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stice “White Horse Hill”

whitehorsehill.jpg최근에 늦게나마 알게 된 뜻밖의 복귀작이라면 Solstice(둠메탈하는 분들)의 20년만의 복귀작이 작년에 나왔다는 것이었다. 역시 신진 밴드들은 잘 못 건지는 Dark Descent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앨범인데, 원래 둠 잘 안 나오는 레이블에서 왜 갑자기 둠 밴드인가 싶지만 Solstice는 그냥 ‘둠’밴드라기엔 가끔은 (거의 Manowar 수준으로)불끈불끈하는 헤비메탈을 연주하기도 하는 경우이니 이런 레이블에서 나온다고 해서 이상할 것까지는 없겠다. 특히나 이 복귀작에서의 본격 메탈 트랙들 – 이를테면 ‘To Sol a Thane’ – 은 간혹은 Iron Maiden의 스타일에까지 이를 정도인데, 멋들어진 바리톤 보컬에 솔로잉을 많이 덜어낸 기타 연주를 얹어낸다면 아닌게아니라 NWOBHM 소리를 못 들을 것도 없겠거니 싶다.

그렇지만 앨범은 사실 Solstice의 기존의 ‘공식’에 참 충실한 편이다. Solitude Aeternus풍 리프에 브리티쉬 포크 바이브를 담아내는 스타일은 여전하고, 특히나 메탈 물을 덜어낸 트랙들은 노골적으로 포크풍인데, 그런 면에서는 God’s Tower 같은 밴드를 연상케 하는 부분도 있다. 다만 포크적이면서도 God’s Tower가 소위 ‘pagan’한 면모에 치중한다면 Paul Kearns의 오페라틱한 보컬과 불끈불끈 스타일의 리프가 그런 생각은 들지 않도록 한다. 그러고 보면 좀 빠른 템포의 밴드였다면 바이킹메탈에 대한 영국 헤비메탈식 대답…이 될 수 있을 밴드가 아닌가 생각하는데, ‘Under Waves Lie Our Dead’ 같은 곡이 그런 근거라고 조심스레 디밀어 본다. 뭐 이렇게 얘기는 해도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바이킹메탈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운데, 그래도 음악이 훌륭하기 때문에 혹시 혹해서 바이킹메탈로 알고 들어보는 경우가 있더라도 이 정도면 괜찮지 않으려나. 물론 내 생각일 뿐이다.

[Dark Descent, 2018]

Devin Townsend “Empath”

empath.jpg뭐 천재 소리 듣는 뮤지션이 한둘이겠냐마는 메탈 뮤지션들 중에 Devin Townsend만큼이나 천재 이미지에 잘 들어맞는 인물도 별로 없는 것 같다…는 게 요즘의 생각이다(바뀔 수도 있다). 약관도 되기 전에 Steve Vai에게 보컬로 간택받았지만 Strapping Young Lad에서는 기타와 키보드도 담당했고, 솔로에 와서는 베이스도 치면서 프로듀싱 등도 자기가 하고, 음악도 자칫하면 잡다해질 다양한 스타일을 어떻게든 하나로 엮어내는 모습이 이젠 개성이 됐다. 뭐 실력도 있으면서 한 번도 망해보지 않은 자신감 넘쳐나는 뮤지션만이 시도할 법한 음악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구린 앨범도 없었지만 일단 만듦새를 떠나서 재미의 면에서는 덕분에 누구보다도 확실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Empath”도 마찬가지다. 굳이 비교한다면 “Epicloud”의 사운드를 바탕으로 계속 재미나게 연결해 나간다는 느낌인데, 거의 프리재즈급 변주에서 디즈니 만화영화풍 분위기의 멜로디까지 나오는지라 변화의 진폭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Epicloud”나 “Transcendence”보다도 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연결해 나가는 느낌’ 덕분에 컨셉트는 딱히 없어 보이지만 Devin의 어느 앨범보다도 더 컨셉트 앨범처럼 들리는 면이 있다. 그리고 분명히 묵직한 리프를 들려주는 앨범이건만 Devin의 다른 앨범보다도 더 ‘밝고 가볍게’ 진행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아마도 앨범 사이사이 묘하게 섞인 Devin 특유의 유머 때문이겠거니 싶고, 아마도 볼 것 없이 2019년 상반기의 앨범일 것이다. 솔직히 많이 감명깊었다.

[Inside Out, 2019]

Killing Addiction “Omega Factor”

omegafactor.jpgKilling Addiction은 혹자는 과장 좀 섞으면 Incantation과 비슷한 시작을 보여준 밴드라고 하는데 물론 근 30여 년이 지난 지금 두 밴드의 위상은 비교하는 자체가 송구스러울 정도로 많이 달라졌다. 플로리다 데스 밴드라곤 해도 묻힌 이가 어디 한 둘이겠냐마는 Incantation과 비교될 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밴드는 확실히 드물 것이고, 이 바람처럼 망해버린 밴드는 덕분인지 그 30여 년 동안 그래도 잊지 않고 회자되는 편이었고, 심심찮게 흘러간 거물들의 복귀작을 내놓는(하지만 레이블 소속 밴드들은 별로 신통찮은) Xtreem Music에서 밴드의 데뷔작 재발매가 이루어졌다. 뭐 하지만 ebay에서도 사실 35달러면 구할 수 있는 앨범이었으므로 레이블 입장에서 좋은 선택이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걱정해 줄 내용은 아니다.

