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Symphonies에 대한 내 주변의 일반적인 평가는 곧잘 하지만 또 즐겨 듣기에는 좀 부족한 수준의 미국 밴드들을 소개하는 미국 레이블이라는 것이었다. 뭐 Maudlin of the Well 같은 예외를 뺀다면 나도 그런 평가에 동의하는 편인데, 아닌 게 아니라 언제부턴가 본격 재발매 레이블로 거듭난 이들의 카탈로그를 보면 자기들도 스스로의 안목을 마냥 믿을 수는 없었나보다. Corvus Corax의 이 유일작도 그런 수준의 평가를 벗어날 수 없었던 앨범의 하나였다. 나쁘잖은 심포닉 블랙메탈이지만 그렇다고 주목받을 만큼 와닿는 부분은 없었다. 일단 블랙메탈이지만 몰아치기보다는 둠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 더 관심이 많은 밴드였다는 점도 불리했을지도 모른다. 2000년이었다.
그렇지만 다시 뜯어보면 앨범은 또 달리 들린다. 밴드는 화려한 맛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그 시기 비슷한 부류의 다른 밴드들보다 확실히 어두운 분위기의 음악을 연주했고, 전형적인 블랙메탈보다는 여유 있으면서도 드라마틱한 전개를 가져가는 데 능해 보였다. 앨범 전반에 흐르는 포크 바이브도 꽤 뚜렷한 편이고, ‘Son of the Earth’ 같은 곡은 심포닉블랙의 건반보다는 리프 뒤에서 자욱한 앰비언스를 흩뿌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고 보면 ‘cascadian’ 블랙메탈의 많은 모습들을 앞서 보여준 앨범이었던 셈이다. 물론 discogs에서 7유로에 팔리고 있는 걸 보니 나만 그런가 싶기는 한데… 그래도 적어도 ‘Son of the Earth’ 하나만큼은 시간을 들일 가치가 분명하다.
[Dark Symphonies, 2000]
Ostara는 사실 지금 얘기되는 것보다는 좀 더 좋은 대접을 받을 만한 밴드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이 밴드 특유의 팝적인 면모를 기꺼워하지 않았던 이들이 많았는지 이들에 대한 세평은 내 생각만큼은 아닌 것 같다. 하긴 이렇게 말하면 네오포크 밴드를 두고 기대만큼 안 팔려서 아쉽다는 얘기를 하는 모양인지라 좀 그렇긴 한데 난 이것보다는 더 장사가 될 줄 알았다(판장사 할 팔자는 아닌 셈이다). Strength Through Joy가 그리 팝적인 밴드가 아니었으므로 이런 면모가 실망스럽게 비춰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KAPO!의 음악을 생각하면 이게 그리 예상 못 할 만한 음악은 그때나 지금이나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90년대 미국 블랙메탈을 생각하면 사실 그리 좋은 기억이 별로 없는데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첫째로는 암만 용쓰더라도 그 시절 북유럽의 기린아들을 따라잡긴 쉽지 않았다는 점이 있겠고, 둘째로는 미국의 밴드들은 비슷한 시기의 유럽의 밴드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데스메탈과의 구별이 조금은 모호한 음악을 했다…는 점이 있겠다(후자는 물론 사견에 가깝다). Usurper도 후자처럼 ‘모호한’ 스탠스를 취한 부류에 속하던 밴드인데, 그래도 개성을 찾는다면 이들이 참고한 데스메탈이 플로리다 데스가 아니라 Celtic Frost 류의 음악이었다는 것이다. 하긴 블랙메탈을 의식한 음악을 하면서 Celtic Frost를 참고하지 않은 밴드가 있기는 할까 싶지만 그만큼 유럽적인 구석이 있는 사운드를 시도한 밴드였다는 말을 하려는 게 이 서두의 의도였으니 이 얘기는 이쯤에서 넘어가기로 한다. 각설하고.
평범한 메탈헤드와 메탈바보의 경계선상에 있는 이들이 부딪히는 딱히 중요치 않은 논쟁거리들 중 하나는 과연 콥스페인팅을 처음으로 시도한 뮤지션은 누구이냐는 것이었다. 이런 논쟁들의 거의 대부분은 누구의 라이브러리가 가장 깊고도 넓느냐를 견주는 (역시 딱히 중요치 않은)경쟁으로 환원되기 마련이고, 콥스페인트에 대한 논쟁도 예외는 아니었다. 얼굴에 회칠이라면 80년대부터 Mayhem이나 Celtic Frost가 했다고 하는 이가 있으면, 곧 무서워 보이질 않아서 그렇지 칠이라면 뒤지지 않는다는 Kiss나 King Diamond를 들먹이는 이가 등장하고, 무섭다기보다는 지저분해 보이는 데 가까워서 그렇지 어쨌든 ‘시체화장’임은 분명해 보였던 Misfits나 Alice Cooper의 얘기가 뒤를 잇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다. 여기에 조금 경쟁에 불이 붙는다면 등장하는 것이 Arthur Brown이고, 조금 과하게 올라가면 Screamin’ Jay Hawkins까지 등장하기도 한다. 그만큼, 메탈 뮤지션은 아니었지만 Arthur Brown은 메탈 팬들에게 친숙한 구석이 있는 뮤지션이었다. 일단 본인 목소리부터가 웬만한 메탈 보컬리스트들을 주눅들게 할 만큼 시원시원한데다, 지금 봐도 확실히 맛이 가 보이는 가사나 퍼포먼스가 눈길을 끈다.
저 밴드명을 보고 두려움 없는 무슬림 지하디스트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고 바야흐로 시절은 1986년, 뭐 미국의 패권주의에 불만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하드코어 밴드. 하긴 당장 이 양반들의 3집 이름이 “Foolish Americans”이니 그런 오해를 하는 자체가 밴드에 대한 몰이해일지도. 그렇지만 활동 당시 인터뷰 안 하기로 유명한 밴드였던만큼 밴드가 떨쳤던 유명세에 비한다면 알려진 건 생각보다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런 걸 생각하면 도발적이었던 모양새와는 별개로 밴드는 활발한 활동(음악이든 정치든)에는 그리 관심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말하자면 결국은 이들의 정치성이라는 것도 계급의식보다는 나는 펑크 밴드라는 자의식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정도의 것에 가깝지 않았으려나,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