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 from the Soul “To Spite the Gland that Breeds”

Napalm Death 멤버들의 사이드 프로젝트들 중에는 대체 어떻게 라이센스된 지는 잘 모르겠으나 Meathook Seed를 위시하여 그 좁다란 문을 뚫고 한국 시장을 노크했다가 안타깝게도 중고음반시장의 터줏대감이 돼버린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 Shane Embury가 중심이 된 프로젝트였던 이 밴드도 그런 사례에 해당하는데, 애초에 그 이름값에 비해서는 반응이 아쉬웠던 앨범이었던지라 국내에서 망했다고 해서 그리 튀어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라고 해야 하나? 물론 이렇게 얘기하면 밴드 본인들로서는 더 열받을 얘기일 것이다.

사실 이런 반응은 어찌 보면 충분히 예견됐을 일이기는 한데, Shane Embury와 함께 앨범에 참여한 보컬리스트가 Sick of It All의 Lou Koller이기 때문일 것도 있겠지만, 그 듀오가 한 음악이 하필이면 인더스트리얼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똑같이 인더스트리얼 물은 먹었지만 어쨌든 파워풀하기는 했던 Meathook Seed에 비해서도 좀 더 Napalm Death 느낌을 확 지워버린 덕에 기존 Napalm Death의 팬으로서는 듣자마자 본전 생각을 감추기 어려웠겠거니 싶다. Lou Koller 특유의 하드코어 보컬도 사실 묵직함보다는 날렵함에 가까운 스타일인만큼 안 좋게 보려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사실 이 앨범이 그렇게 욕 먹을 만한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일렉트로닉스 등 뭇 메탈헤드들이 거슬렸을 요소들이 넘쳐나지만 어쨌든 앨범의 중심에는 강력한 리프가 있고, 끊어짐 없이 매끈하게 이어지면서도 충분히 힘있는 Shane Embury의 리프도 인더스트리얼 메탈의 통상과는 구별되는 편이다. 오히려 싱코페이션 잔뜩 먹인 리프가 자아내는 긴장감은 Napalm Death의 여느 앨범들에도 쉬이 뒤지지 않을 것이고, ‘On Fear and Prayer’처럼 Napalm Death풍 리프를 일렉트로닉스를 덧씌워 두텁게 재현하는 모습을 보자면 인더스트리얼 핑계로 이 앨범의 힘이 빠졌다고 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적어도 메탈포스 라벨을 달고 나온 국내에서라면 이만큼 가성비 좋은 앨범도 별로 없었을지니 세평이야 어쨌든 나는 꽤 즐겨 들었다.

[Earache, 1993]

Kingdom Come “Live & Unplugged”

Kingdom Come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꽤 그런 편이라고 말할 수 있고 소시적 서울음반이 아마도 비교적 야심차게 라이센스했을(야심이 없었다면 이런 걸 라이센스할 리 없다고 본다) “Twilight Cruiser”가 종로 뮤직랜드 한켠 재고떨이 코너를 호령하는 와중에도 그 앨범을 꽤 자주 들었던 사람이라지만 이 라이브앨범의 커버는 지금도 무슨 생각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렇게 앨범의 내용물과 상관없이 커버에 시원하게 극지방의 풍경을 박아넣은 사례로는 대표적으로 Messiah의 “Extreme Cold Weather”를 꼽을 수 있겠지만 어쨌건 앨범 제목이라도 무지무지 추운 날씨였던 Messiah에 비한다면 이쪽이 더 심각하지 않나 싶다. 국적만 스위스지 헝그리하게 그지없어 보이던 Messiah에 비해 그래도 4-5년 전만 해도 Polydor에서 앨범이 나오던 밴드였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말하고 보니 이 앨범도 스위스 바젤 라이브란다. 스위스가 뭔가 터가 안 좋아 보인다)

그래도 앨범은 꽤나 수준 높은 라이브를 담고 있다. 벌써 문닫은 지 한참 된지라 공연을 실제로 볼 일은 요원한 이 밴드의 유일한 공식 라이브앨범이라는 가치도 있고, 딱히 빛 본 적은 없었지만 밴드의 좋았던 시절이라면 시절일 “Twilight Cruiser”까지의 주요 넘버들을 망라하고 있다는 점도 있고, 애초에 이 밴드의 최대 강점이 Robert Plant의 좋은 점들을 꽤나 훌륭하게 따라가고 있는 Lenny Wolf의 보컬임을 생각하면 Lenny의 목소리가 이 라이브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에너지가 넘치는 라이브라고 한다면 그건 좀 거짓말이겠지만 오리지널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는 듯한 흠잡을 데 없는 퍼포먼스라기엔 부족함이 없다.

