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Men “Elegies”

machinemen2005.jpg이런 커버는 소시적에 Magna Carta에서 앨범 내던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들이 자주 써먹던 화풍인데, 정작 보니 커리어가 Magna Carta와는 아무 상관도 없었던 Christian Rudd의 그림인지라 의외였다. 물론 잘 알려져 있듯이 Bruce Dickinson 워너비로 유명한 Toni Parviainen의 보컬이 돋보이는 파워 메탈이니 프로그레시브와도 별 상관이 없다. 여기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밴드명이 “The Chemical Wedding”의 그 곡과 똑같다는 게 눈에 보인다. 그러니 개인적인 기대와는 많이 엇나갔던 구매인 셈이다. 웃기는 사실은 그러고 나서 보니 내가 이 앨범 이전에 이미 이들의 데뷔 EP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 다시 들어보니 그 데뷔 EP도 듣고 괜찮다고 생각했던 앨범인데 왜 그렇게 기억이 전혀 없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두뇌 성능 문제였을지도.

앨범은 보통 알고 있는 80년대 Iron Maiden보다는 좀 더 단순하고 직선적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인데, 아무래도 80년대에 태어난 핀란드 사람들의 밴드이다보니 군데군데 핀란드 멜로딕 파워메탈의 스타일이 보인다. 이를테면 ‘October’나 ‘Doors of Resurrection’ 등이 그런 예인데, Iron Maiden 물을 먹은 후배 밴드들이 한둘이 아니다보니 그런 이들 나름의 ‘개성’을 표현했다 싶은 곡들이 오히려 더 평범하게 들리는 게 이들이 처한 역설적인 상황일지도. 아예 Iron Maiden을 그대로 따라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만, 하긴 Iron Maiden이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것도 그리 할만한 선택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쓰고 보니 밴드 본인들도 꽤 답답했겠구나 싶어 조금 안쓰럽기도 하다. 앨범 자체는 괜찮았기 때문에 하는 얘기다.

[Century Media, 2005]

Grey Aura “Waerachtighe beschryvinghe van drie seylagien, ter werelt noyt soo vreemt ghehoort”

greyaura2014Grey Aura는 2016년에 Blood Music에서 이 데뷔작을 재발매했다. 사실 말이 재발매지 2014년에 디지털로만 나온 앨범이기 때문에 피지컬로는 2016년이 처음 발매니 느낌상으로는 2016년에 처음 나온 밴드처럼 보인다. 뭐라고 읽을지 망설여지는 이 앨범은 네덜란드의 탐험가 빌럼 바렌츠의 이야기에 토대한 콘셉트 앨범이라고 하는데… 매우 생소한 이름이기 때문에 이게 블랙메탈에 어울리는 얘기련가 싶지만, 바렌츠 해를 포함해 북유럽 지역을 16세기에 탐험했던 사람이라고 하니(게다가 세번째 항해에서 조난으로 사망했다고 함) 생소할지언정 써먹을 만한 얘기일 것이다(사실 부클렛에 삽화까지 해서 상세하게 이야기를 해 놓고 있기는 한데 그리 열심히 읽어보지 않았다). 하긴 미국 쪽에서 대자연으로 썰 푸는 블랙메탈 밴드가 워낙 많이 나왔던지라 특이할 것도 없겠다.

그런 면에서 보면 사실 Deathspell Omega 이후 많은 블랙메탈 밴드들이 들어버린 달갑잖은 버릇을 전혀 갖고 있지 않으면서 ‘클래식’한 스타일의 블랙메탈을 통해 북유럽 바다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이 앨범은 적어도 2016년 기준으로는 – 지금도 그리 다를 건 없다 싶지만 – 보기 드문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굳이 (비교적)근래의 밴드와 비교하자면 Wolves in the Throne Room이 Dissection 물을 좀 먹은 채로 연주하는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느낌인데, 내 기준에서 이야기꾼으로는 이들이 더욱 뛰어나다. Angantyr를 좀 더 모던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만든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 하긴 블랙메탈 버전 모비 딕을 만들자니 어지간한 재간으로는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묵직한 비트가 기억을 때리는 ‘Een Bevriezende Zee’를 추천해 본다.

[Self-financed, 2014]

WWIII “WWIII”

wwiii1990.jpg개인적으로 이 밴드에는 궁금한 점이 꽤 많다. Vinnie Appice와 Jimmy Bain은 별 말이 필요없을 것이고, Tracy G.도 (나중 일이기는 하지만)Dio에서 기타를 잡을 정도로 구력이 있는 양반들인데 Mandy Lion은 대체 뭐하던 양반이길래 갑자기 튀어나와서 이 멤버들을 잡을 수 있었는지, Bill Metoyer가 1990년에 프로듀스한 앨범인데 레이블은 왜 Metal Blade가 아닌 건지, 어쨌든 이렇게 멤버들을 모았는데 음악은 왜 1990년에 굳이 헤어메탈을 하고 있는 건지 등. 그러니까, 동시대에 접하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설명만으로는 의뭉스러운 구석이 참 많은 밴드인 셈이다. 애초에 저 레이블이 이름만 헐리우드지 헤어메탈이 나올 만한 곳이 아니라는 점도 그렇고.

