얘기했다시피 나로서는 이런 방향이 더욱 만족스럽다. ‘The Rising Tide’의 (전자음 티는 꽤 나는)봉고 연주나 트리벌한 리듬을 듣자면 ‘Africa’의 인트로가 떠오를 지경이고, ‘I’m a Believer’에서 Dire Straits의 모습이 스쳐가는 건 나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신스웨이브 팬보다는 AOR 팬에게 더 알맞을 앨범이겠지만, 사실 이 정도면 그냥 누가 들어도 편하게 들을 수 있잖을까 싶다. 일단 난 열심히 듣고 있다.

[NewRetroWave, 2019]

Billy Currie “Transportation”

transportation198880년대에 뉴웨이브로 살길 찾아보려던 프로그레시브 뮤지션들이 좋은 평가를 들은 적은 (내 기억에)별로 없었지만 Billy Currie의 이 앨범은 그런 흐름에서는 조금은 비껴갔던 거로 기억한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고 어쨌든 Billy Currie의 솔로 앨범이었으므로 아예 프로그레시브로 분류될 기미조차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긴 한데, 사실 음악을 듣자면 Steve Howe가 사운드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고로 그래도 그 시절 프로그레시브 록이 내놓았던 수많은 자구책들 중 하나로 봐주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 뮤지션 본인부터가 커버에 Steve Howe를 확실히 올려두고 있기도 하고.

Billy Currie 본인은 이 앨범을 통해 평소에 하지 못했던 실험을 마음껏 했다고 하긴 하는데 사실 그렇게 실험적인 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원래 Ultravox에서 보여주던 공간감 있는 신서사이저 연주를 좀 더 긴 호흡으로 들려준다. 그런 면에서는 Mike Oldfield 생각도 나는 편인데, 그보다는 확실히 좀 더 단순하고 팝적인 멜로디인지라 80년대의 그런 ‘자구책들’이 듣곤 하는 볼멘소리에서 비껴나갈 앨범은 아니다. 그래도 시타에 우쿨렐레, 기타 신서사이저, 만돌린, 프렛리스 베이스까지 고군분투하고 있는 Steve Howe의 연주만으로도 앨범은 충분히 기억할 가치가 있다. 결국은 좀 프로그한 터치가 있는 신스팝 앨범인데, 그 프로그 터치가 묵직했던 앨범 정도로 기억하면 좋겠거니 싶다. 요새 출퇴근 때 ‘Traveller’와 ‘Transportation’을 자주 듣는다.

[I.R.S,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