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is Gloria Dei “Goat : Father of the New Flesh”

goatflesh사실 Les Legions Noire 때문에 구리구리의 이미지가 생겨서 그렇지 프랑스 밴드는 거친 스타일을 연주하더라도 은근 섬세한 멜로디를 짜넣을 줄 아는 경우가 많다…는 게 개인적인 선입견이다. 뭐 그렇다고 누가 그랬느냐 했을 때 줄줄이 나오는 건 사실 아니긴 한데 아마도 Seigneur Voland의 “Seigneur Voland”가 주된 원인이 아니었을까 짐작하는 편이다. ‘Aigle Conquérant (Titus Victorieux)’는 2000년대 초반 프랑스 블랙메탈이 내놓은 최고의 리프를 가진 곡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따지고 보면 Xaphan이 참여했던 Blessed In Sin이나 Kristallnacht나 서로 그리 동떨어진 스타일은 아닌만큼(그리고 밴드들이 서로 그놈이 그놈이었던만큼) 대체로 그래도 멜로디에 신경쓰는 편이었다고 성급하게 정리해 본다. 밴드 본인들이 본다면 웃기지말라고 할 게 뻔해 보이지만 이쯤에서 넘어간다.

Finis Gloria Dei는 Xaphan이 활동한 밴드들 가운데 그런 ‘섬세한 멜로디’에서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경우인데, 굳이 비교한다면 Grand Belial’s Key에 스래쉬필을 좀 더 강하게 더하고 Profanatica처럼 괴팍한 유머를 곁들인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형적인 헤비메탈에 유사한 모습도 자주 보이던 Grand Belial’s Key에 비한다면 좀 더 블랙메탈의 원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원래 다른 밴드들에서 리프 짜던 구력이 있는지라 섬세하다기는 좀 그럴지언정 선 굵은 멜로디는 확실한 편이다. 하긴 생각해 보니 Blessed In Sin이 시작한 게 1993년이니 리프 짜는 데는 충분히 이골이 났을 것이다. ‘Behind the Rotting Sun of Human Desolation’을 특히 좋게 들었다.

[Aura Mystique, 2006]

Fredrik Thordendal’s Special Defects “Sol Niger Within”

solnigerwithin.jpgMemorandum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프로젝트를 굴리던 Petter Marklund는 Memorandum의 이름으로 나온 두 장(컴필레이션 등은 제외)을 뺀다면 아예 음악 활동을 접었는지 이후 어디에서도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가, 딱 한 번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던 앨범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이 Fredrik Thordendal의 (사실상의)솔로 앨범이다. 국적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 어쩌다 어울리게 됐는지 짐작도 되지 않고, 음악이 아니라 잘 들리지도 않는 가사로 참여했을 뿐이니 사실 Petter와는 큰 연관은 없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만, 나름 쟁쟁한 이 앨범의 게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이니 우리가 몰라줄지언정 자기 홈타운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잘 나가고 있는 양반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반대의 생각이 훨씬 많이 들기는 한다.

당연히 Meshuggah와 유사한 질감의 앨범이지만 사실 사운드의 톤이나 변화무쌍한 폴리리듬 정도를 제외한다면 Meshuggah와 비슷하다고 쉽게 말할 만한 앨범은 아니다. “Catch 33” 정도를 제외한다면 그래도 패턴이란 게 있었던 Meshuggah에 비해서 이 앨범은 더 다양하면서도 막 나간다는 느낌을 주는데, 그런 만큼 재즈퓨전이나 프로그레시브 록, 일렉트로니카 등 꽤 다양한 색채들을 발견할 수 있고, 그 연결고리를 솔로 앨범 답게 Fredrik의 솔로잉으로 잡는 게 앨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연결고리들도 그리 친절하지 않은지라 사실 귀에 쉬이 와닿는 앨범은 아니다. 보너스트랙을 빼면 CDP에 넣으면 딱 1트랙 잡히는 앨범인만큼 듣는 데도 약간은 각오가 필요하다. 그래도 ‘Z2-Reticuli’까지는 Allan Holdsworth풍 짙은 솔로잉만으로도 꽤 재미있게 들은 앨범이기도 하다. 이런 재미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어쨌든 재미는 있다.

[Ultimate Audio Entertainment, 1997]

Memorandum “Aux Morts”