그리고 사실 제일 신기한 점은 Mandy Lion의 보컬도 굳이 헤어메탈을 할 만한 스타일은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Mandy가 꽤 괜찮은 보컬이라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헤어메탈 밴드보다는 차라리 Iron Maiden(2집까지만) 커버 밴드 보컬에 어울릴 만한 목소리인지라 이 앨범을 듣고 보컬을 좋아했을 사람들이 얼마나 됐을지는 좀 의문이다. 헤어메탈의 가장 마초적인 버전에 가까울 만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면 대략 맞을 것이다. 앨범을 대변할 만한 곡은 ‘Atomic Sex Appeal’이겠지만, 기타의 유려함에 집중한다면 ‘Love you to Death’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구하긴 어렵지 않지만 러시아산 부틀렉이 횡행하는 앨범인만큼 조금은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Hollywood, 1990]

Skitzo “Dementia Praecox”

skitzo2015.jpgSkitzo는 1981년부터 활동을 이어 온 베이 에이리어 스래쉬 밴드이다. 그럼에도 80년대의 스래쉬 밴드! 식의 소개글들에서 거의 이름을 봤던 적이 없는 걸 보면 30년 이상을 이어 온 활동이 적어도 금전적으로 성공적이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표 밴드 식으로 소개되기는 어려울지언정 Skitzo는 그래도 숨은 고수, 정도의 얘기는 들을 자격이 있는 밴드라고 생각한다. 스래쉬 밴드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활동을 시작한 시기가 시기여서인지 음악은 사실 이런저런 장르들이 혼재된 프로토-스래쉬 정도로 얘기하는 게 더 적합할 스타일인데, 음질은 구리구리할지언정 그 스타일들을 허투루 넘기지 않는만큼 듣는 재미가 있다.

“Dementia Praecox”는 그간의 노고를 어떻게 인정받았음인지 내가 접했던 이들의 앨범들 가운데 가장 음질이 좋은데다, ‘World War 666’ 같은 곡에서는 Tony Rainer(Blue Cheer의 그 분)을 리드기타로 세우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Blue Cheer라니 언제적 분을 모신거냐 싶지만 이들의 스타일이 스타일인만큼 묵직하게 잘 어울리고 있는지라 흥미롭기까지 하다. 하긴 앨범 자체가 미발표곡이나 밴드의 예전 곡, 커버곡들을 모아 놓은 앨범인만큼 게스트를 부르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역시 원곡의 힘이 확실한 ‘Ballad of Dwight Fry’의 커버가 가장 기억에 남는 편이다. 충분히 즐겁게 들었다.

[Self-financed, 2015]

Fimbulvinter “Начертаны резы древних заклятий”

fimbulvinter2015.jpg물론 Fimbulwinter를 사려다가 잘못 구해서 내 손까지 오게 된 이 앨범은(생각해 보면 Fimbulwinter가 저런 이름의 신작을 냈다는 착각 자체가 글러먹은 일이기는 했다) 러시아 pagan-black 밴드의 데뷔작이다. 물론 말이 데뷔작이지 밴드는 2009년에 결성했다 하니 충분한 구력을 가진 밴드일진대, 그래서인지 앨범은 이런 류의 밴드들의 통상의 데뷔작들에 비해서는 좀 더 다양한 구성을 가진 편이다. 기본적으로 Immortal 풍의 리프를 쓰는 클래식한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At the Heart of Winter”를 내려고 열심히 프로그레시브 연습을 하는 Immortal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데가 있다. 물론 그만큼 연주를 잘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곡을 직선적으로 짜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인지 꽤 진하게 느껴지는 멜로디라인이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멜로디는 찾기 힘들다. 아무래도 트윈 기타 오블리가토를 너무 복잡하게 짜 넣다 보니 정작 멜로디라인을 잃어버린 부분부분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는 Dissection의 1, 2집을 본받았으면 싶지만 사실 본받는다고 되는 일도 아니니 결국은 그게 결성에서 데뷔작까지 6년이나 걸린 이유였을지도. 그렇지만 러시아 pagan 밴드 답게 포크적인 분위기만큼은 명확하게 잡아내는 편이다. ‘Воронов Стаи’ 같은 곡의 구성은 확실히 다음 앨범을 기대하게 하는 힘이 있…지만, 2018년 현재까지 별 소식이 없으니 그 기대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Symbol of Domination,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