다만 2CD의 경우 ‘You’re Not the Only’는 뭐하러 두 번 연속으로 굳이 넣어 두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차라리 ‘Get It On’ 같은 히트곡이라도 끼워 넣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런 센스가 있었다면 이 밴드가 이렇게까지 묻히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드니 그게 팔자려니 싶다. 새삼 좀 아쉽다.

[Viceroy Music, 1996]

Ominous Circle, The “Cloven Tongues of Fire”

새해가 되니까 새해 인사는커녕 메탈 접었냐는 얘기만 날아오길래 잘 살고 있다는 취지로 올려보는 최근작. Osmose에서 2025년 11월에 나와서 한국에 도착한지는 얼마 안 됐으므로 나름의 근황을 보여주는 단편이랄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여기까지 오시는 분들은 모두 새해 무탈하시길 빈다. 각설하고.

이 포르투갈 밴드는 포르투갈 데스메탈의 중요한 이름…이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20년 넘게 활동해 온 나름 거물인 Holocausto Canibal의 멤버들이 참여했으며 2017년에 데뷔작 “Appalling Ascension”을 발매하여 이미 상당한 반응을 얻었다는 게 넷상의 소개인데, 그래도 8년만에 신작이 나온 걸 보면 그 좋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밴드의 그간의 시간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밴드 이름도 이름인지라 저 밴드명을 ‘Omnious Circle’로 잘못 쳐서 찾다가 헤메는 이들도 꽤 많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밴드가 지지부진했을지언정 어쨌든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꽤 대단하면서도 밴드의 실력을 짐작케 해주는 부분일 것이다.

그런 짐작만큼이나 음악은 꽤 훌륭한 편이다. 전반적으로 미드템포의 묵직하면서도 먹먹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데스메탈인데, 그런 면에서는 Incantation 같은 모범사례를 먼저 떠올릴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좀 더 굴곡이 있고 블랙메탈의 기운도 강한 편이며(특히 ‘Writhing, Upturning, Succumbing’) 때로 힘있게 밀어붙이는 부분에서는 Immolation풍의 화끈함을 일견 보여주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최근의 경향도 좀 들었다는 듯 코드를 뒤트는 부분에서는 Portal 같은 밴드들이 잘 써먹곤 하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Utterance of the Formless’ 같은 곡을 듣자면 결국 불끈거리는 리프를 중심에 두고 에너지를 쏟아내는 데스메탈 본연의 미덕이 앨범의 핵심에 있어 보인다. 되게 좋게 들었다는 뜻이다.

[Osmose, 2025]

Josh Dally “Speak Your Mind”