auxmorts.jpg지금이야 문 닫긴 했지만 Cold Meat Industry만큼 다크웨이브/앰비언트의 대명사처럼 되어 버린 레이블은 딱히 없다고 생각하지만, 레이블의 초창기 카탈로그를 살펴보면 MZ. 412와 In Slaughter Natives의 데뷔작 정도를 제외하면 Roger Karmanik이 열심히 이름 바꿔가면서 내놓았던 거칠기 짝이 없는 질감의 인더스트리얼 프로젝트들이 대다수이니 그 시절 레이블의 (아마도)배고팠을 일상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Memorandum은 물론 인더스트리얼의 범주에 속하지만 어쨌든 레이블의 다른 발매작들보다는 노이즈에 거리가 멀었던, 비교적 무난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했던 (원맨)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Aux Morts”가 마냥 쉬운 앨범이었다는 건 아니다. 노이즈와 거리가 멀었다고는 하지만 그건 이 프로젝트의 음악이 상대적으로 다크 앰비언트에 가까웠고, 노이즈를 꽤 리드미컬한 방식으로 배치하면서도 그 사이의 공간을 조금은 종교적면서도 중세풍의 분위기를 풍기는 챈트로 메꾸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좀 클래시컬한 방식이었다는 건데, 생각해 보면 많이 들어본 건 아니지만 이런 류의 스타일을 따라간 후대의 밴드들은 그리 많지는 않았다. ‘Inner Sanctum’ 정도의 위계를 재현하는 것보다는 극도의 공격성 자체를 표현하는 게 더 쉬워 보여서일지도 모르겠다. 이 앨범과 EP 하나만 내고 망해버렸다는 점에서 컬렉션하기도 편한 프로젝트이니만큼 관심 있는 분은 한 장 장만해 보심도.

[Cold Meat Industry, 1989]

Black Hole “Land of Mystery”

landofmystery.jpg혹자의 둠메탈 올타임 리스트에서 무려 1위를 한 걸 발견하고 아니 그래도 메탈을 몇 년을 들었는데 1위는 갖고 있어야지! 하고 구하게 된 앨범…이지만, 주문하고 난 뒤에 이탈리아 밴드의 1985년 앨범이라는 점을 뒤늦게 알아챘다. 그렇다면 경험상 예상되는 스타일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이탈리아 출신 답게 Death SS와 Paul Chain을 적당히 뒤섞은 류의 일군의 밴드들이 있었고, 그보다는 Dark Quarterer 같은 밴드들을 짙게 의식하고 극적인 맛에 좀 더 신경을 쓴 밴드들이 있었다. 사실 둘 다 결국은 Black Sabbath의 스타일을 이어나간 사례들이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이탈리아식 프로그’의 전통을 얼마나 써먹었는지 정도가 구별의 기준이 아니겠나 싶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면서도 구별의 실익이 있긴 할까 싶기는 하다. 이탈리아 메탈 웹진을 한다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둠메탈 클래식인 것처럼 얘기되고는 있지만 사실 Paul Chain의 앨범들만큼 묵직하거나 하지는 않고, 시절이 시절이어서인지 Iron Maiden이나 Death SS의 가장 복잡한 리프의 곡들에 Goblin이 소시적에 잘 만들던 ‘spooky’한 분위기를 덧씌운 모양새인데, 적당히 사이키하면서도 오컬트한 맛을 강조하는 모습이 Pagan Altar 같은 밴드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물론 Witchfinder General 같은 밴드를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연주를 잘 하지는 않기 때문에… ‘Spectral World’ 같은 곡은 사이키델릭 둠이라는 게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곡인데, 그런 면에서는 Esoteric 같은 밴드들도 참고한 지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독특하긴 한데 잘 만들었다는 느낌은 Dark Quarterer 같은 이들보다 확실히 덜한지라 아무래도 클래식이라고 해주기는 좀 어렵겠다. 나만 그러려나?

[City Record, 1985]

Hecate Enthroned “Embrace of the Godless Aeon”

hecateenthroned2019.jpg사실 뭘 해도 Cradle of Filth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밴드인데 그게 꽤 싫었는지(하긴 좋을 리야 없겠다) “Kings of Chaos”부터 밴드는 계속해서 데스메탈 물을 짙게 들인 앨범을 내놓았고, “Virulent Rapture”에 이르러서는 신서사이저를 계속 사용하기는 하지만 ‘심포닉’하다고 하기엔 많이 어려울 음악이 되었다. 물론 그랬다고 CoF 얘기가 없어졌던 건 아닌데, 사실 그건 밴드 본인들이 자초한 부분도 있겠다. 잊지 않고 Sarah Jezevel Deva를 게스트 보컬로 세우는데 까먹으려던 예전의 인상이 묻혀질 리가 없다. 노래 잘 하는데 뭐가 문제냐 하면 그건 맞는데 이미지를 바꾸려면 적어도 CoF 출신 보컬을 데려오는 건 좀 피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싶다.

“Embrace of the Godless Aeon”는 그런 면에서 간만에 방향을 튼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새 보컬인 Joe Stamps의 목소리는 고음을 잘 지른다는 점 외에는 Dani Filth와 그리 비슷하지 않긴 하지만(차라리 Pest라면 또 모를까) 아예 Sarah를 정식 멤버로 넣으면서 풍성한 신서사이저를 등장시키고 있으니 이쯤 되면 ‘에이 모르겠다 걍 CoF 하자’ 식으로 만들었는지도. 물론 그렇다고 예전에도 그랬지만 마냥 CoF 클론은 아니다. 사실 ‘Goddess of Dark Misfits’ 정도를 제외하면 연주는 CoF보다는 Troll이나 Old Man’s Child의 스타일에 더 근접해 있는데, 하긴 원래 그랬던 밴드이니 이 앨범만의 특징이라고 하기는 좀 애매하긴 하다. 그래도 ‘Erebus and Terror’ 같은 스타일을 2019년에 듣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만큼 의미는 충분하다.

[M-Theory Audio,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