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 Onde “Songs of Battle”

hinonde2000VRTX 얘기를 한 김에 생각나는 이름이지만 VRTX를 능가하는 핀란드 블랙메탈의 단 한 명의 마당발이라면 Narqath를 들 수 있다. 하긴 이 양반 커리어의 절반은 VRTX와 같이 하는 밴드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유유상종 생각이 나는 것도 당연할진대, 그래도 차이가 있다면 Narqath에게는 Azaghal과 Wyrd라는 그래도 좀 더 확실해뵈는 성공사례가 있다는 것. 하지만 Azaghal을 ‘음악 나쁘진 않은데 듣노라면 꼭 좋지만은 않은 많은 사례들’의 대표격으로 생각하는 나로서는 대단한 차별점이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선입견이다. 찾노라면 근거가 꽤 많이 나온다는 게 문제이지.

그렇지만 Narqath가 참여한 수많은 밴드들의 앨범들 가운데 한 장만을 고른다면 아무래도 이 앨범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게 사견이다. 일단 Narqath가 참여한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바이킹 색채가 짙을 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여느 ‘바이킹’ 앨범들보다도 다른 유사 장르들의 색채가 엷다는 게 이색적이다. 말하자면 그야말로 ‘바이킹 무드’에 집중한 앨범인데, 하긴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하더라도 포크 바이브 강한 모습을 보여줬던 Narqath였던만큼 그게 좋은 선택이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Language of the Woods’같은 바이킹메탈의 전형적인 전개와는 거리가 먼 곡마저 리프 하나만으로 바이킹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Varjosielu 등에서 정말 낯부끄러운 보컬을 들려주었던 Wircki도 적어도 이 때까지는 키보드에 전념하고 있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게 얼마나 장점인지 와닿지 않는 분이라면 Varjosielu를 접해보심을 한번 권해본다. 그런데 왜 Hin Onde 얘기가 Varjosielu 욕으로 끝나는 걸까?

[Aftermath Music, 2000]

Druadan Forest “Dismal Spells From the Dragonrealm”

druadanforest2019Werewolf Records는 Satanic Warmaster를 굴리는 Werwolf의 레이블인데 자기 가명과 헷갈리게 Werewolf라고 이름을 지어놓은 게 좀 마음에 들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별 실패사례 없이 꽤 신뢰하고 있는 곳이다. 물론 그 성공의 상당수가 Satanic Warmaster의 앨범들이기 때문에 레이블 주인장의 안목이 입증되었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어쨌든 Satanic Warmaster와 Goatmoon의 앨범들만으로도 관심가져줄 이유는 충분하다.

그 Werewolf Records가 자신있게 소개하는 신작! 어쩌고 하는 홍보문구에 혹해버렸는데… 구하고 보니 핀란드 블랙메탈계의 워크호스 VRTX의 수많은 프로젝트들 중 하나여서 구리지만은 않겠구나 하면서도 좋을 리도 없겠구나 싶어서 조금은 김이 샌다. 전작들이 Summoning풍 블랙메탈이었다고 하는데(들어보지는 못했음), 이번 앨범에서는 기타의 비중을 대폭 줄이면서 호흡 긴 다크웨이브에 가깝게 곡을 끌고 나간다. 기타가 없지는 않으나 리프가 아니라 키보드 연주에 진한 멜로디라인을 덧대는 식으로 이용되는데, 소시적의 Elffor를 즐겨 들었다면 그래도 꽤 괜찮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긴 Elffor도 멜로디가 약했던 적은 없었구나.

[Werewolf Records, 2019]

Seal “Seal”(1994)

seal19941990년대 지갑은 얇으면서 밴드가 아니면 음악이 뭐랄까 좀 그렇다고 생각하던 더벅머리는 무슨 이유인지 이제 와서 본인조차 기억이 안 나지만 얇은 지갑을 샅샅이 털어 이 CD를 샀으렷다. 노래 잘 하는 거야 말할 필요 없겠지만 가끔은 댄스 플로어까지 불러오는 이 네오 소울 앨범이 이제 데스메탈을 아마도 갓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더벅머리에게 선택받은 이유를 점칠 길은 없다. 트랙들이 그래도 하나하나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면 그렇게 구한 CD가 그리 싫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건 꽤 중요한 사실이다. 나는 “OK Computer”같은 앨범에도 잘 기억 안 나는 곡이 있는 사람이다.

