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roted “In the Court of Nylarthotep”

앨범명부터 프로그레시브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이 데모는… 물론 프로그레시브한 구석이 있는 데스메탈이다. Nocturnus나 Demilich를 좀 더 스트레이트하게 만든 듯한 리프 – 말하고 보니 그럼 Timeghoul 아닌가? – 를 주무기로 하지만 곡의 전개는 사실 플로리다 스타일에 가깝다. 육중하면서도 쉴새없이 복잡한 리프를 긁어대는 모습에서는 Morbid Angel이나 Bolt Thrower(특히 “Realm of Chaos” 시절)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벌써 이 짧은 문단에서 등장한 밴드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꽤나 테크니컬하지만, 근래의 테크니컬 데스와는 차이가 있는 음악임이 엿보인다.

그래서인지 근래의 테크니컬 데스 밴드들의 많은 그저 그런 앨범들에서 보이곤 하는 곡과 동떨어져 혼자 노는 리프들을 이 데모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Nocturnus의 모습이 떠오르는 리프들이 복잡하게 어우러지면서 Nylarthotep의 이름에 걸맞는 코즈믹 호러를 구현하려는 모양새가 꽤 인상적이다. 사실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런 의도가 성공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데모의 분위기는 다른 여느 데스메탈 밴드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데가 있다. Blood Incantation과 분명 다르지만, 그 방향성에 있어서는 같이 다뤄질 만한 밴드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내가 들은 중에는 2016년 최고의 데모.

[Self-financed, 2016]

Macabre “Dahmer”

11월 1일은 이미 돼버렸지만 10월 31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앨범이 나온지 10월 31일로 딱 20년이 됐더라. 뭐 1984년부터 이어진 오랜 역사의 밴드이긴 하지만 솔직히 Macabre를 데스메탈 역사에 남을 만한 밴드라고 하기엔 어렵겠고 앞으로도 불멸의 클래식 같은 것과는 거리가 매우 멀 밴드라고 생각하지만, 플로리다를 중심으로 한 미국 데스메탈의 역사에서 뜬금없이 일리노이에서 튀어나온 개성 만점의 약방의 슈퍼감초… 정도의 밴드로는 충분하고, 그런 정도로는 앞으로도 계속 얘기될 만한 밴드라고 생각한다. 일리노이 출신 최고의 데스메탈 밴드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는데… 찾아보니 Paul Speckmann이 일리노이 출신이므로 그냥 슈퍼감초 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가자.

뭐 어느 앨범을 골라도 연쇄살인마 컨셉트로 밀고 나가는 음악이지만 그래도 밴드의 최고작을 고르자면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인데, 앨범명이 말해주듯 Jeffrey Dahmer의 유년기부터 마지막까지 유쾌함을 짙게 섞어서 풀어나가고 있는지라(특히나 ‘In the Army Now’나 ‘McDahmers’) 데스메탈에 대한 일반의 이미지와는 꽤 다른 음악이다. 그러나 Dennis the Menace의 드럼에 실린 Corporate Death의 스래쉬 리프가 탁월한 데스메탈로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이 앨범이, 말하자면 프로토-데스에서 데스메탈의 발전된 형태까지 모두 매끄럽게 담아내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80년대 초반 데스메탈의 초창기에나 할 법한 스타일을 지금껏 유지하면서 이런저런 신조류들을 조금씩 받아들인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 담금질했을 정교한 연주력은 덤이다.

[Decomposed, 2000]

October 31 “Bury the Hatchet”

10월 31일이 됐으니 잊혀진 계절을 듣기에는 좀 그렇고 별 생각없는 메탈헤드가 꺼내들기에는 이만한 이름도 별로 없을 King Fowley의 헤비메탈 프로젝트. 물론 Deceased로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솔직히 King의 드러머로서의 이름값보다는 컬렉터(겸 레이블 사장)로서의 이름값이 훨씬 높을 것이므로 이런 사이드 프로젝트 몇 개 있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말하자면 어우 나 이런 거도 듣고 싶은데 왜 도통 앨범이 안 나오지? 안 나오니까 그냥 내가 하나 만들자 식의 수순으로 나온 프로젝트인데, King의 송라이팅 솜씨가 있다보니 앨범까지 나오게 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Deceased가 헤비메탈의 기운을 머금은 데스메탈이라 한다면 October 31은 헤비메탈과 데스메탈의 비중을 뒤바꿔놓은 Deceased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Lääz Rockit부터 Iron Maiden, 초창기 NWOBHM까지 다양한 스타일들을 리프에서 녹여내는지라 스타일의 ‘다양성’만큼은 Deceased 이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렇게 풀어내는 리프가 또 듣자니 솔깃한지라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심플하게 나가는 앨범이지만 메탈헤드라면 듣는 재미만큼은 확실하다. 서로 상반된 스타일의 기타를 병치시키는 모습이 돋보이는 ‘Down at Lover’s Lane’이나 Stever Harris풍의 ‘그루브’를 보여주는 ‘Arsenic on the Rocks’를 즐겨 듣는다. 뭐 말하고 보니 October 31의 앨범마다 이런 곡 한둘씩은 꼭 있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Hells Headbangers, 2014]

