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자체가 사실 말이 안 되는 얘기기는 하지만 폭삭 망해버린 네오포크계에 남은 단 하나의 슈퍼스타를 꼽는다면 가장 유력한 답은 아마도 ROME의 Jerome Reuter가 아닐까? Albin Julius는 사망했고, Death in June의 음악이 예전같지 않은지는 한참 지났으며, 업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고른 퀄리티를 유지하던 Sol Invictus도 2018년의 “Necropolis” 이후로는 앨범을 내지 않고 있으니, 거의 이견 없이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앨범들을 여럿 내놓았으면서 지금껏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례를 꼽는다면 ROME 이상가는 밴드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파시스트 혐의 짙은 밴드들로 북적대던 네오포크 씬에서도 보기 드물게 거의 이견 없이 그쪽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겨지는 밴드라는 점도 아마 밴드의 생존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 ‘정치적으로 보기 드문’ 밴드의 행보 중 가장 인상적인 하나를 고른다면 바로 이 앨범일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앨범은 그 명확한 의도 때문인지 밴드의 다른 앨범들에 비해서는 좀 더 직설적인 가사를 담고 있다. 앨범의 구성 자체가 2022년 2월 24일 전쟁의 시작으로부터 시간 순서로 구성되어 있고, 음악 스타일도 때로는 거의 신스팝에 가까워 보이기도 하던 ROME의 그 이전 앨범들에 비해서는 신서사이저의 비중이 줄어들고 좀 더 ‘포크’의 원형에 다가간 편이다. 일렉트로닉의 비중이 높은 ‘The Death of a Lifetime’마저도 그 전개는 사색적인 분위기의 포크에 가깝다.
하지만 앨범이 전쟁의 잔혹성을 감추는 것은 아니다. ‘Eagles of the Trident’처럼 호전적인 비트와 함께 침략자들에 맞서 무기를 들라고 호소하는 모습과, ‘Yellow and Blue’에서 보여주는러시아에 대한 맹렬한 비판은 물론, 이러한 위협이 비단 우크라이나만의 문제가 아님을 역설하는 ‘The Black Axis’ 같은 곡들은 이 앨범의 ROME의 가장 노골적으로 정치적인 앨범임을 다시금 보여준다. 말하자면 ROME 특유의 서정적인 면모를 잊지 않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현실에 대한 각성을 호소하는 앨범이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는 밴드 최고의 문제작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이고, 네오포크라는 장르가 폭망하긴 했지만 죽지는 않았음을 보여주는 앨범이기도 하다.
[Trisol,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