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ny Jansson “Save the World”

범작의 명가 Lion Music은 이름난 스웨디시 기타리스트라고 광고하고 있고 나름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 뮤지션의 가장 최근이자 대표적인 활동 이력을 찾아보면… Twice의 ‘Be OK’의 작곡과 편곡을 맡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트와이스 맞다. 대충 이력을 찾아보니 2007년 Ride the Sky의 멤버로 “New Protection”을 발표한 후 오랜 휴지기를 갖다가 한때 가졌던 락스타의 꿈을 접고 케이팝의 파도에 한 발 담궜던 사례가 아닐까 싶다. 생존은 중요한 일이다.

Benny Jansson의 이 세 번째 솔로작은 그런 뮤지션의 이력에 비해서는 눈에 확 들어온다. 물론 그건 Benny가 아니라 Goran Edman과 Jens Johansson의 이름값 때문이겠지만, 사실 그 둘이 참여한 부분이 그리 많지는 않고 저 둘의 이름에서 흔히 기대하곤 하는 스타일과도 거리가 멀다. Alan Holdsworth 생각이 안 나지는 않지만 ‘Happy Fingers’ 같은 곡에서는 Larry Carlton 생각도 나고, ‘Angry Ant’의 적당히 차갑고 싼티나는 키보드 톤을 듣자면 Liquid Tension Experiment를 좀 더 (많이)심플하고 재즈풍 강하게(그리고 좀 더 빈티나는 음질로) 바꾸면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러다가 문득 튀어나오는 Goran Edman의 목소리를 듣자면 노래는 잘 하는데 굳이 이 분을 이런 스타일 앨범에 참여시켜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 어렵잖고 명쾌한 테크닉이 돋보이는 재즈퓨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딱히 기억에 남을 것 같지는 않은 앨범.

[Lion Music, 2002]

In Gowan Ring “The Twin Trees”

In Gowan Ring은 네오포크라는 장르에서 꽤 독특한 지위를 점하는 밴드라고 생각한다. 적은 인재풀 덕에 많은 경우 밴드들은 많아도 멤버들은 결국 그놈이 그놈인(이런 측면은 사실 블랙메탈보다 네오포크가 더욱 심각하다) 경우가 많은 네오포크에서 다른 밴드의 앨범에 게스트로라도 얼굴을 거의 비추지 않는 B’eirth가 갈라파고스마냥 이끌어가는 밴드이기도 하고, 네오포크의 네임드들 가운데 드물게 인더스트리얼의 기운을 담지 않고 그 빈 자리를 싸이키 포크로 채우는 밴드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이 밴드를 네오포크 밴드라 하는 게 맞긴 한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올 수 있을 만한, 장르의 경계선에 있는 밴드라고 할 수 있다.

데뷔작도 충분히 싸이키하긴 했지만 그런 경향이 가장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이 앨범과 “The Glinting Spade”일 것이고, Donovan이나 Exuma 등 다양한 레퍼런스를 보여주는 후자에 비해 Nick Drake의 그림자가 강한 이 앨범이 그래도 좀 더 ‘전형적인’ 포크에 다가가 있고, 그런 만큼 밴드의 입문작으로는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꽤나 ‘ritual’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Stone Song III’나, 재즈적인 어프로치까지 등장하는 ‘The Twin Trees’ 등 다양한 단면들을 담아내고 있으니 심심하다고 할 것까지는 없겠다. Shayo에서 재발매된 버전에 보너스로 실린 ‘Still Water Bonne’이 앨범의 백미급인지라 보기 드물게 재발매반이 초판보다 더 비싼 앨범이기도 하다. 위 커버 이미지는 Shayo의 재발매반 커버인데, 초판과는 커버가 다르니 유의할 것.

[World Serpent, 1997]

Kayo Dot “Blasphemy”

Kayo Dot은 개인적인 최애밴드들 중 하나는 맞는데 그렇다고 이 밴드가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가, 어떤 곡을 제일 좋아하는가 하는 질문에는 사실 쉽게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후자는 ‘The Manifold Curiosity’라는 유력한 답이 있긴 하지만 그 곡은 사실 지금의 밴드의 스타일과는 많이 다르고, 앨범마다 스타일을 계속해서 바꿔 온 밴드인만큼 사실 이 밴드가 어떤 음악을 한다고 얘기하는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냥 Toby Driver만큼 메탈(과 메탈과 보통 같이 연관지어지는 일련의 스타일들) 관련 뮤지션들 중 꾸준하게 실험과 성과를 보여준 이는 정말 거의 없다, 는 정도만 말하고 가자.

