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yris “Point of Perception”

이게 그렇게 인기있을 만한 이름인가 싶긴 하지만 생각보다 ‘오시리스’라는 이름의 밴드는 자주 보이는 편이다. 그래도 그 중 알려진 것은 아무래도 예전에 한 장 내고 사라진 네덜란드 스래쉬 밴드 Osiris가 있을 것이고, Musea에서 앨범이 나왔던 바레인 Genesis 따라지 프로그 밴드 Osiris도 기억이 난다. 자주 보인다고 하면서 그 중 꼽는 밴드가 한 장 내고 망한 밴드와 바레인 밴드라니 그리 밴드명으로는 좋은 이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Osiris’가 아닌 Osyris로 이름짓고 있는 이 딱히 정보 없는 독일 밴드의 음악은 (꽤 낮은)기대보다는 나쁘지 않다. 굳이 비교하자면 Mind Odyssey류의 프로그레시브 파워 메탈인데, Viktor Smolski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테크니컬한 Jorn Eickenkotter의 기타가 생각보다 귀에 잘 들어온다. ‘Taken by Force’의 밀어붙이는 리프는 때로는 멜로딕 스피드메탈처럼 느껴질 정도인데, 그러고 보니 이 앨범도 Ingo Czaikowski가 프로듀스했다. 스타일도 스타일이지만 Mind Odyssey 생각이 난 데는 다 이유가 있던 셈이다.

사실 특별해 보이는 건 별로 없는 음악이고 밴드인만큼 정규반도 아닌 EP를 굳이 찾아들을 필요까진 없겠지만 음질도 그렇고 음악 자체는 들을만하니 관심있는 분은 한 장 장만해 보심도? 주목은 전혀 받지 못한 덕분에 2000년 EP를 지금껏 한 5유로 정도에는 구할 수 있으니 가성비도 나름 나쁘지 않다.

[Self-financed, 2001]

Viking “Do Or Die”

80년대 Metal Blade에서 나온 그 시절 미국 헤비메탈과 스래쉬메탈의 정전들 가운데 Viking의 데뷔작이 빠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 앨범이 Metal Blade의 그 시절 발매작들 중에서는 가장 과소평가된 사례들에 속한다는 게 사견이다. 하긴 데뷔작이 1987년에 나왔으니 다른 많은 스래쉬 밴드들에 비해 빨리 등장한 편은 아니었고, 그나마도 앨범 두 장이(재결성 이후의 “No Child Left Behind”는 제외하고) 전부였으니 이해할 만한 일일지도?

그렇지만 뭐가 어쨌든 “Do or Die”는 1987년에 등장한 스래쉬메탈 앨범들 중 가장 뛰어난 작품들 중의 하나였다. Brett Eriksen이 기타를 잡고 있는지라 Dark Angel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을진대, 이 앨범에서의 밴드의 질주는 Dark Angel이 “Darkness Descends”에서 보여준 모습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Dark Angel에 비해서는 어느 정도 완급조절을 하는 느낌이긴 한데(때로는 초기의 Pestillence 같은 밴드가 생각날 정도), 밴드는 이런 완급조절을 결국은 절정부를 특히 강조하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빠르지 않다고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마 음질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지금보다 더 유명하지 않았을까? ‘Berserker’는 이들이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음을 입증한다.

밴드 활동 잘 하다가 Ron Eriksen이 갑자기 무슨 신내림을 받았는지 크리스찬 외길인생으로 거듭나는 일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모르긴 몰라도 지금보다는 더 거물이 되었을 것이다.

[Metal Blade, 1987]

Sanvoisen “Soul Seasons”

Sanvoisen은 90년대 그 시절, Noise에서 이따금 나오던 독일 특유의 적당히 프로그하지만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달라 보였던 류의 파워메탈을 연주하던 밴드들 중 하나… 였지만, 그래도 “Soul Seasons”는 비슷한 류의 다른 밴드들보다는 좀 더 프로그레시브한 면모를 강하게 보여주는 앨범이었다. 물론 여기서 프로그레시브라 함은 Dream Theater보다는 Fates Warning이나 Conception에 가깝다. ‘Mindwars’의 보컬 멜로디나 ‘Behind My Dreams’의 분위기 등에서 “Parallel Minds”를 떠올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말하자면 프로그한 접근이 있을지언정 엄연히 파워메탈이었던 “Exotic Ways”보다는 좀 더 프로그레시브라는 레떼르에 어울리는 앨범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 밴드의 강점은 사실 메탈릭한 부분보다는 감성적인 접근에 있다고 생각한다. Vagelis Maranis의 보컬은 나쁘지 않지만 흔히 저먼 메탈에서 기대하는 류의 스타일보다는 좀 더 팝적인 편이었고, 앨범에서 결국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Soul Seasons’의 도입부나 ‘Against the Fears’의 브릿지 같은 Sieges Even풍의 연주였다. 달리 말하면 Sanvoisen 정도로 조금은 잊혀져버린 밴드까지 찾아 들을 만한 메탈바보들이 정작 별로 선호하지 않을 만한 스타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밴드는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곧 문을 닫았고, “Exotic Ways”가 그래도 한 번 재발매되었던 반면 이 앨범은 아직 한 번의 재발매 없이 많은 곳에서 저가 악성재고의 지위를 공고히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덕분에 청자 입장에서 가성비는 무척이나 확실한 앨범이니 그 시절 독일 파워메탈이나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즐겼다면 한 장 장만해 보심도. 저 Vagelis Maranis는 이 밴드 이후 본인 목소리가 메탈은 영 아니다 싶었는지 이후로는 보컬은 때려치우고 Arryan Path에서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다.

