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말로라도 한국 록/메탈을 많이 들었다고는 말할 수 없고 그나마 들은 중에서도 그거 좋았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었던 사례는 더욱 드문 편이다. 그나마 Black Hole이나 Black Syndrome 같은 밴드들은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앨범도 많이 내놓았으니 이런저런 것들 찾아듣다가 우연으로라도 접할 수 있었으니 사정이 좀 나았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처음 음악을 듣기 시작할 때부터 관련 잡지나 무가지에서 지겹도록 보이던 얘기들 중 하나는 척박한 한국 록/메탈의 환경에서 밴드 하나 활동한다는 것은 정말 너나할 것 없이 어렵다는 것이었으므로 이렇게 얘기하면 필드에서 직접 밴드로 활동하는 분들은 무척 싫어할 듯싶다. 하긴 활동기간은 오래됐지만 이런저런 공연장에서 보았던 Black Syndrome의 모습이 밴드활동을 통해 금전적 성공을 맛본 사례(이런 게 실제로 있긴 한지는 잘 모르겠는데)로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밴드에 대한 소개는 보통 1986년부터 한국 헤비메탈을 지켜 온 뚝심의 밴드라는 투로 보이지만 사실 이 밴드의 음악이 오롯이 헤비메탈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고, 그보다는 하드록이나 때로는 R&B의 기운까지 엿보이기도 하는 음악을 연주했으며 멤버 교체에 따라 스타일도 꽤 부침이 있었던만큼 뚝심의 밴드보다는 다양한 모습들을 시도했던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는 좀더 다재다능했던 밴드, 정도로 얘기하는 게 맞을 듯하다. 그나마 밴드가 좀 더 헤비메탈에 가까워 보이는 음악을 했던 것은 박영철이 마이크를 잡았던 시절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가장 메탈다웠던 것은 가끔은 NWOBHM 생각도 나는 “Fatal Attraction”이라고 생각하지만 밴드의 여정을 생각하면 AC/DC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하드록 리프와 박영철의 쇳소리 섞인 보컬이 꽤 잘 드러났던 “On the Blue Street”가 밴드의 대표작에는 더 가까워 보인다. 내가 AC/DC도 몇 장 말고는 잘 꽂히지 않는다는 게 문제긴 한데 그래도 AC/DC 류의 하드록을 즐기는 이라면 앨범의 많은 부분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AC/DC만큼이나 많이 느껴지는 것이 ZZ Top 마냥 느껴지는 나름의 ‘뽕끼’인데…(거기에 Twistered Sister 한 스푼 정도?) 1991년에 나온 한국 하드록 앨범에 뽕끼가 없는 게 가능했을까?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게 누군가에게는 진입장벽이란 것도 부정할 순 없겠다. 보통 사람들은 ‘개인적인 외로움’을 꼽는 듯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앨범의 백미는 ‘Feed the Power’일 것이고, 이 밴드가 좀 더 하드한 노선으로 나갔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故 박영철 님의 명복을 빈다.

[대도레코드,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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