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lfclub “Just Drive(Part 2)”

이 앨범도 2021년에 나왔으니 굳이 왜 3개월 차이를 두고 2번에 나누어 연작으로 냈을까 싶긴 하지만 원래 앨범 포맷으로 활동하는 게 꼭 일반적이지 않은 신스웨이브이다 보니 그냥 일관된 컨셉트로 곡들을 만들다 보니 2장 분량이 됐겠거니 싶은 Wolfclub의 “Just Drive” 두번째 파트. 그러니 당연하겠지만 앨범의 방향은 “Just Drive(Part 1)”과 그리 다르지 않다. ‘Flashbacks’의 기타는 전작에서 들었던 그 청량한 톤으로, 오히려 이번엔 좀 더 정교하고 테크니컬한 연주를 보여주고 있다. 단순한 전개에 명확한 멜로디라인을 한 겹씩 두텁게 더해가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짧은 시간 동안에 멜로디를 퍼붓는 점에서는 드라마 주제가로 쓰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Just Drive” 연작 이전의 스타일에 더욱 다가간 곡들도 있다. ‘California Days’ 같은 업템포의 신스팝이나, 때로는 힙합에 가까울 정도의 댄스 플로어 뮤직을 보여주는 ‘Resist’는 멜로디 넘치지만 확실히 AOR과는 약간 거리가 있고, 이 두 가지 스타일을 적당히 조합하고 있는 ‘Crossroads’도 있다. 특히나 ‘Crossroads’는 (조금 싼티나긴 하는 비트만 넘어간다면) 이 두 장의 연작 가운데 가장 ‘아련한 분위기’를 잘 묘사하고 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Dora Pereli의 보컬만큼은 전작보다는 이 두 번째 파트에서 좀 더 절창에 가까울 것이다.

뭐 그래도 결국 멜로디를 퍼붓는 AOR 스타일의 신스웨이브라는 점에서는 결국 두 파트를 달리 볼 바 아니다. 2021년을 빛낸 멜로딕 록 아닌 멜로딕 록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록 앨범이라고 하기 애매하달 수 있지만 결국 청자가 원하는 바만큼은 확실히 보여준다.

[NewRetroWave, 2021]

Marvelous 3 “ReadySexGo”

출근을 앞둔 일요일 밤에 기분전환 차원에서 듣기 좋을 신나는 밴드의 신나는 앨범. 사실 괜찮은 헤어메탈 앨범을 얘기하면 자주 생각하고 권하곤 하고 있는 앨범인데, 그렇다곤 해도 이 밴드가 확실히 헤어메탈 밴드냐? 라고 묻는다면 맞다라고 답하기엔 좀 그렇다. 냉정히 얘기해서 Marvelous 3가 헤어메탈 밴드들과 공유하는 지점이 있다고 할 수 있을지언정 이들을 ‘메탈’ 밴드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분명 멜로딕하고 신나지만 리프는 80년대의 헤비메탈보다는 파워팝에 가깝게 들리고, Mötley Crüe의 유산을 따르고 있지만 동시에 Nickelback이나, 그 외 스케이트펑크에 가까운 모습까지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동시에 예전의 헤어메탈 밴드들이 보여주던 슬리지한 모습 등을 ‘21세기 버전’으로 재현하고 있고, 메탈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유사-메탈’ 정도로 불러줄 만한 사운드는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앨범이 헤어메탈 팬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거의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밴드가 나온 시절이 시절이니만큼 본격 메탈 밴드가 될 수는 없었지만 애티튜드와 스타일만큼은 그 시절 그 밴드들에 전혀 떨어질 것이 없는 21세기의 산물 정도로 칭할 수 있을 것이다. ‘Cigarette Lighter Love Song’만으로도 입증은 충분할 것이다.

[Elektra, 2000]

Dark Suns “Everchild”

