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탈의 역사에 대한 책은 많기도 하고 사실 이제 와서 헤비메탈 일반에 대한 역사에 대한 책에 관심 있는 이는 사실 그리 많지는 않아 보인다. 2026년 현재 헤비메탈을 듣고 있고 그 이전부터 계속 들어 왔던 이라면 책이던 인터넷이건 어떠한 경로로든 헤비메탈의 역사에 대하여는 나름 이미 아는 바가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사실 헤비메탈의 입문자이거나 나름 음악을 찾아 들었지만 앨범에 대한 파편적인 얘기 외에는 정말로 아는 게 없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책의 효용성은 꽤 떨어질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의 특이점이라면 그냥 역사가 아니라 장르를 둘러싼 구술사(oral history)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록되지 않은 이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승자라고 하긴 뭣하고 주류적인 시각 정도로 한다면 헤비메탈의 역사에 대한 주류적 시각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나름 웅대한 포부가 깃들어 있지 않을까 기대케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이 책은 일반적인 ‘구술사’ 책과는 무척이나 거리가 멀다. 저자들은 헤비메탈의 ‘주류적’ 역사에서 언급되는 거물 밴드들 외에 마이너한 밴드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거나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사실 그런 밴드들은 앨범 하나 내기도 어려웠을 것이고 서브장르도 아닌 헤비메탈 전제에 대하여 다룬다면 그런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적어도 이 저자 2명의 과업으로서는 말도 안 되는 분량이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저자들은 그런 방식보다는 거물 밴드들의 알려지지 않은 (트리비아에 가까운)이야기들이나 그 주변인들(이를테면 레코딩 스탭들이나 팬들이나), 그네들의 음악이 당대에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등한 이야기들을 더 상세히 풀어낸다. 말하자면 메탈을 좋아하지만 그 밴드와 앨범들과 동시대를 살지는 못한 후대의 팬들이 그 시절은 대체 어땠습니까? 라는 질문이 떠오른다면 들춰볼 만한 책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30여년간 400건 이상의 인터뷰를 수집해 만들었다는 이 책은 둠메탈이나 멜로딕 데스, 프로그레시브 메탈 등 많은 하위장르에 대하여는 아무것도 알려주는 것이 없다(둠메탈이 무려 NWOBHM 챕터에서 잠깐 나오는 수준). 저자의 취향이었는지 Metallica의 빅 히트 덕분인지 그에 비해 스래쉬메탈은 꽤 많은 볼륨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얘기는 가장 차트에서 성공한 밴드들과 덜 히트한 소수의 밴드들에 한정될 뿐이다. 게다가 거물 밴드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중에는 흥미로운 것들도 있지만 굳이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하는 게 더 많은데다(Rob Flynn의 기저귀 얘기라던가), 전반부에 등장하는 헤비메탈 공룡들의 ‘선구자다운 당당함’과 후반부에 등장하는 좀 더 최근의 밴드들의 상대적으로 트렌드 지향적이며 ‘싸가지 없어 보이는’ 모습들의 병치가 무의식적이었다고 느껴지지 않는 지점이 있다. 섹스와 마약 얘기를 들어내면 별로 남는 게 없어 보이는 80년대의 부분은 저자의 기본적인 시선이 어느 쪽에 있을지를 짐작케 하는 부분이 있다.
덕분에 꽤나 자극적이고 맥주와 함께 할 잡담거리로는 최적일 이야기들을 가득 담고 있으니 실용성은 확실하겠지만, 사실 헤비메탈 얘기를 하면서 술 먹을 이들이 별로 없음을 생각하면(애초에 술 먹으면서 굳이 무슨 메탈 얘기란 말이냐) 그것도 생각보다는 제한적이다. 끝내 본전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Katherine Turman & Jon Wiederhorn 저, HarperColl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