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tar “Emptiness”

ohtar2019Infernum이나 Behemoth, Graveland 등을 폴란드의 블랙메탈 1세대… 정도로 칭한다면 Ohtar는 1세대와 2세대 사이 그 어딘가에 있을 만한 밴드이다. 물론 세상에 나이와 연륜이 전부가 아니듯이 Ohtar를 앞서 나온 이름들과 동급으로 생각하는 이들은 아마도 별로 없을 것이다. 일단 밀레니엄 전에는 정규반 한 장 내놓지 못한 밴드인 것도 있고, Ohtar의 멤버들이 밴드명만 바꿔서 하는 밴드라고 해도 할 말 없을 Selbstmord가 일단 레벨이 다른 음악을 들려준 덕에 그럼 대체 Ohtar는 그동안 뭐 한 거냐? 라는 얘기가 언제부턴가 이 극동의 어딘가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올 정도의 상황이었던 것도 있다. 거물이라 칭하기엔 좀 멋적어할 만한 밴드였다는 뜻이다.

그런 밴드의 간만의 복귀작 치고는 앨범은 꽤 멜로딕하다. 사실 NSBM 밴드로서의 초기를 생각하면 약간은 디프레시브 느낌까지 나는 사운드는 조금은 의외인데, 원래 빠른 부분보다는 미드템포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밴드인만큼 이해 못 할 모습은 아닐지도. 그런데 정작 사운드는 예전 Grieghallen 스튜디오 스타일인지라(물론 거기서 녹음한 앨범은 아님) 블랙게이즈 등과는 거리가 멀다. 말이 디프레시브지 때로는 Capricornus의 덜 펑크적인 시절까지 연상케 하는 부분도 있는만큼 결국은 원래 Ohtar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만족하기에는 문제없을 것이다. 하긴 레이블명이 저 모양인데 음악이 바뀌었기를 기대하겠나. ‘Pustka’를 가장 좋게 들었다.

[Lower Silesian Stronghold, 2019]

Vauxdvihl “To Dimension Logic”

vauxdvihl1994Vauxdvihl은 그래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름…이라고 하면 좀 거짓말이고 90년대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찾아듣다 보면 한번쯤은 마주치게 되는 이름인데, 자주반으로 한 장 내고 망해버린 덕분에 정작 실제 들어본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2CD로 재발매가 된 이후나 이전이나 오리지널은 (지금까지도)10달러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데 재발매반은 좀 어이없는 가격표가 붙어 있으니, 많은 이들이 들어보지 못했던 이유가 그저 구하기 어려워서만은 아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하긴 1994년에 Fates Warning과 Queensrÿche의 좋았던 시절을 재현하려는 밴드라니 세일즈 포인트도 그리 신통치는 않았을 것이다.

이 장르가 그렇지만 공연 두 번 하고 깨져버린 밴드 치고는 구성이나, 연주나 모두 빈틈없는 편이다. 굳이 따지자면 “Perfect Symmetry” 시절의 Fates Warning을 Queensrÿche풍의 리프로 바꿔서 연주한다는 느낌인데, 자주반다운 (적당히 조악하고)아련한 음질이 신서사이저와 맞물려 기대 이상의 공간감을 주는지라 오히려 사운드의 빈틈을 없애준다. 특히나 ‘Comedy of Errors’나 ‘Philosophia Mosaica’ 같은 곡이 이런 측면을 잘 보여주는데, 화려하지는 않아도 적당히 복잡하고 정교하게 배치된 연주를 듣노라면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곡들을 만들어 두고 공연 두 번만에 밴드가 깨져버리냐 하는 생각도 든다. 적당히 차가운 느낌의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찾는다면 확실히 괜찮은 선택일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CD랙을 있어뵈도록 하기는 충분한 앨범이다.

[Advent, 1994]

Hawkwind “Electric Tepee”

electrictepee사실 스페이스록의 대명사처럼 부르는 이름이긴 하지만 Hawkwind의 가장 중요한 매력 중의 하나는 이 밴드가 프로그레시브 딱지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펑크적인 사운드를 낼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밴드의 가장 유명한 앨범들은 약 냄새 물씬 풍기는 음악들이다 보니 약 먹고 연주하기에는 좀 덜 적합해 보이는 곡들은 눈에서도 멀어지지 않았을까 짐작하는데, 그 약 냄새 나는 음악들도 들어봤다는 사람을 찾기 힘든 요새이다보니 검증은 요원하다. 잘 나가던 시절도 아닌 90년대의 발매작들을 두고 얘기하는 건 하물며 더하다.