Opeth 이후 Opeth를 따라하는(그리고 항상 성공적이지는 않았던) 밴드들은 많았지만 Opeth가 보여준 프로그의 길로 영영 떠나버리는 식의 행보까지 따라하는 밴드라고 한다면 Dark Suns만한 사례를 찾기는 어렵지 않을까? 스타일은 분명 다르긴 했지만 어쨌든 이 밴드가 Opeth를 의식한 음악을 들려줬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고, “Orange”는 “Heritage”의 Opeth처럼 메탈 기운을 쫙 뺀 밴드 나름의 프로그를 들려준 앨범이었다.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Heritage”가 호오가 갈릴 뿐 만듦새 자체에는 의심이 없었던 앨범이었다면 “Orange”는 밴드의 이전 모습을 기억하는 청자들에게는 도대체 의심이 가지 않는 부분이 없을 앨범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Dark Suns는 “Orange”를 통해 아예 프로그의 길로 떠나지 못하고 이 앨범에서 예전의 모습에 가깝게 다시 돌아왔다. 물론 색소폰과 트럼펫, 그리고 어느 때보다도 짙어진 재즈풍은 이 밴드의 프로그 행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지만(이승열 뺨치는 앨범 커버도 그렇고), 앨범 전반에 덧씌워진 조금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걷어낸다면 곡들의 스타일은 “Existence”에서 디스토션을 뺀 정도에 가까울 것이다. 어찌 보면 Porcupine Tree를 많이 듣고 만들어낸 듯한 새로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Tori Amos의 ‘Yes, Anastasia’를 조금은 장황하지만 정교하게 편곡해낸 커버가 이 새로운 스타일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금껏 그랬고 앞으로도 Opeth의 경지에는 절대 이르지 못하겠지만 “Orange”를 제외하면 충분히 들을만한 음악을 들려줬던 밴드였고, 그런 정도의 기대는 충분히 만족시켜 주는 앨범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왕 기존 스타일을 되살린 거 적당한 디스토션도 좀 나왔으면 좋겠다. 메탈바보로서 하는 얘기다.

[Prophecy, 2016]

Aussichtslos “Völlig aussichtslos”

오스트리아 블랙메탈 밴드의 작년 데뷔작. 고로 당연히 생소하기 그지없지만 영어로 옮기면 ‘forlorn, futile, hopeless’ 정도일 저 밴드명과 커버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스타일은 뻔해 보이고, 음악은 그런 예상을 그리 벗어나지 않는다. 적당히 공격적이고 멜로딕한 리프가 돋보이는 블랙메탈인데, 빠르게 몰아치는 부분에서는 Watain 같은 밴드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고, 은근 헤비메탈 리프가 여기저기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좀 더 느려진) Satanic Warmaster가 연상되기도 한다. ‘Des Sommers Tod’ 서두의 블랙메탈 앨범에 끼어 있기에는 이색적일 정도의 헤비메탈 리프를 듣자면 잠깐이지만 무슨 앨범을 듣고 있는 건지 헷갈릴 수도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독일 블랙메탈로 시작했다가 핀란드 블랙메탈로 끝맺는, 어떤 의미에서는 꽤 보기 드문 스타일의 밴드인 셈인데, 하긴 어느 쪽이라도 결국 원류를 거슬러 가자면 “Transylvanian Hunger”가 나올 테니 개성적이라고 얘기하기에는 좀 망설여진다. 그래도 나름대로 탄력적인 – 어디까지나 이 장르에서 그런 편이라는 뜻이다 – 구성에 트리키한 면이 있는 트윈 기타가 있으니 듣는 재미만은 확실하다. 곡을 과하게 늘인다는 느낌만 없었다면 좀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metal-archives에서는 30장 한정반이라는데, 작년 3월에 나온 앨범이 지금도 여기저기서 보이니 이게 맞는 얘긴지 의심스럽다. 잘 팔릴 리 없건마는 30장 팔릴 수준은 아니다.

[Purity Through Fire, 2021]

Miami Riot “Dirty Living in the City”

Miami Riot을 검색하면 1980년의 흑인 봉기 사건이 먼저 등장할 정도로 이 밴드는 그리 유명세를 탔던 밴드는 아니다. 밴드는 1990년의 이 데뷔 EP를 발표하고 2012년에 “Legends Never Die!” EP를 발표하기까지 (활동을 하기야 했지만)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고, 위 EP는 1990년 당시 테이프로만 발매되었던 물건이었는지라 이 앨범을 구입하여 들어본 사람도 생각보다 많지 않았을 것이다. 1990년에 데뷔작을 발표했다는 것도 이들에게는 불운이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EP는 그렇게 파묻혀 있던 밴드를 계속해서 끄집어낼 정도로 에너제틱한 음악을 담고 있었고, (이젠 구하기 쉬워지긴 했지만)Miami Riot은 덕분에 이 EP 한 장만으로 해체하지 않고 오랜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 W.A.S.P.나 Vinnie Vincent를 일견 닮아 있는 거친 리프(특히나 ‘Dirty Living in the City’나 ‘Push Comes the Shove’)를 통해 Motley Crue 풍의 멜로디를 풀어내는데, 덕분에 팝적이면서도 비슷한 부류의 다른 밴드들에 비해 좀 더 묵직한 맛을 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아니, 그런 쪽으로는 비교 대상마저 딱히 찾기 힘들다. 좀 일찍 나왔다면 어땠을까?

…허나 1990년에 이런 음악을 하면서 밴드명을 저렇게 짓는 센스를 생각하면 뜰 팔자는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Self-financed,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