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Live in Moscow”

Asia의 첫 번째 공식 라이브 앨범? Asia가 그 시절의 걸물들만 모아 놓은 슈퍼밴드인 것도 맞고 제일 잘 나가던 시절에는 차트를 호령…까지는 아니어도 의미있는 성과를 보여준 것도 맞지만 이 밴드의 앨범을 “Astra” 이후에까지 찾아들은 사람은 아마 별로 없으려니 싶다. 그래도 1990년에 무려 모스크바 라이브라니 암만 기세가 꺾였을지언정 Asia가 80년대 서구의 록을 대표하는 밴드들 중 하나로 비춰졌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모스크바에서 라이브를 하거나 말거나 Asia가 한국에 올 리는 만무했고 그러니까 Asia의 공연을 간접체험이라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90년대 초중반 이 라이브앨범은 반드시 구해야 할 아이템이었다. 물론 이후 이 밴드의 라이브가 사골 우리는 수준으로 계속 나올 줄 알았다면 그렇게 열심히 구할 필요까지는 없었겠지만 그런 걸 알 수 있었다면 아마 돈 모아서 애플 주식부터 사지 않았을까… 뭐 어쨌든 ‘아시아’냐 ‘에이셔’냐 헷갈렸던 이 밴드명 읽는 법을 John Wetton이 공연 서두에 ‘아시아’라고 확실히 밝혀준 앨범이라는 의미도 덧붙여 본다. 앨범의 퀄리티를 떠나서 꽤 추억이 많은 앨범이라는 생각이 든다.

Steve Howe보다는 아무래도 Mandy Meyer에 가까워 보이는 Pat Thrall의 기타 덕분인지 앨범의 곡들은 원곡보다는 좀 더 심플하게 전개되어 있고, 특히 ‘Don’t Cry’나 ‘Sole Survivor’ 같은 초창기의 곡들은 원곡과 꽤 눈에 띄는 차이를 보여주는데, Steve Howe보다 좀 더 헤비한 연주를 보여주는 탓인지 King Crimson의 ‘Starless’ 연주가 들어 있다는 점이 앨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겠다. 문제라면 그 헤비한 연주를 녹음이 전혀 받쳐주지 못한다는 점인데 특히나 한창 시절의 에너지를 쏙 빼버린 듯한 Geoff Downes의 키보드 연주는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하긴 Asis 앨범 들으면서 파워 찾는 것도 아니다 싶긴 하지만 이런 스타디움 밴드가 이렇게 빈티를 내서는 좀 그렇지 않은가.

[Cromwell, 1990]

Tony Fredianelli “Breakneck Speed”

아직은 그래도 앨범들을 꾸준히 내놓던 시절이긴 했지만 1993년 즈음이면 Shrapnel에서 나오던 기타 비르투오소들의 앨범들은 네오클래시컬의 전형에서 꽤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제일 유명한 사례야 Marty Friedman의 “Scenes”일 것이고) Apocrypha도 1990년의 “Area 54” 이후에는 앨범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Tony Fredianelli가 놀고 있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는지 1993년에 갑자기 Tony Fredianelli의 솔로 앨범이 나왔다. 생각해 보면 Toby Knapp의 “Guitar Distortion”도 같은 해에 나왔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네오클래시컬 기타 비르투오조들을 계속 예전처럼 소개하기에는 어려워진 시절에 Shrapnel이 나름대로 활로를 찾아보려고 한 시도… 였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별 근거는 없는 얘기다.

그렇게 나온 이 앨범은 역시 Shrapnel의 기존의 기타 인스트루멘탈 앨범들과는 꽤 많이 다른 편이다. 인물이 인물인지라 테크닉 자체는 돋보이긴 하지만 Apocrypha 시절의 그 스타일을 기대할 순 없고, 그보다는 좀 더 스래쉬한데 Apocrypha 시절의 음악을 생각하면 의외일 정도로 ‘모던하게’ 스래쉬한 이 앨범이 취향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면서도 ‘Psycho Shemps’의 페달 연주와 ‘Doug’s Doom Circus’의 느릿한(이걸 둠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연주 등은 이 분이 전형적인 메탈 기타에서는 이미 좀 비껴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래봐야 이후 Third Eye Blind에 합류하는 충격적인 행보까지 예상케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그래도 문제작 소리를 듣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다른 걸 떠나서 일단 테크닉만큼은 Shrapnel의 이전 앨범들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다.

[Shrapnel, 1993]

Mastiphal “For a Glory of All Evil Spirits, Rise for Victory”

폴란드 심포닉블랙 밴드. 뭐 보통은 심포닉블랙이라고까지 불리는 것 같진 않지만(사실 그 전에 이제는 이 밴드 얘기 자체를 찾아볼 수 없긴 하지만) Emperor나 Limbonic Art식 노르웨이 심포닉블랙의 그림자가 이 정도로 분명한 음악을 심포닉이라고 부르지 못한대서야 곤란하지 않나 싶다. 애초에 Darzamat의 Flauros와 Abigor가 중심이 된 밴드인만큼 이 음악을 들으면서 머릿속에서 Darzamat을 지우고 듣는 것도 쉽지 않다. 지금이야 둘 다 찾아듣는 이 없지만 Darzamat은 그래도 한 때 국내에서 블랙메탈 듣는다는 사람은 한번쯤 꼭 들어봐야 할 밴드로 추천되곤 하는 밴드였다.

