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eldos는 소위 포스트-인더스트리얼 류의 프로젝트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이들의 하나였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름 주시해 왔던 밴드이긴 하다. 일단 리투아니아 인더스트리얼을 들어보는 일이 드물고, 포스트-인더스트리얼이라고는 하지만 이들만큼 앰비언트풍을 잘 이용해서 ‘관조적인’ 사운드를 주조하는 뮤지션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교할 만한 좀 더 유명한 이름은 Yen Pox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그래도 ‘멜로디컬’하다고 말할 수 있는 앰비언트 밴드와 비교되니만큼 이 정도면 꽤 듣기 편한 음악이 아닌가 얘기해 본다. 양심상 이지리스닝이라고는 얘기 못하겠지만 말이다.
사실은 재작년에 나왔지만 작년에야 한 곡 추가해서 나온 뒤 그나마 조금 빛을 본(어디까지나 재작년에 비해서) 세 번째 앨범은 그 ‘멜로디컬’ 앰비언트에 네오포크의 터치를 더한 음악이라고 하는 게 그래도 적절할 법하다. 일렉트로닉스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앨범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바이올린이나 어쿠스틱 기타고, 덕분인지 황량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을 건드리는 데가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나 ‘Fading Garden’의 바이올린은 (과장 좀 섞으면)Sieben의 가장 서정 어린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데가 있다. 이 한 곡 만으로도 Skeldos를 기억할 가치가 있다고도 생각한다. 뭐 다른 곡들이 빠진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The Epicurean, 2019]
개인적으로 Rhapsody of Fire의 음악을 열심히 찾아듣지 않게 된 건 꽤 시간이 지난 편이다. 아무래도 취향의 변화도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멜로딕메탈에 담 쌓고 사는 것도 아니므로 그것만으론 얘기가 좀 되지 않는다. 사실 “Legendary Tales” 때부터 앨가로드 연대기는 잘 어울릴지언정 꽤 유치한 컨셉트라고 생각했는데, 그 유치함이 점점 힘들어진다는 게 사람이 나이를 먹고 있다는 한 증거일지도. Luca Turilli의 밴드 외의 작품들이 아예 앨가로드풍과 담을 쌓은 이미지를 가져가고 있는 것도 어쩌면 밴드 스스로도 가끔은 좀 힘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근거없는 생각을 해본다. 정말 근거없는 생각일 뿐이다.
Seth는 따지고 보면 이름값에 비해서는 별 반응이 없는 밴드라고 생각한다. 물론 따지고 보면 그런 반응이 또 이해 안 되는 건 아니라는 게 문제이긴 하다. “Les blessyres de l’âme”는 어디 내놓아도 떨어지지 않을 데뷔작이었고, “L’Excellence”는 음악은 좀 달랐지만 어쨌든 나쁘잖은 ‘웰메이드’였다고 생각한다(무려 국내 라이센스도 됐고). 뭐… “Divine-X”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지만, 어설프게 ‘아방가르드’를 시도하는 모습이 밴드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하필 Deathspell Omega가 본격적으로 복잡해지기 이전이었던지라 그런 트렌드를 따라갈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이 프랑스에서는 나름 잘 나간다는 밴드의 이후 근작들을 들어봤다는 이들을 찾아보기가 쉽지가 않다.
Mega Drive라고 하면 아무래도 슈퍼겜보이를 떠올릴지니 뭔가 업그레이드된 칩튠을 연주해야 할 것 같지만 이 프로젝트는 신스웨이브 중에서도 손꼽을 만할 정도로 거친 음악을 연주하고 있으니 그런 인상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다. 거친 정도가 아니라 때로는 EBM을 연상할 정도로 강한 비트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덕분에 ‘industrial darksynth’ 정도로 부르는 이들도 있지만… 딱히 정확한 설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트 말고는 딱히 인더스트리얼스러운 부분은 찾기 힘들다. 주로 다루는 테마도 SF이다 보니 오해의 여지는 충분하긴 하다만 그렇다고 Pertubator 등을 인더스트리얼이라고 하진 않는다. 각설하고.
“Blackjazz”의 Shining을 떠올리자니 절대 생각 못 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딱히 어울린다는 생각은 안 드는 조합의 하나가 디프레시브 블랙메탈과 재즈의 결합인데, 어쨌든 이들은 그런 음악을 시도했으니 신선함만큼은 더할나위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류의 생소함이 처음은 아니지 싶은데 아무래도 Tori Amos의 ‘Reign in Blood’ 커버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음악이야 악에 받쳐 질러대는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Tori Amos도 하긴 (보통 동류로 분류되곤 했던)뮤지션들 간에서는 이 구역의 미친자는 나라는 듯 심심찮게 가십거리를 던져주던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