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rik Norlander가 얼마나 인정받는 뮤지션인지는 사실 감이 잘 없는데, 난 이 분이 동화적인 맛은 좀 덜하더라도 영국에 Clive Nolan이 있다면 미국에는 Erik Norlander가 있다…는 식으로 비견될 만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Rocket Scientists는 괜찮은 밴드이지만 그래도 Arena나 Strangers on a Train이 보여준 고점에는 미치지 못하고, 때로는 격정적인 데가 있지만 어쨌든 네오프로그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 Clive Nolan에 비해서는 훨씬 하드록이나 헤비메탈의 영역에 발을 쉬이 담그는 Erik Norlander인지라 이런 비교는 내가 말해 놓고서도 꼭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나름의 록 오페라나 뮤지컬 식의 작품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본인 포지션이 포지션인지라 빈티지 키보드 연주가 상당한 활약을 보여주는 류의 스타일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유사점도 분명해 보인다. 말이 하드록이나 헤비메탈이지 사실 Erik이 그렇다고 파워를 추구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저 적당히 메탈릭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던 Ayreon 같은 음악을 하고 싶었으나 그 정도의 인맥왕까지는 아니었던지라 여건 되는 대로 만들다보니 나온 결과물이 역시나 그만큼 화려하진 않을지언정 Ayreon풍을 어쨌든 담고 있었다… 정도로 얘기하는 게 진실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그런 뮤지션의 스타일이 가장 단적으로 드러난 작품이 바로 “Music Machine”일 것이다. 다른 앨범에서도 어느 정도 그랬지만 이 앨범에서 Erik은 Arjen Lucassen에 밀리지 않으려는 듯 화려한 게스트진을 보여주는데, Mark Boals, Vinnie Appice, Kelly Keeling, Buck Dharma, Gregg Bissonette 등의 이름부터가 애초에 이 앨범이 평이한 네오프로그 앨범과는 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실제로도 프로그레시브한 전개가 없지 않으나 앨범은 Ayreon의 스타일을 좀 더 직선적이고 하드하게 만든 류의 스타일에 가까워 보인다. 특히나 ‘Heavy Metal Symphony’나 ‘Beware the Vampires’ 같은 곡에서 보여주는 네오클래시컬이나 Dio풍 헤비메탈의 면모는 Erik의 다른 솔로작에서도 이 정도로 노골적으로 드러난 적이 없을 것이다. Buck Dharma의 참여도 그렇고 군데군데 묻어나는 Blue Oyster Cult 풍의 하드록이나 ‘When Johnny Comes Marching Home’의 변주 같은 부분을 보면 미국식으로 변주된 네오프로그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한 줄로 정리한다면 록스타를 꿈꿨으나 그 정도로 성공하지는 못한 어느 90년대 프로그 뮤지션이 본인의 꿈까지도 살짝 담아 민들어낸 ‘어느 록스타의 흥망성쇠’ 식의 네오프로그 오페라 앨범… 정도로 이 앨범을 얘기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런 탓에 좀 더 제대로 ‘proggy’한 음악을 원하는 이들은 이 앨범보다는 “Into the Sunset”을 듣는 게 더 나을 것이다.
그래도 난 꽤나 재미있게 들었다. 네오프로그로서 가장 프로그레시브 메탈에 다가간 부류라 할 수도 있겠고, Clive Nolan 얘기로 시작해서 말이지만 “The Crimson Idol” 같은 컨셉트를 적당히 동화적으로 풀어낸 류의 앨범이랄 수도 있겠다. 해서 동의하는 이 별로 없으나 오늘도 Clive Nolan과 Erik Norlander는 사실 그 놈이 그 놈이다… 론을 밀어붙여 본다. 언젠가 한 명은 편들어주겠지 뭐.
[Think Tank Media,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