그런데 이런 스타일로 연주하는 폴란드 밴드라면 사실 Darzamat 이전에 Christ Agony가 있었고, Darzamat이 좀 그랬지만 몰아치는 분위기보다는 거칠지만 적당히 리버브 먹이고 분위기 살리는 류의 블랙메탈인만큼 이 음악이 무척 인상적이라고까지는 못하겠다. ‘Winds of Stakes’ 에서처럼 멜로디가 돋보이지만 감출 수 없는 싼티는 적응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조금은 극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뭐 하긴 2024년에 Mastiphal을 찾아들을 이라면 그 정도 싼티에는 단련되어 있을 테니 큰 문제까진 아닐 것이다. Nuclear War Now!가 아직 선구안이 살아있던 2015년에 재발매했으니 구하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

[Baron, 1996]

Camerata Mediolanense “Atalanta Fugiens”

클래시컬 다크웨이브에서 Camerata Mediolanense는 가장 무거운 이름들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야 80년대 중반부터 혼자 이런 음악을 하고 있었던 Ataraxia와 Peter Bjärgö가 이끄는 Arcana 같은 사례들이 있겠지만, 클래식보다는 낭만성 짙은 던전 신쓰에 가까워 보이는 저 둘에 비하면 밴드 편성도 그렇고 좀 더 클래시컬한 스타일을 보여주면서 호전적인 비트로 역동성을 이끌어내는 모습으로 나름의 개성을 보여준만큼 Camerata Mediolanense도 장르를 선도한다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그러니까 사실 이 밴드의 음악을 설명함에 있어 굳이 포스트펑크를 끄집어내는 얘기들은 틀렸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더라도 오해의 여지가 무척이나 짙은 셈이다). 뭐 장르를 선도한다기엔 따라오는 이들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겠지만 그걸 이 밴드들 탓을 할 수는 없으니까.

이 밴드야 데뷔 때부터 이런 스타일 자체는 비교적 일관되게 가져온 편이었지만 그래도 전작인 “Le vergini folli”가 연주보다 보컬 하모니에 좀 더 기울어지면서 그나마의 공격성을 상당히 걷어낸 앨범이었다면 “Atalanta Fugiens”는 밴드의 기존 스타일로 다시 돌아갔다고 할 수 있겠다. 다시금 강해진 퍼커션의 힘은 ‘Corallus’의 위계 넘치는 사운드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 편인데, 미니멀하지만 점차 고조되는 구성으로 힘을 보여주는 ‘Embryo Ventosa’ 도 있고, 확실히 파워풀해야 할 지점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는 현재까지 나온 Camerata Mediolanense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Prophecy가 돈 쓴 티 나는 매끈한 레코딩 덕에 ‘싼티 심한 신서사이저에서 무슨 중세풍이란 말이냐’ 식의 비판도 해당하진 않을지니 그런 걱정을 하는 이라면 이 앨범을 한번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지도.

[Prophecy, 2024]

Michael Moorcock & The Deep Fix “The New Worlds Fair”

Michael Moorcock 얘기가 나왔으니 이 분이 하시던 밴드도 간만에. 물론 이 분이야 작가로서 쌓아올린 커리어가 꽤나 묵직한 분이므로 이 분의 음악 활동을 그만큼 주목하긴 어렵지만 원래부터 Hawkwind 같은 밴드와 공연도 같이 하던 분인만큼 이 분의 음악 활동을 어느 작가의 잠시의 외도 정도로 치부… 하기는 좀 망설여진다. 하지만 록/메탈에서 소드 앤 소서리가 얼마나 중요한 소재인지를 생각하면 엘릭 사가와 이터널 챔피언 시리즈를 반지의 제왕만큼이나 금과옥조처럼 떠받들던 밴드들에게는 이 분이 직접 참여하는 앨범이라고 하면 외도고 나발이고 ‘오오 무어콕 오오!’ 하며 떠받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Michael Moorcock이 자신의 이름을 내세워 내놓은 이 밴드의 멤버들 면면도 그리 만만치 않다. 마치 자기 밴드마냥 대거 몰려온 Hawkwind의 멤버들(Nik Turner, Dave Brock, Simon House, Alan Powell, Simon King 등등)에 Snowy White 같은 거물도 빠질세라 이름을 올리고, Robert Calvert는 본인이 빠진 게 아쉬웠는지 무려 아내를 앨범에 참여시키는 인상적인 행보를 보여준다. 덕분에 음악은 당연할 정도로 Hawkwind의 기운이 강하지만, 그래도 사실 ‘Starcrusier’ 정도를 제외하면 Hawkwind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가는 곡도 없어 보인다. ‘Come to the Fair’의 짤막한 포크록이나 ‘You’re a Hero’의 독한 유머를 섞어낸 컨트리, Simon House의 멜로트론에 힘입어 좀 더 프로그의 전형에 다가가는 ‘Dude’s Dream’ 처럼 생각보다 다양한 스타일들이 있다. 하긴 철저히 Moorcock이 쓴 이야기에 맞춰진 음악이니 그게 반드시 Hawkwind의 스타일일 필요는 없겠다.

그런 만큼 사실 가사를 읽지 않으면 재미는 반감되는 앨범이고, 솔직히 연주만 들어서는 화려한 멤버들의 면면이 조금은 아쉬워지는 수준이니만큼 한 번은 시간 내서 가사까지 읽어보며 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긴 애초에 “Deep Fix”라는 이름부터가 Moorcock의 단편집 제목이니까 말이다.

[United Artists, 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