90년대 초반 플로리다 데스가 어쩔 수 없겠지만 Morbid Angel풍에 Autopsy나 Incantation을 생각할 수 있는 음습함을 더한 리프를 연주하는데, 특징이라면 그런 음습함에도 불구하고 사운드의 톤은 두텁기보다는 날렵하고 날카로운 편에 가깝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초창기 플로리다 데스보다는 이후의 Sadistic Torment 같은 밴드들의 방향성에 좀 더 가까워 보인다는 건데, 그래도 비트는 정말 클래식한 데스메탈의 흐름을 따라가는만큼 들으면서 드는 생각은 익숙함에 가깝다. ‘Dehumanized’ 같은 곡은 “Necroticism” 시절 Carcass가 연상될 정도인데, 그러고 보면 그 시절의 ‘데스메탈 클래식’의 하나라 하기는 좀 어렵더라도 그 시절의 앨범들 가운데 세련된 편에는 분명히 속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재발매반에는 Seraphic Decay에서 나왔던 “Necrosphere” EP도 보너스도 들어 있으니 돈 들인 값도 충분히 한다.

[JL America, 1993]

Nighnacht “Christophilia”

nighnacht2019.jpg사실 플로리다 데스의 (상대적)유명세 때문인지 플로리다 출신이 아닌 미국 데스메탈 밴드는 그리 국내에 많이 알려진 편은 아닌데, 그렇게 묻힌 밴드들 중 가장 아쉬울 법한 예를 꼽는다면 Nunslaughter가 아니려나 싶다. 하긴 이렇게 말하기는 너무 거물인지라 좀 애매하긴 하지만, 그래도 웹상에서 Nunslaughter 얘기를 하는 국내 사이트는 별로 본 적이 없었던 건 분명하다. 아무래도 결성이야 80년대라지만 첫 정규반은 2000년에나 나왔다는 점도 그렇고, 풀렝쓰를 안 내는 건 아니지만 수많은 EP와 스플릿, 라이브 앨범들로 점철된 디스코그라피를 보면 감히 모을 생각이 쉬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영향이 없진 않을거다. 적당히 많아야지.

Nighnacht는 이 밴드의 보컬을 맡은 Don of the Dead의 사이드 프로젝트인데, Nunslaughter가 플로리다와 북유럽 데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음악이었다면 Nighnacht도 기본적으로 그런 류의 음악이긴 하지만, Nunslaughter보다는 확실히 플로리다 물을 많이 먹은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아무래도 Nunslaughter 출신답게 확실히 펑크적인 면이 강한데, 보컬 스타일도 그렇고 밴드명도 그렇고 해서 블랙메탈로 오해되기 쉬운 앨범이다. 하긴 블랙스래쉬라고 해도 무리일 것까지는 없는만큼 이 음악을 뭐라고 부를지는 각자의 선택에 맡기는 게 더 나을지도(하지만 내 생각엔 확실히 데스메탈이다). ‘Abducted, Raped and Eaten’이 이 EP의 백미.

[Hells Headbangers, 2019]

Evil “Evil’s Message”

evilsmessage.jpg이 덴마크 밴드(브라질 블랙메탈 밴드 Evil과 혼동 주의)는 2015년에 드디어 정식 풀렝쓰를 냈다고 하는데 그 앨범은 안 들어봤으므로 별로 할 말은 없고, 그 앨범을 제외하면 밴드의 발매작은 이 1984년 12인치 EP가 유일하다(고 한다). 당연히 구하기도 그리 녹록치 않았는데 아무래도 King Diamond가 이 앨범에서 ‘Kim Xmas’라는 웃기는 이름으로(우리식으로 말하면 김성탄) 기타를 연주했다는 루머 덕분에 많은 이들이 관심가진 덕에 더 그렇지 않았나 싶다. 물론 이후 알려진 얘기로는 저 김성탄 씨와 King Diamond는 아무 상관없는 인물이라고 하니 루머를 좇은 사람들은 헛수고한 셈이다. 하긴 Mercyful Fate와 King Diamond 활동 내내 기타 치는 걸 본 적이 없었던 양반이 1984년에 남의 밴드에서 기타를 쳤었다니 믿을만한 얘기는 아니다.

역시 King Diamond와 우리는 상관없다는 듯 음악도 확연히 다른 스타일이다. 굳이 비교한다면 Helloween의 “Walls of Jericho”를 좀 스피드를 낮추면서 리프를 꼬아 놓은 듯한 스타일인데, 저 김성탄 씨가 생각보다 출중한 리프메이커의 모습을 보여주는 덕에 짧은 앨범이지만 리프 듣는 재미가 있다. 특히나 ‘Take Good Care(of Your Balls)’ 같은 곡은 우리 김성탄 씨가 King Diamond에 들어가도 괜찮았겠다 싶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연주를 보여주는데, 크리스마스에 선물 없다는 밴드의 기타리스트가 이름이 김성탄이라면 그것도 웃겼겠다 싶기는 하다. 지난 얘기지만 작년에 돌아가셨다니 늦게나마 명복을 빈다.

[Rave-On, 1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