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Darkthrone의 앨범들을 찾아 들은 김에 이 데뷔작이야말로 정말 오랜만에. 사실 처음 블랙메탈을 알게 되고 이런저런 앨범들을 찾아 들을 때만 하더라도 이 데뷔작에 대한 평가는 밴드의 명성에 맞지 않는 평이하고, 덕분에 이후의 후대들이 듣자니 지루한 구석도 없잖은 데스메탈 앨범 정도였는데, 어느새부턴가 그런 평가는 반전되어 블랙메탈의 구루가 초창기에 내놓은 잊혀진 올드스쿨 데스 명작! 정도로 얘기되는 듯하다. 솔직히 그렇게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기는 하다만 그렇게 주장하는 이들이라 하더라도 이 데뷔작이 이후의 걸작들에 비견될 만하다는 입장은 아닐 테니 본인이 좋다는데 거기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요 하고 반박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니 일단 그런 시각도 있다 정도로 쳐주고 앨범 얘기를 하자면, 데뷔작이라고 하기에는 꽤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멤버들도 Fenriz나 Nocturno Culto 같은 이름이 아닌 멀쩡한 보통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그 와중에도 Fenriz는 가명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Sunlight Studios에서 녹음된 앨범답게 – 물론 기타와 베이스가 너무 약하긴 하지만 – 이후의 앨범들에 비한다면 레코딩도 훌륭하고, 이걸 테크니컬하다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충분히 탄탄한 연주력도 보여준다. 사실 Fenriz의 드럼만 놓고 본다면 가장 연주력이 좋았던 시절은 바로 이 데뷔작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Paradise Lost풍의 음울함이 살짝 묻은 묵직하지만 명백히 스웨디시 데스에 가까워 보이는 리프를 때로는 Nocturnus 정도로 테크니컬하지만 전반적으로 여유 있는 템포를 보여주는 리듬에 얹어내는 이 음악을 데스메탈의 다양한 모습들을 두루 보여줘서 좋다기보다는 어느 하나 제대로 손 대지 못하고 방황한다고 여길 이들도 많아 보인다. 수록곡들은 깔끔하게 다듬어지긴 했지만 밴드의 이전 데모들에서 이미 만나볼 수 있었고, 동시대 스웨디시 데스 밴드들로부터 많은 것을 가져왔음도 분명해 보인다. 리프를 좀 더 Entombed나 Nihilst 식으로 다듬은 Dismember에 적당히 ‘eerie’한 키보드를 얹어내고, 가끔은 Paradise Lost를 넘어 Candlemass 생각도 나는 둠 리프를 섞어주면서 묵직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모습은 ‘Grave with a View’ 같은 나름의 성공사례를 제외하면 나쁘진 않지만 굳이 이 앨범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져준다. 솔직히 1991년에 이 정도 해 주는 데스메탈 밴드는 흔하다고까지는 못해도 이런저런 이름들이 바로 떠오르는 편이니까.

[Peaceville,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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