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 de Nocte “Luctisonus Dolor”

Count de Nocte는 …And Oceans, Arthemesia, Black Swan과 함께 한 때 핀란드 4대 심포닉블랙 밴드! 식으로 알려져 있다….는 소문이 있는 밴드이다. 그런데 말이 4대 밴드지 …And Oceans와 나머지 세 밴드들의 입지를 비교하면 유지현과 김우석(2007년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정도의 차이는 날 테니 큰 기대는 좀 곤란하다. Count de Nocte는 그 ‘나머지 셋’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지 못한 사례일 것인데, 아무래도 Arthemesia와 Black Swan이 이쪽 동네 헤비메탈을 찾아듣던 이들에겐 익숙하진 않아도 이름은 들어봤을 법한 레이블(Native North와 Mastervox)에서 앨범이 나온 반면 이들은 그렇지 못했던 점이 가장 결정적이지 않았을까? 얄궂게도 지금에 와서 제일 레이블답게 돌아가는 곳은 Mad Lion이지만, Count de Nocte가 한창 활동하던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도 밴드의 불운을 보여준다.

“Luctisonus Dolor”는 밴드가 마지막으로 내놓은 앨범인데, 그 시절 핀란드 심포닉블랙 밴드들이 으레 그랬듯 멜로딕 데스의 기운이 강한 리프에 깔끔한 키보드를 내세운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살짝 바이킹 내지는 포크의 기운이 있었던 Arthemesia와 …And Oceans에 비해서는 좀 더 듣기 편한 멜로디에 치중하는 편이고, 그런 의미에서는 Catamenia의 싼티나는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고, 특히나 ‘For My Fleshed Angel’ 같은 곡의 노골적인 멜로디는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팬에게는 거의 멜로딕메탈 수준으로 들릴 것이다. 그렇지만 “Deathcult Armageddon”이 나온 지도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런 스타일을 기꺼워할 이는 많이 남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Wood-cut 스타일의 심포닉블랙을 즐겼던 기억이 있다면 한번쯤 기회를 줘도 괜찮을 만한 앨범이다. Count de Nocte가 낸 (몇 안 되는)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듣기 편한 편이니 굳이 이 밴드에 입문한다면 이게 좋은 선택이 아닐까? 그런데 이 밴드까지 찾아듣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블랙메탈 구력이 있을 테니 또 안 좋아할 것 같기도 하다. 어째 얘기할 수록 참 복 없는 밴드다.

[Mad Lion, 2005]

London “Don’t Cry Wolf”

밴드 이름은 런던이지만 L.A. 출신인 이 밴드는 Nikki Sixx가 Mötley Crüe 이전에 있었던 밴드로도 알려져 있다만(무려 1978년에 결성했다), Mötley Crüe보다는 조금 더 거친 맛이 있는 음악을 연주했다. ‘For Whom the Bell Tolls’의 작곡에 Blackie Lawless가 참여한 점에서도 짐작이 가능하겠지만 Mötley Crüe와 W.A.S.P의 중간격인 음악을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참고로, 이후 W.A.S.P.는 “The Headless Children” 재발매반의 보너스트랙으로 ‘For Whom the Bell Tolls’의 커버를 연주한다). 뭘로 생각해 봐도 영국적인 구석을 찾아볼 수가 없지만 어쨌든 밴드 이름은 런던이었으니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앨범명에 늑대도 나오니 런던의 늑대인간 생각도 나지만 넘어가자.

Kim Fowley가 프로듀서였던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음질은 조악한 편이지만 앨범의 곡들은 1986년 헤어메탈의 완성된 형태를 보여준다. 미드템포이지만 David Carr의 키보드가 확실한 존재감을 부여하는 ‘Under the Gun’이나 ‘Fast as Light’ 같은 곡이 특히 밴드의 출중한 기량을 보여주고, Nadir D’Priest의 보컬 또한 한창 때의 John Bush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뛰어나다. 이 밴드에 수많은 유명인들(Izzy Stradlin, Slash, Fred Coury 등)이 멤버로 왔다갔다했던 건 그런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Beatles를 커버한 ‘Oh Darling’이 원곡의 수려함이 무색할 정도로 좀 깨는 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밴드명은 런던이다. 암만 생각해도 영국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었다.

CD로는 2013년에 한 번 재발매됐는데, 이 재발매반은 어째서인지 커버를 바꿔서 발매되었고 부틀렉 CD들은 오리지널 커버를 살리고 있으니… 굳이 구한다면 둘 다 사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좀 과한가?

[Metalhead, 1986]

Substratum “Stratosphere”

Synaptik과 함께 재고떨이 CD 패키지의 한켠을 장식한 시애틀 헤비메탈 밴드의 EP. 사실 2018년의 “Permission to Rock”이 걸작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출중한 헤비메탈 앨범이었기 때문에 이 EP가 이 패키지에 들어 있다는 게 조금은 의외였는데, 조금 찾아보니 “Permission to Rock”을 내고 겨우 2달 있다가 수록곡 하나 겹치지 않는 이 EP를 냈더라. 그러니까 2집을 내자마자 활동이고 뭐고 아무런 기대 없이 바로 작업에 돌입해서 EP를 냈다는 얘기인데, 불타는 창작열의 발로였을지는 모르겠으나 밴드의 미래에는 찬물을 끼얹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2018년에 해체한 밴드이니, 결국 2018년에 정규앨범과 EP를 하나씩 내고 해체까지 후딱후딱 해버린 셈이다. 이걸 부지런한 밴드의 모습이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각설하고.