전작인 “Plastic House On Base Of Sky”가 밴드의 앨범들 중에서도 가장 신서사이저에 의존한 앨범이긴 했지만 앨범 제목이 제목이다보나 “Hubardo” 시절의 좀 더 ‘메탈다웠던’ 사운드를 기대하게 되는데, 음악은 헤비한 건 분명하나 밴드의 여타 앨범에 비해서는 확실히 ‘감성적인’ 구석이 있다. ‘Ocean Cumulonimbus’의 쟁글거리는 기타 연주가 그런 앨범의 스타일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는데, 두터운 신서사이저와 함께 구현하는 사이키델리아는 생각보다 꽤 명확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그런 만큼 밴드의 기존 팬들이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아마 그런 분들은 앨범을 관통하는 크루너 보컬 자체를 더 문제삼을런지도), 아마도 ‘Blasphemy : A Prophecy’는 그런 팬들에 대한 약간의 배려 섞인 트랙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서사라는 측면에서는 지금까지의 Kayo Dot의 앨범들 중에서는 단연 이 앨범이 첫손가락이 아닐까 싶다. Jason Byron이 스팀펑크를 열심히 읽고 쓴 모양인지 가사에서도 티가 많이 난다. 호오는 좀 갈릴지 모르나 들으매 재미는 확실한 앨범이다. 하긴 Kayo Dot 같은 밴드에게 특정 스타일을 주문하는 건 별 의미 없을 일이기도 하다.

[Prophecy, 2019]

Gabriels “Fist of the Seven Stars Act 3: Nanto Chaos”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지만 어느새 Ayreon의 이탈리아판 다운그레이드 프로젝트처럼 되어 버린(하지만 인지도 등에서는 감히 Ayreon과 비교할 수 없을) Gabriels의 작년에 나온 북두의 권 3연작 중 세번째. 그래도 Gabriels의 인맥이 여전한지 게스트들도 꾸준히 바꿔나가고 있다. 슈우 역으로 Sabaton의 Tommy Johansson을 초빙하면서 드디어 Beto Vazquez 말고 이탈리아 출신이 아닌 사람이 하나 늘었다! 물론 켄시로의 앞을 막아설 수많은 새로운 인물들의 역할은 역시 이탈리아 보컬들로 한가득 채워놓고 있으므로 그럼 그렇지 싶긴 하지만, 그래도 간지폭풍의 슈우 역을 맡겼으니 나름 큰 맘 먹고 게스트 데려왔나보다 하는 생각도 든다.

음악 스타일은 당연히 part 1, 2처럼 심포닉을 끼얹은 AOR의 기운 살짝 섞인 파워메탈… 정도라고 할 수 있잖을까 싶다. 달리 말하면 북두의 권이라는 원작의 이미지만큼 불끈불끈한 분위기는 사실 좀 덜한데, 일단 심포닉 자체의 싼티를 감출 수 없는데다 80년대를 과하게 재현한 듯 먹먹한 음질(특히 스네어 리버브… 과하다) 때문에 더 그렇지 않나 싶다. 덕분인지 앨범에서 상대적으로 빛나는 곡들은 ‘The Mark’나 ‘Dying for Your Love’ 같은 발라드들이다. 사실 곡들 자체는 꽤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 아쉬운데, ‘Three Days of Night’ 같은 곡은 Fredrik Nordstrom이 손대준다면 정말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원작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역시 앨범의 백미는 보너스트랙인 ‘Ai Wa Torimodose’다. 애니메탈이 이거 연주한 적이 있었나?

[Diamonds, 2020]

Naevus “Behaviour”

슬슬 이것저것 음반 모으는 데 재미를 붙여가기 시작했던 시절 나의 취향을 이끌던 어른은 커버에 변기 나오는 앨범 치고 음악 구린 앨범이 없다는 얘기를 했었고, 아닌 게 아니라 취향의 문제를 떠나서 “Beggars Banquet”를 필두로 커버에 변기 달고 나온 앨범들 중에서 만듦새가 별로였던 앨범은 딱히 기억에 없다. Hunka Munka의 앨범은 커버에 변기를 달고 나온 수준이 아니라 아예 변기뚜껑 커버를 만들어 놓은 덕에 음악 이상으로 많이 팔렸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지만 그 앨범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걸핏하면 싼티나는 심포닉을 과하게 끼얹는 경향이 있는 게 이탈리아 심포닉인지라(물론 선입견이다) 적당히 소박한 맛이 있는 음악도 나쁘지 않았다. 어쨌든 변기는 개인적으로는 신뢰의 표식이다.

그럼 Naevus의 이 앨범은 어떨까? 일단 가사 중간중간에 ‘shit’이나 ‘excrement’가 들리는데다 ‘Chairs Are Men’ 같은 곡에서는 아예 화장실 소리가 나오기도 하니 따지고 보면 변기를 달고 나온 앨범들 중 이만큼이나 화장실과 밀접하게 연결된 앨범은 별로 없지 않을까 싶은데, 화장실 소리를 이만큼 분위기 있게 써먹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포크 넘버 ‘Vision Rushed’이나 The Swans 풍의 음침함에 Joy Division풍의 보컬을 얹어내는 ‘Like Arms’를 듣자면 저 변기와 화장실 얘기들은 지독한 영국식 유머였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가사를 읽어보지 않은지라 그저 짐작일 뿐이다. 엄청 영국적인 네오포크 앨범이라는 정도로 해 두자.

[Operative,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