Josh Dally는 신스웨이브 팬이라면 그래도 익숙할 만한 이름인데, 본진인 At 1980보다는 Timecop 1983과의 활동이 그래도 이름을 알린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긴 나온 시점으로 생각하면 그게 그거인만큼 그냥 80년대 AOR스타일을 재현하는 류의 신스웨이브에서 2020년 이후 가장 이름을 알리고 있는 보컬리스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는데, 물론 신스웨이브 자체가 한물간 단어가 되어 버린 지금 이런 소개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 Josh Dally는 Timecop 1983과 At 1980 앨범 외에도 이 한 장의 솔로작을 내놓았는데, 원래부터 AOR에 가까운 음악을 하기는 했지만 이 앨범에 와서는… 그냥 신서사이저가 무척이나 강조되었지만 본령은 Brian Adams 류의 멜로딕 하드록 내지는 AOR에 있는 음악을 한다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물론 Timecop 1983이 손을 빌려준 ‘Take Me Back’은 말할 것도 없고 전반적으로 신서사이저가 중심에 있는 음악이지만, 기타에 베이스에 드럼까지 Josh Dally가 혼자 다 해먹고 있는지라(말이 그렇지 드럼은 암만 들어도 드럼머신 소리긴 하다만) 이 쯤 되면 이걸 1인 멜로딕 하드록/AOR 프로젝트라고 못할 이유는 또 뭔가 싶다. 물론 이런 류의 음악이 흔히 들려주는 후끈한 솔로잉까지는 기대하기 어렵긴 한데(‘Live and Learn’에서 테크니컬하지만 않지만 한 소절 보여주기는 한다), 때로는 좋았던 시절의 Def Leppard를 떠올릴 수도 있을 청량한 톤의 기타는 80년대 중후반 할리우드 영화에서 햇살이 빛나는 해변을 가르는 오픈카를 타고 질주하는 선남선녀(아마도 둘 다 금발 백인이었을 것이다. 그랬던 시절이었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쓰고 보니 Josh Dally가 혼자 다 하는 걸 빼면 At 1980과 사실 크게 다를 건 없다는 게 단점이겠지만 어쨌든 이 이름을 아는 이라면 At 1980도 좋아할 가능성이 높을 테니 큰 문제는 아니겠지 싶다. 어떻게 봐도 확실히 신스웨이브는 한 물 갔다는 게 맞겠지만 그래도 적당히 쉬고 또 활동했으면 좋겠다.

[NewRetroWave, 2022]

Tangerine Dream “Electronic Meditation”

크라우트록 얘기한 김에 좀 더 한다면 (아는 건 별로 없지만) 아무래도 대부분은 브리티쉬 프로그레시브의 열화판에 가까웠을 밴드들 가운데 확실히 거의 이견 없이 인정받은 사례는 Tangerine Dream과 Kraftwerk 정도일 것인데… 당대의 록 팬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이긴 했지만 시작부터 이걸 록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 물음표를 던져줬던 Kraftwerk에 비하면 크라우트’록’을 더 잘 대변하는 것은 Tangerine Dream이라는 게 사견.

특히나 이 데뷔작은 록이라기보다는 앰비언트에 가까워진 “Zeit”부터의 스타일과는 엄연히 구분되는, 기괴한 전자음이 있지만 어쨌든 록 밴드로서의 Tangerine Dream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사실상 밴드의 유일한 정규작이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 앨범에서의 Tangerine Dream은 굳이 크라우트록이라는 용어를 쓰기보다는 무척이나 괴팍하면서도 공간감 넘치는 사이키델릭 록을 연주했고, 그러면서도 일견 클래식의 잔재를 남겨두고 있는 밴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Tangerine Dream의 앨범에서 혼란하지만 화끈한 기타 연주를 발견할 수 있고(‘Reise Durch Ein Brennendes Gehirn(Journey Through A Burning Brain)’) 가끔은 심지어 블루지한 면모(‘Ashes to Ashes’)까지 발견할 수 있으며, 그러면서도 소나타마냥 수미쌍관까지 맞춰주는 앨범의 구성까지 챙겨가고 있으니, 사실 전형적인 록 음악의 팬이라면 Tangerine Dream의 앨범 중에서 이 정도만 들어본대도 괜찮지 않을까? 애초에 모을 생각을 접게 만드는 이 밴드의 미칠듯이 방대할뿐더러 중간중간에 참 듣기 힘든 결과물도 적잖이 끼어 있는 디스코그라피를 다 찾아듣는 건 영 무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말하자면 Tangerine Dream은 이후의 Guru Guru나 Ash Ra Tempel 등의 밴드들의 단초들을 몽땅 담아낸 데뷔작을 내놓고 ‘아 크라우트록 이 정도 했으면 됐지’ 하고 말만 밴드일 뿐 슬슬 전자음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고 하면 과장이 없지 않을지언정 공감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두 번 연속으로 듣기는 쉽지 않지만 멋진 앨범이다.

[Ohr, 1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