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izoid Lloyd “Virus”

Schiziod Lloyd에 대해 알려져 있는 건 아직까지도 별로 없다. 기껏해야 2007년부터 활동해 온 네덜란드의 6인조 프로그레시브 밴드라는 정도. metal-archives에서는 Rob Acda Award에서 수상한 밴드라고 소개하고 있으나… 수상하다고 써놓은 거 보면 쓴 이도 이거 써봐야 누가 알겠냐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저 상을 탄 덕분에 Ayreon 등의 프로듀스를 맡은 Oscar Holleman(문득 Ayreon의 앨범을 Arjen Lucassen이 프로듀스하지 않았다는 게 놀라워진다)의 도움을 얻어 이 데뷔 EP를 낼 수 있었다니 밴드로서는 어쨌든 뜻깊을지 모르겠다.

간단히 얘기한다면 ‘모던 프로그레시브’겠지만, 사실 Kingstone Wall풍 중동 스타일의 연주와 Wolverine 류의 꽤 느릿느릿하고 복잡한 프로그레시브 메탈 연주가 같이 튀어나오는 앨범인만큼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코러스나 앨범의 공간감은 프로그레시브도 아니라 Dead Can Dance류에 더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러면서도 클래식한 부류의 프로그레시브 록의 ‘필수 요소’같은 모습들도 자주 보여준다는 점이다(이를테면 ‘Nothing Left’의 해먼드 오르간 연주랄지). 말하자면 그런 필수 요소들을 컨벤션과 벗어난 방식으로 배열하는 밴드인 셈인데, 풀어내는 모양새가 꽤나 매끄러운지라 인상적인 앨범이다. 이후 “The Last Note in God’s Magnum Opus”의 놀라울 정도로 막 나가는 모습을 예기하게 하면서도, 그 앨범과는 판이할 정도로 물 흐르듯 들을 수 있는만큼 밴드의 입문작으로는 최적일지도.

… 뭐 앨범 두 장 나온 밴드의 입문작을 굳이 꼽는다는 게 웃기긴 하지만 말이다.

[Self-financed, 2009]

Tristitia “Reminiscences Of The Mourner”

괜히 Tristania와 이름이 비슷하게 생겨서 많은 오해를 사곤 했던 이 스웨덴 밴드는 어쨌든 Candlemass의 스타일을 이어 가긴 했지만, 90년대 중반에 블랙메탈과 둠메탈을 뒤섞은 스타일을 연주하면서 노르웨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 물론 그 시절에도 스웨디시 스타일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Dissection을 위시한 그 시절 밴드들을 생각해 보면 스웨덴 밴드가 데스메탈 물을 별로 먹지 않은 리프를 연주하는 건 그리 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그 블랙메탈스러움 덕분에 이 밴드는 가끔은 아마도 팔자에 없었을 바이킹 소리까지 들어가며 지금껏 앨범을 발표해 오고 있으니, 그래도 동시대의 다른 스웨덴 밴드에 비해서는 꽤 괜찮은 – 물론 상대적인 얘기로 –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그래도 이 두 번째 데모까지는 밴드가 아직 블랙메탈 물을 별로 먹지 않고 좀 더 클래식한 둠 메탈 밴드였음을 엿볼 수 있다. 무려 Devil Lee Rot으로 빛나는 활동을 보여준 Thomas Karlsson의 이따금 등장하는 래스핑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Candlemass를 충실히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클래식한 면에서는 데뷔작보다는 오히려 이후의 “Crucidiction”에 더 비슷하다. 실제로 데모의 처음과 마지막 곡은 “Crucidiction”에 수록된 곡이기도 하고. 말하자면 밴드 최고의 걸작인 “Crucidiction”의 스타일은 사실은 이미 데뷔작 이전에 상당부분 완성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데모가 이 정도면 음질도 훌륭한 편이다. 문제라면 내 머리엔 이미 Devil Lee Rot의 개그맨 이미지가 잘 박혀 있다는 점인데… 하긴 Devil Lee Rot도 음악은 좋았으니까.

[Self-financed, 1994]

Angelo Branduardi “Si Puo Fare”

뭐 어떻게 포장을 하더라도 Angelo Branduardi의 앨범들 중에서 그리 돋보이지 않는 앨범인 건 분명해 보인다. Angelo의 앨범을 찾아 듣는 이들이 흔히 기대하는 음악이 아무래도 데뷔작의 적당히 뒤틀린 프로그레시브나 “Cogli la Prima Mela”의 적당히 중세적이면서 산뜻한 포크라고 한다면(아니면 양희은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중세풍을 완전히 걷어낸 건 아니지만 이 앨범의 컨트리 블루스풍 연주는 칸초네 문외한의 귀로서 짐작하더라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데가 있다. 뭐 그래도 덕분에 칸초네 문외한으로서 접하기는 그만큼 손쉬운 앨범이지 않을까 싶다. Paolo Frescura가 들려주는 이탈리안 트로트에 적응하기가 꽤 어려웠어서 하는 얘기다.