음악은 당연히 NWOBHM 스타일의 헤비메탈이다. 컬트였는지 잘 모르겠으나 Divebomb만큼은 컬트라고 주장하고 있는 Satanic Rites의 커버곡이 있다는 점부터가 밴드가 더욱 본격적으로 예스러운 스타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래도 Amy Lee Carlson이 마이크를 잡고 있다 보니 결국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밴드는 Zed Yago이다. 물론 Amy가 Jutta Weinhold보다는 좀 더 순한맛에 가깝다. 그러다가도 ‘Sun Rider’의 Steve Harris풍 베이스라인이나, 아마도 Judas Priest를 의식했을 ‘Lost Shores’를 듣자면 어느 한 밴드를 짚기보다는 그저 80년대 브리티쉬 헤비메탈을 참 좋아하고 연주하는 밴드라고 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

커버의 SF 테마와 이 음악이 잘 어울리는지는 사실 아직 고개가 갸웃거려지지만 듣기에는 충분히 흥겹다. 대체 2집 내고 뭐가 급해서 2달만에 EP를 또 낸 걸까 싶어 뒷맛이 은근히 쓰다.

[Divebomb, 2018]

Synaptik “Justify & Reason”

영국 프로그레시브 파워메탈 밴드. 레이블 광고문구는 Nevermore와 Control Denied, Queensrÿche를 같이 언급하고 있는데, 저 세 밴드가 ‘프로그레시브’ 말고는 음악적 접점이 많은지는 잘 모르겠으니 이런 광고문구는 그리 현혹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 밴드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애초에 레이블의 재고떨이 CD 패키지(30장에 50달러!)에 끼워주는 2017년작 앨범이었으니 첫인상이 좋을 이유는 별로 없다.

그래도 음악은 예상보다 훨씬 훌륭했다. 일단 보컬이 좀 더 순해진 Warrel Dane을 떠올리게 하는 데가 있고, 확실히 ‘Consequences’ 같은 곡의 적당히 스래쉬한 리프는 Nevermore의 소시적에 닮아 있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솔로잉은 절제된 리프 위주의 전개와, 특히 ‘White Circles’ 같은 ‘블루칼라 USPM’식 구성에 건강한 코러스를 얹어낸 곡을 보자면 Queensrÿche를 얘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나름 열심히 뜯어 봐도 Control Denied의 흔적은 도통 찾아볼 수가 없긴 하지만 이 정도면 약속은 꽤 열심히 지킨 셈이다. 사실 후발주자로서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의 성취를 보여준 저 밴드들을 못 따라가는 게 전혀 이상할 일도 아니다.

이 열심히 만든 앨범이 30장 떨이 패키지에 들어가고 있고 밴드 페이스북 페이지는 2017년부터 기복 없이 잠수 중이니 다음 앨범이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기대감만큼은 확실히 안겨주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밴드도 팔자 잘 안 풀리고 있는 셈인데, 코로나도 끝났겠다 소식이 좀 들렸으면 좋겠다.

[The Snakes on Fire, 2017]

Lizzy Borden “Menace to Society”

물론 Lizzy Borden은 좋은 밴드이다. 하지만 Lizzy Borden의 명반 얘기를 할 때 “Menace to Society”를 하는 경우는 나로서는 별로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긴 “Love You to Pieces”나 “Master of Disguise”가 있고, 글램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Visual Lies”가 있으니 이 앨범이 애매해 보였다고 해도 이상할 일까지는 아니렷다. “Love You to Pieces”가 흘깃흘깃 보여주던 스피드/스래쉬메탈에까지 다가가는 면모가 이 앨범에서는 (글램 물을 좀 더 먹다보니) 사라졌다는 점이 80년대 메탈의 세상을 꿈꾸던 천둥벌거숭이 메탈헤드들에게 어필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Lizzy Borden을 글램의 면모를 지울 수 없었던 아메리칸 헤비메탈 밴드라고 할 때 밴드의 앨범들 중 그 중간에 제대로 걸쳤던 사례는 이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데뷔작만큼 스래쉬하지는 않다 뿐이지 에너지는 확실한 앨범이고, 특히나 (밴드가 늘 그랬듯) 호쾌한 스타일의 오프닝을 보여주는 ‘Generation Aliens’와 헤비한 사운드의 ‘Notorious’는 (역시 밴드가 늘 그랬듯)뭔가 엄청난 곡을 약간은 성급하게(그리고 허접하게) 마무리하는 모습까지도 밴드의 여타 앨범들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Love Kills’ 같은 곡의 멜로디는 Lizzy Borden이 다른 앨범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아메리칸 헤비메탈과 헤어메탈의 역사가 가장 절묘하게 만났던 지점들을 꼽는다면 그 중 하나에는 이 앨범이 있을 것이다. 하긴 멤버들 생긴 것만 봐도 헤어메탈답게 화려하지만 헤비메탈답게 전혀 화려하지 않은 얼굴을 만나볼 수 있다. 너무 막말인가?

[Enigma,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