Lucy Rose “Work It Out”

가을에는 포크를 들어야 한다고 누가 그러길래 포크 앨범을 찾으려다 언뜻 눈에 띄지 않아 고르다보니 잡힌 앨범이지만 사실 이 앨범을 마냥 포크라고 하기는 어렵겠다. 그래도 Lucy Rose의 데뷔작은 충분히 훌륭한 피메일 포키의 앨범이기도 했고, 어쿠스틱 포크는 아니지만 이 앨범도 사실 익숙한 스타일을 Lucy Rose 식으로 풀어내는 앨범이란 점에서는 동일하다. 뮤지션 본인의 야심찬 선택이었는지 어쿠스틱 포크만으로는 매상에 문제가 있겠다 생각한 레이블의 생각이었는지 이 앨범에서 Lucy는 일렉트릭 기타를 위시해 이런저런 효과음(내지 일렉트로닉스)를 보여주지만, 그 자체로만 보면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니다. 뭐 따지자면 Beth Orton이 일찌기 다 보여준 모습이니까.

그래도 앨범은 여전히 빛나는 부분이 있다. 앨범에 별로 없는 데뷔작 스타일의 포크 넘버인 ‘Into the Wild’나 그림자진 분위기가 인상적인 ‘Nebraska’는 물론이고, 분명 호오가 갈릴 ‘For You’도 뜬금 아프로비트가 등장하기 전까지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이 만들어내는 단정한 분위기가 있다. 그 아프로비트가 내 귀에는 왜 노래방에서 갑자기 디스코 버튼을 눌렀을 때 터져나오는 비트처럼 들리는지 모르겠다(물론 그만큼 방정맞다는 뜻은 아니다). 데뷔작보다는 분명 조금은 구태의연해 보이는 방식의 팝송 또는 차트친화적인 인디팝 넘버인 ‘Like an Arrow’ 등도 귀에 잘 들어오는 건 분명하니만큼 아쉬운대로 즐길거리는 분명하다. 간만에 들어보니 꽤 청량했다. Mysticum 듣다 꺼내든 영향이 없다고는 못하겠다.

[Sony, 2015]

Saviour Machine “Saviour Machine I”

Saviour Machine을 크리스천 메탈의 대명사라고 하면 Stryper라는 훨씬 잘 알려진(그리고 훨씬 잘 팔린) 예도 있고… 일단 이 분들 하고 다니시는 걸 보면 그리 착해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뭔가 망설여지는 구석이 있다. 하긴 하고 다니는 모습이 Eric Clayton쯤 되면 독실한 신자보다는 사이비 교주(바늘 싹 뽑은 핀헤드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에 가까운 이미지일 테니 나만 그렇게 망설이는 건 아닐 거라 짐작한다. 흔히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라고 알려져 있지만 Dream Theater와는 참 많이도 다른 음악인지라 그렇게 얘기하는 것도 오해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오페라틱하다는 말이 그래도 제일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렇다고 당연히 Nightwish류의 소프라노 보컬을 내세운 음악은 아니고, 오히려 Eric Clayton은 나지막한 바리톤으로 묵시록을 읊어대는 스타일에 가깝다. 말하자면 고쓰에 더 어울릴 법한 보컬인데, 퇴폐는 아니지만 성경에 등장하는 인류의 타락을 이런 목소리로 얘기하는 것도 잘 어울린다. 물론 이런 면모는 밴드의 출세작인 “Legend” 트릴로지에서 훨씬 두드러지지만, 그래도 더 메탈스럽고 싱글 하나하나가 존재감을 뽐내는 건 이 앨범이라고 생각한다(일단 “Legend” 트릴로지는 곡들이 잘 끊어지지 않기도 하고). 빼놓을 곡은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이 밴드는 Eric Clayton의 광기어린 보컬이 폭발하는 곡이 가장 매력이 아닌가 싶다. ‘Jejus Christ’를 듣자면, 이 아저씨가 앨범에서 맡은 역할이 예수님인지 적그리스도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Massacre, 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