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ydos “The Little Boy’s Heavy Mental Shadow Opera About the Inhabitants of His Diary”

Vanden Plas의 보컬 Andy Kuntz의 단발 프로젝트…라지만, 사실 Gunter Werno를 제외한 Vanden Plas의 멤버가 전부 참여하고 있으므로 그냥 Vanden Plas의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하지만 또 Vanden Plas는 그 중심에 Gunter Werno와 Stephan Lill이 있는 밴드인만큼 이렇게 얘기하면 밴드 본인들은 손사래를 칠지도 모르겠다. 앨범의 컨셉트 자체가 Andy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3명을 잃었던 경험에서 비롯한 이야기라고 하니 그냥 Vanden Plas에서 Andy가 못다펼친 역량을 뽐내보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하고 보니, 정작 Andy가 이 앨범에서 작곡에 참여한 곡은 ‘Abydos’ 뿐이니 이렇게 얘기해도 좀 머쓱하다. 넘어가자.

음악은 어쩔 수 없이 Vanden Plas를 떠오르게 하고, 특히나 ‘Silence’는 “The God Thing” 이후 Vanden Plas가 항상 깔끔하게 선보여온 류의 미드템포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재차 선보이지만, 아무래도 이름을 바꿔서인지 Vanden Plas의 앨범보다는 좀 더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덕분에 Ayreon이 클라이맥스에 Vanden Plas의 멤버들을 배치하고 앨범을 내놓는다면 이러려나 싶은 부분이 있다. ‘Abydos’의 조금은 느슨한 심포닉은 Ayreon이 “Into the Electric Castle”에서 선보인 그리 세련되지만은 않은 유사-스페이스록의 느낌도 엿보이는데, Dream Theater류와 이 앨범을 구분짓는 강력한 개성이기도 하지만, 이 장르에서 심포닉의 미덕은 이런 것과는 좀 다르지 않나.

[Inside Out, 2004]

Ossian “25 Éves Jubileumi Koncert”

헝가리의 프로그레시브 록을 세상에 알린 밴드가 Omega라면 헤비메탈을 알린 밴드는 바로 Ossian이다…라는 정도가 흔히 보이는 세평인데, 데뷔작이 1988년에 나온 밴드인 걸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띄워줄 게 맞는가 싶다. Master’s Hammer가 데뷔한 것도 1987년이었으니 아무리 그 시절 동구권이라도 이 정도 스타일은 이미 낯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어쨌든 80년대 중반 활동을 시작했고 소시적엔 Iron Maiden 투어 오프닝을 담당했던 헤비메탈 밴드가 지금까지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 오고 있으니 대접받을 자격은 충분하다. 일단 25주년 라이브 앨범이 나올 수 있는 메탈 밴드 자체가 그리 흔치 않은 것도 분명하고.

음악은 그 시절 많은 밴드들이 그랬듯 Manowar의 “Battle Hymns”(와 약간의 Accept)를 분명 의식했으나 그만큼 근육바보 컨셉트를 취하기는 부담스러웠고 결국은 힘찬 리프 위에 가사는 뭔가 김빠지는 로큰롤 얘기가 주를 이루는 스타일의 헤비메탈이다. 그래도 ‘Rock and roll Demon’ 같은 제목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딱 예상대로 가는 진행으로도 꽤 흥겨운 곡을 들려준다는 점은 밴드가 이런 전형성을 어쨌든 오랜 세월 잘 가다듬어 왔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문제는 고음도 없고 암만 양보해도 노래 잘한다고는 해주기 어려울 Endre Paksi의 보컬인데, 헝가리에서는 노래 못하는 Paksi는 거의 밈에 가깝다고 하니(이를테면 드럼 못 치는 Lars Ulrich같이) 그 동네에서는 다 이해되고 넘어갔는지도. 그 보컬만 적응하고 넘어간다면 그래도 흥겹게 들을 수 있는 라이브다.

[Hammer, 2011]

Symphony of Grief “Our Blessed Conqueror”

소시적 블랙메탈의 (좋은 쪽 나쁜 쪽 모두에서)유명 레이블 Wild Rags의 나름 빛나는 카탈로그 가운데 비교적 눈에 덜 띄는 필라델피아 데스메탈 밴드. 하긴 그래도 Wild Rags 정도나 됐으니 이런 밴드들도 그 시절 받아줄 수 있었다고 하는 게 더 맞겠지만… 그래도 Incantaion류의 음습한 데스메탈을 나름의 개성으로 흥미롭게 연주할 수 있었던 밴드였으니 카탈로그 한켠에 조용히 끼어 있던 이름없는 밴드 #1 정도로 넘기기는 확실히 아깝다. Wild Rags 카탈로그에서 눈에 띄려면 Blasphemy나 Nuclear Death 등을 눌러야 했으니 Symphony of Grief의 입장에서는 애초에 안 넘어갈 나무이기도 했고.