그래도 “Electric Tepee” 정도는 아무리 엄혹한 Hawkwind의 90년대라도 좀 더 기회를 주기 쉬운 앨범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보컬도 나가고 키보드도 나가고 단촐하게 3인조로 재편된 이후다보니 그 시절의 어느 앨범보다도 확실히 펑크적이다. 하필 첫 곡이 ‘LSD’인지라 오해사기 쉬운데, 밴드의 앨범들 가운데에서는 그만큼 약 냄새도 덜하고, 90년대를 여는 앨범이다보니 양념처럼 끼얹어진 신서사이저도 들으매 덜 촌스럽다. ‘Right to Decide’가 아무래도 그 전형이라 하겠는데, 이후 “It is the Business of the Future being Dangerous”의 모습을 생각하면 밴드의 일렉트로닉이 ‘과하지 않았던’ 마지막 시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T.V Suicide’ 이후 이 밴드의 앰비언트풍 사운드는 젊은 시절보다는 좀 과해졌다고 생각한다. 라고 말하고 보니 사실은 내가 나이든 탓일지도 모르긴 하겠다. 갑자기 결론이 왜 이렇게 흐를까…

[Essential, 1992]

Wehrmacht “Shark Attack”

wehrmacht1987사실 크로스오버 스래쉬는 꽤 남발되고 있는 용어라고 생각한다. 물론 스래쉬와 타 장르의 크로스오버를 못할 것도 없겠지만, 스래쉬를 흔히 하드코어(내지는 D-Beat)에 한 발을 담그고 있던 장르로 이해한다면 그 하드코어와 스래쉬메탈의 조합을 크로스오버라고 표현하는 건 좀 무신경한 명명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면에서 이런저런 지면이나 웹진에서 얘기하는 ‘크로스오버 스래쉬’는, 사실상 전형적인 베이 에이리어 스타일이나 저먼 스래쉬, 블랙스래쉬 정도 스타일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음악들을 굳이 스피드메탈이라는 용어를 따로 쓰고 싶지 않은 이들이 사용하는 용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딱히 어디서 들어본 적이 없는 걸 보면 벌써 예전에 논파된 얘기인가 싶기도 하다. 아시는 분 있으시면 좀 알려주시고.

이런 잘못된 ‘크로스오버 스래쉬’ 분류의 피해자를 (굳이)꼽는다면 Wehrmacht가 꽤 높은 순위에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사가 좀 D.R.I. 풍이기도 하고 멤버도 Cryptic Slaughter와 겹치니 크로스오버 얘기를 듣기에는 더할나위 없는 조건이긴 한데, ‘S.O.P’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 D-Beat 생각이 많이 나는 리듬을 제외하면 그냥 무자비하게 달려주는 스래쉬에 가깝다. 굳이 비교한다면 “Kill’em All”에 하드코어풍을 좀 묻히고 스피드 업그레이드한다면 이렇게 나오려나. ‘Fretboard Gymnastics’ 같은 인스트루멘틀이 보여주는 잘 다듬어진 테크닉은 덤이다. (굳이)가장 빠른 스래쉬메탈 앨범을 꼽아본다면 아마도 가장 강력한 경쟁자의 하나일 것이다.

[Shark, 1987]

Android Lust “Devour, Rise, and Take Flight”

androidlust2006Android Lust는 Projekt에서 앨범을 냈던 이런저런 뮤지션들 가운데에서는 좀 유별난 입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뭐 그리 대단한 얘기는 아니고…. 이 레이블에서 붕 뜨는 분위기의 ‘잠 잘 오는’ 스타일이 아닌, 어느 정도 비트를 보여주는 밴드는 그리 흔한 편이 아니어서 하는 얘기다. Projekt 스타일과 그래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라면 Shikhee의 보컬이 (‘Project풍’ 여성 보컬로서)꽤 멋지다는 점인데, 이 분도 마냥 ‘청아한’ 스타일의 보컬은 아닌지라 어쨌든 레이블의 원래 이미지와는 좀 달라 보인다. 하긴 프로젝트명부터 Lust가 들어가니만큼 적당히 자극적인 모습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뭐 그래서 NCIS 사운드트랙에도 한 자리 얻어낼 수 있었을지도.

흔히 인더스트리얼 록 정도로 설명되는 뮤지션이기는 한데, 앨범은 80년대 초반의 ‘전형적인’ 인더스트리얼부터 Projekt풍의 ‘ethereal’한 사운드까지 모두 담아내고 있고, 그러니만큼 앨범의 전개도 아무래도 좀 더 변화가 심한 편이다. 그래도 ‘Dragonfly’처럼 그 사이의 어딘가에 애매하게 위치하는 트랙이 Android Lust의 개성에 가까워 보인다. 테크놀러지를 좀 더 괴팍하게 써먹을 줄 아는 Tori Amos 같은 느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앨범 후반부의 EBM 트랙들은 Suicide Commando의 팬을 자처하는 입장에서 그리 흥미롭지만은 않은데, 중반의 ‘Leah’ 같은 간주곡은 다른 EBM이나 인더스트리얼 밴드가 만들 수 없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2분 가량만으로도 앨범은 가치가 있다. 뭐 2분만 갖고 본다면 돈값한다고는 하기 어렵겠지만 나머지도 나쁘지 않다.

[Projekt,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