[Noise, 1997]

TNT “Intuition”

노르웨이라고 하면 블랙메탈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메탈바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노르웨이 밴드들 중 가장 먼저 친숙해진 밴드라고 하면 TNT를 꼽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지금이야 전성기 멤버도 Ronni Le Tekrø 뿐이고 몇 물 갔다는 거야 확실하긴 하지만 Dimmu Borgir가 암만 잘 나간들 TNT만큼 앨범을 팔았을 리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면 애초에 이만큼 잘 나갔던 노르웨이 ‘메탈’ 밴드가 얼마나 되나 하는 생각도 든다.

“Realized Fantasies” 이후로는 평이 좀 엇갈리긴 해도 이 밴드가 수려한 멜로디와 Le Tekrø의 트리키하게 스타카토 섞은 솔로잉을 잃은 적은 없었는데, 그런 밴드의 앨범들 중 단 한 장만 고른다면 열에 여섯 정도는 이 앨범을 고르겠거니 싶다(나머지 중 둘은 “Tell No Tales”, 나머지는 뭐… 1, 2집 중 알아서). 노르웨이라고 해서 무슨 지역색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멜로딕메탈/하드록, AOR의 전형과도 같은 스타일인데, 특히나 ‘Tonight I’m Falling’, ‘Intuition’, ‘Learn to Love’ 같이 장르의 최정점을 보여주는 곡들이 있으니 나머지가 조금 받쳐주지 못할지언정 아쉽지는 않다.

생각해 보면 TNT가 원래 이만큼 말랑말랑한 밴드는 아니었고, “Knights of the New Thunder”까지는 확실히 파워메탈의 기운이 남아 있었는데, 이랬던 밴드가 말랑해지면서 오히려 평이 더 올라간 사례도 얼마나 됐나 싶기도 하다. 하긴 이 정도의 멜로디를 쓸 수 있는 밴드라면 처음부터 “Tell No Tales”부터의 스타일로 가지 않은 게 잘못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간만에 ‘Tonight I’m Falling’을 틀어놓은 시간이 덥디더웠던 이번 여름 휴가 중 가장 청량했던 순간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Thought Industry와 꼭 비교돼서는 아닐 것이다.

[Mercury, 1989]

Thought Industry “Songs for Insects”

Economist 얘기가 나온 김에 이들도 간만에. 90년대 초반 프로그레시브 스래쉬 얘기를 한다면 나오곤 하는 주요 밴드들의 목록의 말석 정도에는 흔히 이름을 올리곤 하는 밴드이지만 사실 이 밴드는 이 장르를 즐기는 이들이 보통 밴드에게 요구하는 덕목들과는 좀 궤를 많이 달리하는 음악을 연주했다. 테크니컬하고 때로는 절도있는 (Voivod풍의)스래쉬 리프를 보여주긴 하지만 애초에 리프부터가 전형적인 스래쉬와는 꽤나 거리가 멀었고, 묵직함과는 거리가 많이 있었던 드럼, 나쁘게 얘기하면 나사가 몇 개 풀린 게 아닐까 싶었던 Mike Patton풍의 괴팍한 유머감각(달리 말하면 아방가르드)에 적응했던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성싶다.

앨범은 지금 다시 들어도 여전히 괴이쩍은 부분이 많아 보인다. ‘Cornerstone’의 살짝 인더스트리얼 터치 섞인 그루브 메탈의 당혹스러움과 ‘Songs for Insects’의 의외로 프로그레시브한 서사, The Chalice Vermilion’의 스피드메탈식(달리 말하면 ‘펑크적인’) 전개 등은 밴드의 번뜩이는 면모라고 생각하지만 이게 밴드의 의도가 어쨌건 스래쉬 레떼르가 붙은 앨범 한 장에 들어갈 만한 내용들인지? 적어도 이게 그래도 서로 어울리고 있는지? 이런 질문들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는 메탈헤드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청자를 공부하게 만드는 앨범일 것이다.

다음 앨범인 “Mods Carve the Pig: Assassins, Toads and God’s Flesh”가 그래도 좀 더 공격적인 만큼 밴드를 처음 접하기에는 이 데뷔작보다는 좀 더 나아 보인다. 그래도 굳이 신선함을 따진다면 이 만한 ‘스래쉬’ 앨범은 아마도 흔치 않을 것이다. 신선하긴 정말 더럽게 신선하다.

[Metal Blade,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