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ghter Death Now “Everything is Gonna be Alright”

홈페이지를 봐서는 정말 살아난 게 맞는지 의문이 들지만 이런저런 곳들의 얘기에 의하면 Cold Meat Industry는 2018년부터 레이블 운영을 재개했다..고 한다. 사실 그 이후 나온 앨범들을 보면 본격적으로 레이블을 다시 한다기는 좀 어렵고, Roger Karmanik이 예전에 내지 못했던 작업물들을 다시 내기 위해 일단 문을 연 수준이 아닌가 싶다. 그 덕분인지 CMI 카탈로그 넘버를 달고 나오지만 레이블 홈페이지에서도 이 앨범을 주문할 수 없고, Tesco 아니면 다른 디스트로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수준인데, 그래도 Brighter Death Now의 앨범이 다시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장르의 팬이라면 구할 이유는 충분하다. 희망차게 다시 시작하는 입장이라 앨범 이름이 저런가 싶기도 하고. 사실 저게 Brighter Death Now의 이미지에 맞는 앨범명은 아니지 않나.

음악은 Brighter Death Now라는 이름에서 흔히 떠올리는 스타일과 대동소이하다. SPK식 인더스트리얼을 좀 더 느긋하게 늘어뜨린 듯한 ‘I Tell the Truth’나, 90년대 스타일보다 좀 더 노이지하면서 마지막의 뜬금 포크가 청자를 당혹스럽게 하는 ‘Prepared for Life with a Knife’, 괴이한 펑크 리프에 어우러지는 리드미컬한 노이즈의 ‘Love Hard’ 모두 ‘데스 인더스트리얼’이라고 부르기는 그럴듯하면서도 조금씩 애매하다. 특히나 ‘Love Hard’는 인더스트리얼보다는 차라리 Thorofon풍의 (살짝 신스팝 섞인)파워 일렉트로닉스에 가까워 보인다. 뭐 그놈이 그놈 아니냐? 한다면 어째서 아닌지 설명하기는 꽤 어려운 과제가 되겠지만 말이다.

Brighter Death Now의 초심자에게는 적당치 않겠지만 재미있는 앨범이다.

[Cold Meat Industry, 2022]

Diamond Rexx “Rated Rexx”

재결성 이후에는 아무래도 90년대풍 스래쉬/얼터너티브의 영향을 지울 수 없는 음악을 연주하였지만 Diamond Rexx가 80년대에 연주했던 음악은 분명히 글램의 분위기를 지울 수 없었다. 물론 Lizzy Borden이나 W.A.S.P.가 연주했던 것처럼 좀 더 헤비메탈의 전형에 다가간 사운드이기는 했지만, Motley Crue의 리프를 좀 더 단순화한 듯한 ‘전형적인’ 스타일의 연주나 섹슈얼한 내용의 가사, (조금 지저분해 보이긴 하지만)80년대 특유의 패션감각 등, Diamond Rexx는 80년대를 지나 온 이런 부류의 밴드들 중에서도 가장 ‘전형’에 가까운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1989년에 이런 앨범을 내놓았으니 그 생명력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Nasti Habits의 Alice Cooper를 닮아 있는 보컬과 이후 Faster Pussycat의 모습까지 예기하게 하는 ‘4 Letter Word’, ‘Sleaze Patrol’ 등의 곡들은 이런 스타일이 90년대에 들어와 그렇게 묻혀버리기에는 아쉬운 면도 분명 많았음을 생각하게 한다. 뭐 저 두 곡을 제외하면 사실 기복이 있는 앨범이지만 L.A Guns 스타일의 흥겨운 코러스에 적당한 그루브는 이 장르가 가장 지갑 두둑하고 승승장구하던 시절과 확실히 닮아 있다. 그런 음악이 지갑을 전혀 채워주지 못했으니 그저 시절을 탓할 수밖에는 없었겠다. 밴드는 1991년에 “Golden Gates” EP를 발표하고, 이후로는 다시는 이런 스타일을 연주하지 못했다.

[Red Light, 1990]

Thor “Rock ‘N’ Roll Nightmare”

“Rock ‘N’ Roll Nightmare(aka Edge of Hell)”, 이 영화가 국내에는 ‘지옥의 늪’ 이라는 이름으로 비디오테입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호러물로 분류되는 것 같기는 한데… 커버의 생김새나 영화 원제나 무게잡고 무섭게 만드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영화였다. 사람들을 손쉽게 죽여대던 외계인이 우리의 근육맨 주인공과 일대일 레슬링을 하던 모습은 어린 눈에도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물론 영화에 대한 평가는 사견이니 오해들 없으시길 바란다). 우리의 주인공 Jon Miki Thor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원래 Thor란 이름으로 밴드 활동을 하던 뮤지션이었는데, 갑자기 웬 바람이 불었는지 1986년부터는 배우 일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하고 Thor를 해체하고 배우로 활동했…다고 한다. 물론 배우로서의 길이 순탄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겠지 싶다. 위키피디아의 필모를 살펴보더라도 1987년의 이 영화 이후에는 2003년의 단편영화까지 아무런 작품이 없으니 남 일이라지만 한숨이 살짝 나온다. 복수혈전 만든다고 연예 활동을 접으려 하던 이경규를 바라보던 주변인들의 느낌이 조금이나마 짐작이 든다.