Incantation 얘기도 했지만 90년대 초-중반의 둠메탈과 데스메틀의 경계에 느슨하게 걸쳐 있는 음악을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Incantation보다는 좀 더 스트레이트함에 의존하는 면모가 있다. 그러면서도 드러머가 아니라 드럼머신을 이용한 사운드가 일반적인 데스메탈보다는 사실 Godflesh 같은 밴드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아무래도 스트레이트하면서도 밴드의 음악에서 ‘음습함’ 이 느껴지는 데는 그런 원인도 있다고 생각한다. 빠른 부분에서도 밴드의 연주는 템포가 빠르다는 점 외에는 일반적인 데스메탈의 컨벤션과는 좀 벗어나 있다. ‘Wars of Vengeance’의 은근한 슬럿지스러움은 이유가 있는 셈이다. 거기에 신서사이저 소품 ‘Spectral Voice’까지 끼어들면 앨범은 좀 더 다채로워진다. EP인데 꽤 많은 모습을 맛볼 수 있다.

…뭐 하긴 이게 밴드의 마지막 앨범이었으니 그래야만 했을지도. 무난하다.

[Wild Rags, 1995]

Mgla “Age of Excuse”

전형적인 블랙메탈 밴드라는 사실이 이제는 고리타분한 것처럼 얘기되는 시절이 돼버린 듯하지만 그래도 소위 ‘포스트 블랙메탈’ 밴드들을 제외하면 현재 누구에게나 이견 없이 호평만을 얻어내는 블랙메탈 최고의 슈퍼스타는 Mgla가 아닐까…하는 게 사견이다. 아무래도 Mgla보다도 잘 팔리는 밴드들(이를테면 Deathspell Omega)은 적어도 누군가에게는 ‘트루’가 아니라거나, 아니면 아예 블랙메탈이 아니라거나 하는 볼멘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달리 말하면 그래도 ‘정통적인’ 형태의 블랙메탈을 연주하는 밴드들 중에서는 Mgla만큼 잘 나가는 밴드도 아마 없을거다.

“Age of Excuse”도 충분히 훌륭하다. “Exercises in Futility”가 워낙에 평들이 좋았으므로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는데, Darkside의 드럼은 전작보다 좀 더 복잡해지는 양상을 보여주곤 있지만 어쨌든 스타일은 그대로다. ‘Age of Excuse III’처럼 Mgla가 Kriegsmaschine 특유의 ‘계산된 카오틱’스러운 맛을 의도했는지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곡도 있긴 하지만, 결국 귀가 따라가는 곳은 특유의 서사가 돋보이는 ‘Age of Excuse VI’인 걸 보면 앨범의 강점 또한 분명하다.

Mgla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덜 전형적이긴 하겠지만 엄연히 클래식한 스타일의 ‘웰메이드’ 블랙메탈이다. Mgla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그냥 딱 기대만큼의 앨범이랄 수 있을지도.

[Northern Heritage, 2019]

Bosse-de-Nage “Bosse-de-Nage”

Profound Lore로 레이블을 옮기면서 본격 Pitchfork 꼭 챙겨보는 힙스터들이 좋아하는 블랙메탈(이라기보다는 사실 스크리모) 밴드로 거듭나기 시작한 Bosse-de-Nage의 시작은 그런 모습과는 꽤 달랐다. 물론 그래도 처음부터 전형적인 블랙메탈과는 거리가 있는 밴드였다. 아무래도 알프레드 자리의 소설에서 이름을 따 오는 밴드의, The Flenser에서 발매된 앨범에 전형적인 블랙메탈을 기대하는 건 좀(사실은 많이) 바보같은 일이다. 웹상에서 확인되는 내용에 따르면 밴드 본인들도 이 데뷔작에서 자신들의 문학적 소양(보들레르나 로트레아몽 등)을 마음껏 과시하고 있기도 하다. 정작 부클렛에는 일언반구도 없으니 장담은 못하겠다만 넘어가고.

어쨌든 앨범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좀 더 미니멀하고 괴이하게 리프를 뒤튼 Darkthrone이니 블랙메탈이라 하는 게 맞겠지만, 그래도 ‘Marie’의 둠 메탈을 좀 찾아들은 Joy Division 같은 리프나, 때로는 Altar of Plagues(특히 “Teethed Glory & Injury”) 같은 Pitchfork가 사랑하지만 의외로 좀 더 전형적인 부류의 블랙메탈을 예기하는 모습은 이 밴드를 많은 포스트-블랙 밴드들이 참고했을 것임을 알려 준다. 그래도 그 괴팍함이 가끔은 Peste Noire의 모습을 떠올릴 법한 구석도 있는지라 어쨌든 이 앨범을 좀(사실은 많이) 괴이할지언정 블랙메탈이라 부르는 데는 이의가 없다. ‘Van Gogh Cooks His Hand’ 같은 곡명에도 불구하고. 안 그래 보이겠지만 이거 칭찬이다.

[The Flenser,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