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저게 트롤인가 고블린인가 많은 얘기가 나오는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Mortiis가 한때 Emperor의 베이스(키보드도 아니고 베이스)였다는 건… 뭐 다들 아는 얘기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래서 뭐?라는 얘기가 나와도 이상치 않을 정도로 이후의 커리어는 블랙메탈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었다. 말이 다크웨이브/던전 신쓰지 “The Smell of Rain”부터는 Mortiis 본인도 일렉트로팝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고, 이후의 몇 장은 Velvet Acid Christ풍의 인더스트리얼을 살짝 얹은 키보드 뮤직이라 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다. “The Perfect Reject”가 정말 앨범명과 잘 어울리는 반응을 얻어낸 건 뭐, 그런 시각에서 보자면 당연한 현상이었던 셈이다.
그런 면에서 근작은 간만에 Mortiis가 던전 신쓰로 돌아온 앨범이다. “Ånden som gjorde opprør”을 현대적으로 재녹음한 앨범…이긴 한데, 아무래도 마냥 키보드로 던전 신쓰를 연주하던 1995년이 아닌지라 좀 더 풍성하고 깔끔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은근슬쩍 1995년보다 10분 이상 늘어난 러닝타임이 어디서 붙은 것일지 그냥 들으면 무심코 넘어갈 정도로 흐름은 자연스럽다. “Visions of an Ancient Future”는 그래도 한 때 인더스트리얼 좀 했다는 티를 내긴 하는데, 원곡이 원곡인지라 초반을 넘어가면 다시금 우리의 예상대로의 흐름으로 돌아온다. 하긴 재녹음 앨범에서 새로움을 과하게 요구하는 것도 좀 아닐 것이다. Cold Meat Industry에서 나오면 딱이었겠다 싶은 앨범을 들어보는 것도 간만이라 반갑기도 하다. 기대보다 더욱.
[Dead Seed Prod., 2020]
Tulus 정도면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오래된 이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고, 또 얘기해 보면 은근 많은 사람들이 “Pure Black Energy” 정도는 들어봤다는 말을 하는데 그렇다고 정작 넷상의 흔적을 찾아보면 그리 많은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아마도 “Pure Black Energy”의 이건 뭐냐 싶은 앨범 커버(와 생각해 보면 참 유치한 앨범명)가 그 저조함에 한몫하지 않았을까 하는 별 근거는 없는 예상을 해본다. Hot Records에서 처음 나온 이후 2018년까지 재발매된 적이 없는데 들어봤다는 사람은 어떻게 이리 많았던 건가 하는 생각도 있다. 그런 Tulus의 간만의 신작이다.
세 거물 네오포크 밴드/뮤지션의 스플릿!이라고 홍보되는 앨범이지만 사실 Andrew King이 그 본령을 Sol Invictus에 두고 있던 뮤지션인 점을 생각하면 그냥 Sol Invictus와 Rose Rovine E Amanti의 스플릿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지 싶다. 그러고 보면 고대 시대의 런던 얘기를 하면서 굳이 왜 이탈리아 밴드를 끼워 넣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말하자면 ‘낙양 이야기’ 앨범을 만들면서 중국 밴드들 사이에 뜬금없이 필리핀 밴드를 끼워 넣는 듯한 모양새인데, 요새야 네오포크가 많이 수그러들었다지만 2006년만 해도 지금 같지는 않았을진대 어울리는 영국 뮤지션을 달리 찾을 수 없었는지 의문스럽다. 기획력이 기묘하다.
Sean Reinert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니 확실히 기분이 좀 그렇다. 데스메탈이나 프로그레시브 메탈 팬이 아니라면야 그게 누굽니까 한대도 무리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Cynic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부고기사가 황망하게 다가올 것이다. 명복을 빌고, 뜬금없이 재작년에 나왔던 이 싱글이 내 기억에서는 Sean의 유작이니 이로써 기억해 본다. 되짚자니 좋은 기억이 많으니 이렇게 기억하는 시간을 따로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Impiety도 이제 한 물 갔다고 할 정도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뭐 그래도 이 밴드의 초창기 사운드를 즐겨 들었던 사람이라면 “Paramount Evil”부터는 슬슬 이 밴드를 블랙스래쉬라고 부르기는 어려워졌다는 정도는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뭐 원래 데스메탈과 거리가 멀었던 밴드도 아니고 데스메탈스러워졌다는 게 꼭 나쁜 얘기도 아니지만, 밴드 특유의 시원시원한 맛은 여전히 브루털한 사운드를 보여주면서도 어느샌가 문득 사라져 버렸다. “Ravage & Conquer”에 이르러서는 요새 Behemoth를 너무 많이 들으셨나 싶을 정도인데, 카오틱한 맛도 좋긴 하지만 굳이 Impiety의 앨범에서 들어야 할 스타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