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Turk “N.E. 2nd Ave”

youngturk1992세계사를 필수과목으로 배우던 시절 청년 투르크 당을 영어로 하면 영턱스 클럽이 된다는 돌아보매 별로 재미없는 드립이 유행이었는데, 이 밴드명의 뜻이 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 드립대로 생각한다면 밴드명을 ‘투르크 싸나이’ 뭐 이런 식으로 지은 셈이다. 물론 80년대 미국 싸나이들이 저런 드립을 알고 이름을 지었을리는 만무하고, 앨범에서 터키나 중동풍은 정말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만큼 이런 얘기는 정말 뻘드립이다. 워낙에 알려진 사실이 없는 밴드이고 앨범인만큼 청자로서는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여지가 많다…는 의미없는 변명을 덧붙여 본다.

음악은 전체적으로 블루지한 면이 강한, Aerosmith를 좀 더 진정시킨 듯한 스타일의 하드록이다. 보컬은 사실 80년대 헤어메탈에 어울릴 법한 목소리이다보니 은근히 떠오르는 건 Poison인데(“Native Tongue”), 괜찮은 연주이지만 감히 Richie Kotzen에 비할 바는 아니기도 하고, 펑키한 맛도 덜한만큼 Poison보다는 덜 화려한 스타일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Love American Style’ 같이 짧지만 인상을 남기기엔 부족하지 않은 솔로잉 정도는 꾸준하게 나와주는만큼 그리 심심한 음악도 아니다. 요새는 보통 1유로…미만의 가격으로 팔리는 앨범인만큼 가성비만큼은 확실한 앨범이다. 그런데 요새 가성비 생각하고 CD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려나?

[Virgin, 1992]

Morbid Angel “Kingdom Disdained”

kingdomdisdained.jpg“Kingdom Disdained”에 대한 기억은 사실 별로 없다. 전작으로 밴드 커리어에 길이 기억될 개똥반을 남긴 상황이었으므로 앨범에 대한 기대는… 크지는 않았다만 그래도 ‘적당히만 해주시면 오케이’ 정도는 됐다. 그런 면에서 일단 앨범을 듣자마자 드는 생각이 ‘데스메탈이라서 다행이다’이니 일단 성공하기는 했다. Steve Tucker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도 앨범은 긍정적이다. Scott Fuller의 연주는 Tim Yeung보다 좀 더 느슨한 구석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마냥 테크니컬하지만은 않은 밴드의 스타일에는 좀 더 잘 어울리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앨범은 사실 꽤 심심한 편이다. 하긴 내가 Trey Azagthoth라도 이번 앨범은 절대 망해서는 안 되는 앨범이니 안전하게 가려는 마음이 생겼을 법하다.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능력이 있었던 Trey의 ‘비전형적인’ 솔로잉이나 앰비언트풍 신서사이저 연주 등 밴드의 개성은 좀 더 물러서 있는 편이다. 나름 트렌드를 감안해서인지(아니면 코어 물을 뺄 수 없었던 탓인지) 데스코어풍 리프에 Trey식 리프를 교잡한 듯한 스타일도 은근 엿보인다. 흥미롭게도 Morbid Angel의 어떤 앨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스타일이지만, Morbid Angel의 어떤 앨범보다도 평범한 데스메탈에 가깝다. 물론 “llud Divinum Insanus” 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에게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선물일 것이다. 하지만 밴드의 좋은 시절과 비교한다면 사실 돋보이는 면은 찾기 힘든만큼 어쨌든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을지도.

[Season of Mist, 2017]

Non Opus Dei “Głód”

nonopusdei-glod.jpgNon Opus Dei는 폴란드 프로그레시브 블랙메탈… 밴드라는 게 찾으면 가장 자주 나오는 소개이지만, 사실 90년대 중후반 이후로 나오는 고만고만한 폴란드 블랙메탈 밴드들이 그랬듯이 전형적인 ‘프로그레시브’의 모습보다는 둠-데스-블랙 모두가 적당히 뒤섞여 있는 류의 음악을 하는 밴드이다. 사실 둠적인 모습이 꽤 강한(그리고 가끔은 Behemoth 짝퉁의 기운이 감도는) ‘blackened-death’ 정도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지 싶고, 특히나 “The Quintessence”는 이런 폴란드식의 ‘애매한’ 스타일을 꽤 흥미롭게 풀어낸 앨범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이걸 개성으로 받아들일 이들보단 애매하다고 받아들일 이들이 좀 더 많아 보였다는 점이다. 밴드 이름도 이름이다보니 검색하면 앨범보다는 다빈치 코드 얘기가 훨씬 많이 나온다. 그런 면에서는 처음부터 글러먹은 밴드인 셈인데 그래도 20년 넘게 버티는 거 보면 어쨌든 저력은 분명해 보인다.