그렇게 배우로서는 별 메리트 없는 인물이었지만… Jon Miki Thor는 헤비메탈 뮤지션으로서는 충분히 역량을 보여준 인물이었다. 적어도 80년대에는 Thor는 활동하는 동안 거의 매 년 싱글이라도 발표하면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영화가 그랬듯이 곡도 잘 들어 보면 웃기는 구석이 많았지만 들을 만한 튠도 찾아보면 생각보다 자주 나왔다. 이 영화의 웃기는 영상에 은근히 잘 어울리던 헤비메탈이 모두 Thor의 작품이었음을 생각하면(그러고보면 이 앨범이 밴드의 정규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지도) 배우가 되고 싶었던 Jon의 마음을 탓할 수야 없겠지만 아쉬움도 어쩔 수 없다. 자기 말고 The Tritonz도 참여했다고 어필하고 싶었는지 ‘Thor and the Tritonz’라고 커버에 써두고 있지만 Tritonz의 멤버는 Jon 혼자 뿐이니, 그냥 Thor의 작품으로 적어둔다. 음악만 듣는다면 빈말로라도 좋다고 말하긴 좀 어렵겠지만 얼빠진 영상과 함께 즐겁게 듣기는 충분하다.

[La-La Land, 2006]

Madder Mortem “All Flesh is Grass”

Madder Mortem 얘기가 나온 김에. “Mercury” 이후 시절의 탓인지 밴드의 복안이었는지 모르지만 Madder Mortem은 완전히 달라진 음악으로 돌아왔다. 괜찮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결국 The Gathering을 따라가는 많은 밴드들 중 하나였는데 Nuclear Blast로 갔다는 것도 조금은 신기했다. 그래도 “Mercury”가 프로그 물이 아예 없는 음악은 아니었고, The Gathering도 이미 프로그해졌다가 다시 슈게이징 맛을 음악에 들이붓고 있던 시절이었으니 생각하면 말이 안 될 얘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All Flesh is Grass”가 평범한 The Gathering 류의 앨범은 아니다. 뉴메탈을 많이 들었는지 다운 튜닝에 괴팍한 리프가 등장하면서 이게 밴드의 새로운 개성이 되었고, 거기에 은근한 프로그 클래식이 실리는 모습은 2001년에는 확실히 보기 드물었다. ‘Ten Times Defeat’는 “Discipline”에서의 King Crimson을 의식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To Kill and Kiil Again’ 같은 곡에서의 ‘기이한’ 분위기는 이 밴드가 Misanthropy 출신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은 아니었을까? 앨범의 깔끔한 음질이나 리프를 보면 레이블로서는 Madder Mortem에게 제 2의 Lacuna Coil 같은 걸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만, 밴드의 개성은 그와는 상당히 다른 음악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Nuclear Blast와의 계약이 이 한 장으로 끝났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다음에 간 레이블도 Century Media였으니 그 정도면 충분히 잘 간 만큼 서로에게 윈윈 아니었을까 싶다. 그 괴팍함이 기억에 많이 남았는지 Madder Mortem의 앨범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단연 이 앨범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인기 없을 이유가 넘쳐나지만 좋은 앨범이다.

[Nuclear Blast, 2001]

Madder Mortem “Mercury”

노르웨이의 기린아들이 기울어 간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던 사건들 중 하나는 Misanthropy Records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었다. Mayhem은 변했다는 욕을 먹을지언정 음악은 훨씬 무지막지해졌고, Emperor도 늘 그랬듯이 뛰어난 앨범들을 내놓고 있었지만 어떤 밴드들은 확실히 그 전과는 달리 느껴졌고, In the Woods와 Burzum, Ved Buens Ende를 로스터에 가지고 있는 레이블이 망한다는 것은 한창 메탈바보였던 이에게는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Madder Mortem의 이 데뷔작은 내가 기억하는 Misanthropy의 거의 마지막 발매작인데, Misanthropy 발매작답게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좀 더 빈티나는 커버지만 음악은 The Gathering의 한창 시절 박력이 묻어나는 류의 둠-데스가 담겨 있다. 어느 정도 포크적인 패시지에서는 The 3rd and the Mortal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드럼에 리버브 듬뿍 걸어 분위기를 잡는 부분에서는 과장 좀 섞으면 훗날 Alcest 같은 밴드들의 방식도 일견 떠오른다. ‘These Mortal Sins’에서는 나름 박력 있게 달리는 모습도 보여준다. 말하자면 새로울 건 딱히 별로 없지만 그 시절 고딕메탈 레떼르를 달고 잠시나마 주목을 받았던 여성 보컬을 앞세운 둠-데스를 잘 다듬어 내놓은 앨범이랄 수도 있겠다. Agnete Kirkevaag가 마냥 힘있게 밀어붙이지 않고 서정을 보여줄 줄 아는 보컬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그래서였나? Madder Mortem은 Misanthropy가 사라지고, 멤버도 두 명 말고 싹 갈리면서 해체되나 싶었지만 둠의 향기를 꽤 걷어내고 Dream Theater를 살짝 참고한 듯한 헤비 리프로 빈 자리를 채우면서 Nuclear Blast에서 새 앨범을 내놓았다. 2001년이었고, 뭔가 확실히 변했다고 느껴지는 시절이었다. 구해야 할 앨범들이 끝이 없었던 메탈바보가 생각해도 뭐가 달랐다.

[Misanthropy,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