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licious에서 7인치 EP를 냈던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묵직하다면 묵직한 이름이지만 말이 EP지 저 EP를 포함해서 세 곡만을 남기고 사라져버린 이 밴드의 앨범을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Strid라는 이름을 처음 알았을 때에는 7인치 EP를 모은다는 생각 자체를 못 하고 있었고, 7인치도 돈주고 살만하구나로 생각이 바뀌었을 때에는 이미 Malicious가 망해버린 지 한참 지난 시점이었고, 저 7인치 EP는 DSBM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부터 안 그래도 비쌌던 가격이 더욱 박차올랐으며, Nargaroth가 “Black Metal ist Krieg”에서 ‘End All Life’의 리프를 표절한 이후에는 깨끗한 물건은 1000유로를 호가하는 미친 앨범이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Kyrck이 그 물건들의 퀄리티와 과연 진짜 판권들 제대로 해결하고 재발매를 하는 건지도 의심되는 결과물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살아남은 건 바로 이런 물건들을 손대주는 몇 안 되는 레이블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Strid가 남긴 3곡과, 밴드의 전신이었던 Malfeitor 시절의 모든 곡을 이 컴필레이션 한 장으로 끝내버릴 수 있게 해놓았으니 나 같은 장삼이사로서는 이만한 가성비가 없다.
Strid의 곡들은 DSBM의 시초라는 세간의 소개와는 좀 달리 생각보다 그리 우울한 분위기는 아니고, 특히나 ‘Det hviskes blant sorte vinder’의 역동적인 베이스는 DSBM은 물론이거니와 블랙메탈에서 그리 흔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사실 우울한 분위기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인트로/아우트로의 오르락내리락하는 구성까지 이어지는 갈짓자 마냥 방황하는 분위기?가 Strid를 특징짓는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인데, 덕분에 꽤 명확한 멜로디가 있긴 하지만 청자는 그에 집중하기보다는 곡의 흐름에 따른 분위기를 체험하게 된다. 반면 Malfeitor의 경우 좀 더 원시적인 형태의 블랙메탈에 가까운데, Hellhammer와 초기 Darkthrone의 중간 즈음에 있는 듯한 미드템포의 건조하고 굴곡 없는 스타일이 심심하다고 느낄 만한 이도 많아 보인다. 하지만 Samael의 초창기를 연상케 하는 ‘The Black Castle’처럼 스래쉬적인 흥겨움을 선사하는 곡도 있는만큼 1991년에 시작했다는 이 밴드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야 고개를 끄덕일 정도는 된다. 솔직히 21세기에 와서도 Strid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듣는 이들이라면 어느 정도는 역사책 사는 느낌으로 이 앨범을 사지 않았을까.
[Kyrck,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