시절이 바뀌었다고 스타일이 바뀌질 않았으니 이번 앨범도 결국은 마찬가지다. 다만 앨범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복잡해진 음악을 들려준다. 블래스트비트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블랙메탈’ 밴드가 이렇게 완급조절을 하기도 쉽지 않은데, 아무래도 – 항상 그랬듯이 – 포크적인 측면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 ‘Do ołtarzy w piekle’의 사라반드 리듬이나 ‘Po jałowej ziemi’의 오프닝, 과장 좀 섞으면 Diamanda Galas풍의 Hekte Zaren의 보컬은 다른 블랙메탈 밴드에서 쉬이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Abigor의 근작들(당연히 “Shockwave 666” 이후의 앨범들)을 좀 더 ‘시네마틱’하게 만든다면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더 이상 Non Opus Dei를 ‘애매한’ 스타일의 밴드라고 얘기하기도 사실 좀 미안해진다. 감명깊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Pagan, 2019]

Peter Bjärgö “Structures and Downfall”

structures_and_downfall.jpg“As Bright as a Thousand Suns”는 확실히 Arcana의 앨범 치고는 ‘판에 박힌’ 진행을 보여준 앨범이었고, Peter Bjärgö 본인도 안되겠다 싶었는지 이후로는 Arcana의 앨범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음악 자체를 쉬는 게 아니어서 솔로작을 띄엄띄엄 내고 있긴 한데, “Animus Retinentia”는 괜찮은 앨범이었지만 Arcana보다는 일렉트릭 기타를 좀 더 많이 쓴 Sophia(에다 앰비언트 물을 좀 더 끼얹은) 스타일에 가까웠다. 말하자면 Arcana 특유의 ‘spiritual’한 스타일과는 조금은 차이가 있는 편이었는데, 뭐 원래 Sophia와 Arcana가 얼마나 서로 구별되는 스타일이었냐 생각하니 별 의미없는 설명이긴 하다. 각설하고.

계속 Cyclic Law에서 앨범을 내서 그런지 이 두 번째 솔로작은 앰비언트 성향이 더욱 짙어졌고, “Animus Retinentia”보다 확실히 ‘spiritual’한 느낌도 강하다. 하긴 첫 곡인 ‘Inner Cathedral’부터 아예 테마를 그 쪽으로 잡고 나가다 보니 불가피한 결과였을지도. 그렇지만 전작이 너무 땅 꺼지는 분위기였다고 생각했는지 이 ‘영적인’ 테마 가운데 은근슬쩍 배치된 희망찬 멜로디가 앨범의 분위기를 꽤 환기시킨다. 에스닉한 리듬 파트보다는 피아노와 기타가 그런 분위기를 이끄는 편인데, 전체적으로 미니멀하기는 하지만 그런 면에서는 Peter Bjärgö의 앨범들 중에서는 비교적 듣기 편한 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When Thoughts Become Your Enemy’는… 올해 가을의 감명깊은 순간에 분명히 속했을 것이다. Cyclic Law가 앰비언트만 줄창 내면서도 안 망하는 이유가 달리 있는 게 아니다.

[Cyclic Law, 2019]

T.O.Y “Pain is Love”

painislove.jpg토이라면 역시 유희열이 아니라 이들이 먼저라고 한다면 아마도 대부분은 개드립이라겠지만 어쨌든 1992년에 결성된 밴드인데다… 90년대 이후의 신스팝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밴드이니만큼 저렇게 얘기해도 솔직히 괜찮지 않나 생각해본다. 그런데 유희열을 좋아하는 이라면 솔직히 이런 류의 적당히 어두운 신스팝을 좋아하려나 생각하니 참 쓸데없는 생각이긴 하다. 뭐 그래도 DDR(그 리듬게임 말하는 거 맞음) 사운드트랙에 납품까지 했던 밴드인만큼 유희열로 검색해서 이 포스트에 이른 분들이 계신다면 얘네도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정도로 덧붙이고자 한다.

뭐 거물이긴 하지만 이 앨범이 14년만에 나왔던 앨범이니 사실 21세기에 들어서는 충분히 지지부진하긴 했지만 앨범은 충분히 들을만하다. 14년만이라는 냉동인간급 커리어 덕분인지 음악은 정말 밀레니엄 갓 지난 시절을 떠올릴 만한(그리고 적당히 차가운) 톤의 신서사이저에 Volker Lutz 특유의 보컬을 얹어내는 스타일인데, ‘Read to Tell’ 같은 곡에서 보여주는 냉소가 이들의 개성인지라 익숙한 스타일이라는 점이 딱히 문제되진 않는다. 뭐 그리고 어쨌든 팝 차트를 공략하셔야 되는 분들이니 ‘Pain is Love’같은 적당히 따스한 발라드도 잊지 않는다. ‘But Not Today’ 같은 곡은 영락없는 Depeche Mode 카피인데, 뭐 이들을 듣는 사람이라면 Depeche Mode도 당연히 좋아할 테니 듣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보너스일지도.

[Nordhausen Schallplatten,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