지나서 왜 그랬을까를 되짚어 보자면 아무래도 록이 최고라고 생각하던 바보였으니 Trevor Horn이 손댄 팝 앨범이 그래도 다가갈 만한 부분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앨범 크레딧만으로는 대체 어느 지점에서 손을 댔는지는 알 수 없지만 Jeff Beck이나 Gavyn Wright 같은 거물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고, ‘If I Could’는 아예 Joni Mitchell까지 등장시키고 있으나 이름값도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제일 유명한 곡이야 ‘Kiss from a Rose’겠지만 그래도 Seal 특유의 적당히 그늘진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은 ‘Dreaming in Metaphors’나 ‘Don’t Cry’라고 생각한다. Trevor Horn이 90년대에 손댄 앨범들 중에서는 Pet Shop Boys의 앨범이 아니라면 이 퀄리티를 따라올 앨범은 없지 않을까… 하고 짐작하는 편이다. 그러고 보면 그 시절 은근 좋아했던 앨범들이 많았다. 썸네일의 저 분도 예쁘셨고…. 그런데 저 분 이름은 지금도 모르겠네.

[ZTT, 1994]

Deafest “Ephemeral / From Light and Wind”

deafest2019밴드 로고나 앨범 커버, 원래는 Deafest가 아니라 Dunkelskog라는 이름을 썼다는 트리비아까지 생각하면 당연히 (적당히 음질 안 좋은)멜로딕 블랙메탈 정도를 떠올려야겠지만, 정작 날아온 앨범은 어쿠스틱으로 초지일관하는 인스트루멘탈이다. 커버의 사진을 어떻게 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콜로라도 출신 원맨 밴드라니 확실히 저 외관을 보고 흔히 기대할 만한 모습과는 사실 많이 다를 것이다. 그러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앨범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고 나니 아 이 레이블 텍사스에 있었지…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뭐 메탈과 담 쌓은 곳은 아니긴 하지만 좀 많이 헛짚긴 했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렇지만 아예 블랙메탈 생각이 안 나는 음악은 아니다. 솔직한 첫인상은 블랙메탈을 하고 싶었으나 가진 악기는 통기타 하나뿐이고 멤버들 구인도 안 풀려서 일단 혼자서 어쿠스틱 소품들부터 만들어 모아 둔 앨범이 아닐까, 하는 정도다. 트레몰로 한 번 나오지 않지만 모양새는 Ulver가 가장 포크적이었던 시절 잠깐잠깐 섞어주던 어쿠스틱을 간혹 떠오르게 하는 면이 있는데, 물론 그보다는 분위기가 좀 많이 가벼운데다 쓸데없이 청명한 톤의 실로폰은 (굳이 왜 끼워넣었는지 모르겠으나)갑작스레 청자의 집중을 이완시킨다. 그래도 ‘Snowfall at Dusk’ 같은 곡에 꽤 솔깃한지라 전체적인 인상은 역시 나쁘지 않다. 다음 번에는 어쿠스틱 연주를 단정하게 마무리한 다음에 트레몰로를 긁어주는 모습도 봤으면 좋겠다. 앨범명에서 엿보이듯 지금은 구하기 어려울 2017년, 2019년 발표 EP의 합본.

[Tridroid, 2019]

Mortiis “Spirit of Rebellion”

mortiis2020항상 저게 트롤인가 고블린인가 많은 얘기가 나오는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Mortiis가 한때 Emperor의 베이스(키보드도 아니고 베이스)였다는 건… 뭐 다들 아는 얘기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래서 뭐?라는 얘기가 나와도 이상치 않을 정도로 이후의 커리어는 블랙메탈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었다. 말이 다크웨이브/던전 신쓰지 “The Smell of Rain”부터는 Mortiis 본인도 일렉트로팝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고, 이후의 몇 장은 Velvet Acid Christ풍의 인더스트리얼을 살짝 얹은 키보드 뮤직이라 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다. “The Perfect Reject”가 정말 앨범명과 잘 어울리는 반응을 얻어낸 건 뭐, 그런 시각에서 보자면 당연한 현상이었던 셈이다.

그런 면에서 근작은 간만에 Mortiis가 던전 신쓰로 돌아온 앨범이다. “Ånden som gjorde opprør”을 현대적으로 재녹음한 앨범…이긴 한데, 아무래도 마냥 키보드로 던전 신쓰를 연주하던 1995년이 아닌지라 좀 더 풍성하고 깔끔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은근슬쩍 1995년보다 10분 이상 늘어난 러닝타임이 어디서 붙은 것일지 그냥 들으면 무심코 넘어갈 정도로 흐름은 자연스럽다. “Visions of an Ancient Future”는 그래도 한 때 인더스트리얼 좀 했다는 티를 내긴 하는데, 원곡이 원곡인지라 초반을 넘어가면 다시금 우리의 예상대로의 흐름으로 돌아온다. 하긴 재녹음 앨범에서 새로움을 과하게 요구하는 것도 좀 아닐 것이다. Cold Meat Industry에서 나오면 딱이었겠다 싶은 앨범을 들어보는 것도 간만이라 반갑기도 하다. 기대보다 더욱.

[Dead Seed Prod.,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