“Si Puo Fare”는 내가 처음으로 접한 Angelo의 앨범이기도 한데, 덕분에 범람하는 이탈리안 싱어송라이터들 가운데 Angelo의 음악을 이후 찾아들을 이유를 찾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민스트럴을 벗어난 오롯한 ‘팝송’을 듣기에는 Angelo의 앨범 중 이만한 것도 없잖을까 하는 게 사견. 중세풍을 적당히 후끈한 기타와 함께 녹여낸 타이틀곡도 그렇지만, Angelo풍 멜로디를 아코디언 얹은 블루스풍으로 풀어내는 ‘Forte’도 꽤 즐겨 들었다. ‘Indiani’쯤 되면 이 정도면 U2가 커버해도 이상하지 않겠다 싶을 정도인데, 아니 그 시절 감성터치는 다 어디로 갔냐! 하고 마냥 폄하하기에는 흥겹게 들을 구석이 많다. 일단 앨범 제목이 ‘You can do it’인데 미간 찌푸리고 감성 한 구석을 자극하기를 기대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EMI, 1993]

Enslaved “Utgard”

사실 Enslaved는 적어도 “Below the Lights”부터는 블랙메탈보다는 본격 프로그 밴드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주었고, 20세기에 연주했던 바이킹의 기운은 (간혹 리프에서 묻어나는 사례는 있었지만)이후로는 거의 사라져 버렸다. Amon Amarth를 마치 바이킹메탈의 전형적인 사례처럼 얘기하곤 하는 요새를 생각해 보면 애초에 Enslaved의 바이킹메탈은 근육 불끈불끈 스타일과는 좀 거리가 있는 편이었고, 그나마 그런 바이킹 물마저 거의 다 빠져 버린 21세기의 Enslaved를 바이킹메탈이라 소개하는 건 그리 적절한 설명은 아니다. “Below the Lights” 이후의 Enslaved는 바이킹보다는 Pink Floyd 얘기를 덧붙이는 게 더 어울리는 밴드다.

그런 면에서 “Utgard”는 간만에 바이킹…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포크 바이브가 꽤 강하게 – 아무래도 앨범 소재가 소재이다보니 – 들어간 Enslaved의 앨범이고, ‘Fires in the Dark’ 같은 곡에서는 기본적으로 멜랑콜리하고 꽤나 괴팍하긴 – 가끔은 Ved Buens Ende 수준 – 하지만 그래도 땀냄새 묻은 바이킹의 인상도 만날 수 있다. 그러다가도 ‘Sequence’나 ‘Urjotun’의 일렉트로닉스를 마주하면 그래 이 분들이 바이킹은 아니었지…하는 현실을 다시 깨닫는다(“Isa” 생각이 많이 나기도 한다). 사실 ‘Sequence’의 댄스 그루브는 좀 당혹스럽기까지 한데, 그래도 ‘Flight of Thought and Memory’의 Enslaved 클래식은 그렇게 당황한 팬들을 다시 불러모으기에 충분하다. Ivar도 있지만 다른 멤버들의 클린보컬도 간지로는 떨어지지 않음을 알려주는 코러스들도 귀에 남는다. 이래저래 참 많은 모습들을 흥미롭게 담아낸 앨범인 건 분명하다.

[Nuclear Blast, 2020]

Azazel “The Night of Satanachia”

지금은 Werewolf Records에서 앨범을 내고 있는 Azazel의 데뷔 EP. 뭐 데뷔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그리 두드러질 것까지는 없는 블랙메탈을 연주한 밴드답게 그리 평가가 높진 않지만 이 EP만큼은 (물론 비싸진 않아도)생각보다는 많은 이들이 찾아다니는 앨범이다. 물론 밴드보다는 레이블 덕인 부분이 더 많을 것이다. Miscarriage Records에서 나온 몇 안 되는 오리지널 발매작인 것도 그렇고, 특급 개그맨으로서의 재능을 은근 보여주는 절륜한 커버아트이지만(일단 앨범명부터가 ‘Night’가 ‘Right’로 보인다. 폰트부터가 정말 탁월한 센스를 보여준다) 우리는 이미 경험을 통해 저런 커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괴이한 취향의 소유자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해서 그렇지 사실 이런 모습들은 90년대, 별 향상심 없는 수많은 블랙메탈 밴드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것들이고, 덕분에 우리는 들어보지 않아도 이들의 음악 스타일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며, 그 예상도 벗어나지 않는다. 핀란드 밴드이지만 노르웨이풍의 리프를 구사하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겠지만(베이스가 강조된 레코딩이라는 것도 특징일지도), 이 시절(1996년)에 독자적인 리프의 블랙메탈을 들려준 핀란드 밴드를 떠올려 보면 사실 많지 않으니, 전형적인 노르웨이 블랙메탈이라고만 해도 괜찮잖을까 싶다. 그래도 간혹 Marduk 생각이 나는 Lord Satanichia의 ‘전형적인’ 스타일의 하이 피치 보컬은 이 시절 블랙메탈에 추억이 있는 이들에게는 확실히 반갑게 들릴 것이다. 대체 왜 넣었을까 싶은 인트로와 아우트로를 빼면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게 들었다.

[Miscarriage,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