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커버는 소시적에 Magna Carta에서 앨범 내던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들이 자주 써먹던 화풍인데, 정작 보니 커리어가 Magna Carta와는 아무 상관도 없었던 Christian Rudd의 그림인지라 의외였다. 물론 잘 알려져 있듯이 Bruce Dickinson 워너비로 유명한 Toni Parviainen의 보컬이 돋보이는 파워 메탈이니 프로그레시브와도 별 상관이 없다. 여기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밴드명이 “The Chemical Wedding”의 그 곡과 똑같다는 게 눈에 보인다. 그러니 개인적인 기대와는 많이 엇나갔던 구매인 셈이다. 웃기는 사실은 그러고 나서 보니 내가 이 앨범 이전에 이미 이들의 데뷔 EP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 다시 들어보니 그 데뷔 EP도 듣고 괜찮다고 생각했던 앨범인데 왜 그렇게 기억이 전혀 없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두뇌 성능 문제였을지도.
앨범은 보통 알고 있는 80년대 Iron Maiden보다는 좀 더 단순하고 직선적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인데, 아무래도 80년대에 태어난 핀란드 사람들의 밴드이다보니 군데군데 핀란드 멜로딕 파워메탈의 스타일이 보인다. 이를테면 ‘October’나 ‘Doors of Resurrection’ 등이 그런 예인데, Iron Maiden 물을 먹은 후배 밴드들이 한둘이 아니다보니 그런 이들 나름의 ‘개성’을 표현했다 싶은 곡들이 오히려 더 평범하게 들리는 게 이들이 처한 역설적인 상황일지도. 아예 Iron Maiden을 그대로 따라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만, 하긴 Iron Maiden이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것도 그리 할만한 선택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쓰고 보니 밴드 본인들도 꽤 답답했겠구나 싶어 조금 안쓰럽기도 하다. 앨범 자체는 괜찮았기 때문에 하는 얘기다.
[Century Media, 2005]
Grey Aura는 2016년에 Blood Music에서 이 데뷔작을 재발매했다. 사실 말이 재발매지 2014년에 디지털로만 나온 앨범이기 때문에 피지컬로는 2016년이 처음 발매니 느낌상으로는 2016년에 처음 나온 밴드처럼 보인다. 뭐라고 읽을지 망설여지는 이 앨범은 네덜란드의 탐험가 빌럼 바렌츠의 이야기에 토대한 콘셉트 앨범이라고 하는데… 매우 생소한 이름이기 때문에 이게 블랙메탈에 어울리는 얘기련가 싶지만, 바렌츠 해를 포함해 북유럽 지역을 16세기에 탐험했던 사람이라고 하니(게다가 세번째 항해에서 조난으로 사망했다고 함) 생소할지언정 써먹을 만한 얘기일 것이다(사실 부클렛에 삽화까지 해서 상세하게 이야기를 해 놓고 있기는 한데 그리 열심히 읽어보지 않았다). 하긴 미국 쪽에서 대자연으로 썰 푸는 블랙메탈 밴드가 워낙 많이 나왔던지라 특이할 것도 없겠다.
개인적으로 이 밴드에는 궁금한 점이 꽤 많다. Vinnie Appice와 Jimmy Bain은 별 말이 필요없을 것이고, Tracy G.도 (나중 일이기는 하지만)Dio에서 기타를 잡을 정도로 구력이 있는 양반들인데 Mandy Lion은 대체 뭐하던 양반이길래 갑자기 튀어나와서 이 멤버들을 잡을 수 있었는지, Bill Metoyer가 1990년에 프로듀스한 앨범인데 레이블은 왜 Metal Blade가 아닌 건지, 어쨌든 이렇게 멤버들을 모았는데 음악은 왜 1990년에 굳이 헤어메탈을 하고 있는 건지 등. 그러니까, 동시대에 접하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설명만으로는 의뭉스러운 구석이 참 많은 밴드인 셈이다. 애초에 저 레이블이 이름만 헐리우드지 헤어메탈이 나올 만한 곳이 아니라는 점도 그렇고.
Skitzo는 1981년부터 활동을 이어 온 베이 에이리어 스래쉬 밴드이다. 그럼에도 80년대의 스래쉬 밴드! 식의 소개글들에서 거의 이름을 봤던 적이 없는 걸 보면 30년 이상을 이어 온 활동이 적어도 금전적으로 성공적이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표 밴드 식으로 소개되기는 어려울지언정 Skitzo는 그래도 숨은 고수, 정도의 얘기는 들을 자격이 있는 밴드라고 생각한다. 스래쉬 밴드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활동을 시작한 시기가 시기여서인지 음악은 사실 이런저런 장르들이 혼재된 프로토-스래쉬 정도로 얘기하는 게 더 적합할 스타일인데, 음질은 구리구리할지언정 그 스타일들을 허투루 넘기지 않는만큼 듣는 재미가 있다.
물론 Fimbulwinter를 사려다가 잘못 구해서 내 손까지 오게 된 이 앨범은(생각해 보면 Fimbulwinter가 저런 이름의 신작을 냈다는 착각 자체가 글러먹은 일이기는 했다) 러시아 pagan-black 밴드의 데뷔작이다. 물론 말이 데뷔작이지 밴드는 2009년에 결성했다 하니 충분한 구력을 가진 밴드일진대, 그래서인지 앨범은 이런 류의 밴드들의 통상의 데뷔작들에 비해서는 좀 더 다양한 구성을 가진 편이다. 기본적으로 Immortal 풍의 리프를 쓰는 클래식한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At the Heart of Winter”를 내려고 열심히 프로그레시브 연습을 하는 Immortal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데가 있다. 물론 그만큼 연주를 잘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곡을 직선적으로 짜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