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rnity란 밴드는 지금 기억에 떠오르는 것만도 너댓 개 이상이 되니 아마 찾아보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만큼 밴드명으로 쉽게 써먹는 단어인데, 역사에 남을 불멸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밴드들의 조금은 중2병스러운 의지가 가져오는 결과가 아니었을까 하는 근거없는 짐작을 해본다. 보통은 그런 의지는 과욕에 가까운지라 세계의 수많은 Eternity들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가고 있지만, 그래도 이 노르웨이의 Eternity는 독일 밴드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편이니 조금은 사정이 나은 편이 아닐까 싶다. 13년만에 2집 내는 밴드에게 할 얘기는 아니긴 하다만 전작 “Bringer of the Fall”이 그리 나쁘지 않았던 것도 있고, 게스트에 Blasphemer나 Brynjard Tristan(Dimmu Borgir에 있던 그 분)을 데리고 올 수 있다는 점도 그렇고.
그런 걸 생각하면 앨범은 당연할 정도로 전형적인 노르웨이 블랙메탈이고(보컬을 뺀다면 아무래도 Gorgoroth 생각이 많이 나는 편이다), 군데군데 꽤 솔깃한 리프를 들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앨범의 정점일 ‘Te Nostro Deum Sathanas’는 확실히 Dissection풍에 가까운 리프를 들려주고 있는데, 그런 면모를 밴드의 나름 개성이라면 개성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개성마저 사실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니다. 리프는 다르지만 결국 리프를 풀어나가는 모양새가 곡마다 거의 똑같다보니 리프의 개성에도 불구하고 앨범은 평이하게 흘러간다는 것도 아쉽다면 아쉽다. 하긴 1집에서 세 곡 따 와서 2집을 만드는 밴드에게 개성이 어쩌고 운운하는 게 좀 웃기는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90년대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팬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관심가질 필요까지야.
[Soulseller, 2019]
The Mist의 “Phantasmagoria” 는 브라질 스래쉬 앨범 중에서도 은근 많이들 찾아다니던 앨범이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야 이 앨범이 2017년까지 정식으로 재발매된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서 한 번 CD 재발매가 된 적은 있었는데… 일본에서 내면서 스웨덴 레이블명을 박아서 앨범이 나왔던지라(게다가 원래 메탈을 내던 곳도 아니었음) 얘네가 이걸 찍으면서도 부틀렉인 걸 감출 생각이 있기는 했을까 의심스럽다. 덕분에 막상 구해 보면 생각보다 싸게 들어오는 Cogumelo 발매작들 가운데에서는 나름 가격이 있는 편이었다. 2017년 재발매로 그 가격도 좀 내려갔다만 지금도 오리지널 바이닐은 꽤 묵직한 가격을 자랑한다.
코어 리프에 적당히 귀에 박히는 멜로디와 여성 보컬을 결합시킨 류의 밴드들은 많았지만 Evanescence는 그 중에서도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편이다. 사실 밴드의 죄는 아니고, “Fallen” 이 나왔던 2003년은 열심히 군 복무 중이었던지라 취향에 맞지 않는 밴드는 더욱 준 것 없이 미워 보이던 시절이었다. 그랬던 이 밴드가 기억에 더욱 각인됐던 것은 2집인 “The Open Door” 에서 드럼을 Rock Gray가 맡았다는 얘기를 들은 때였다. Living Sacrifice에서 기타 친다는 양반을 코어 밴드에서 드러머로 데려갔다는 게 적잖이 신기하게 들렸던 모양이다. 물론 그 때는 “Inhabit” 이후의 Living Sacrifice의 음악을 들어보지 못한 시점이었다. “Conceived in Fire” 의 평범한 메탈코어를 들려줬던 밴드의 기타였음을 알았다면 그리 신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에 스플릿을 잘 내지도 않고 굳이 스플릿을 낼 이유도 없어뵈는 그리스의 두 거물이 어쩐 일로 금년에 낸 스플릿 앨범…이다만, 뭐 한 곡씩 사이좋게 A, B사이드를 장식한 스플릿이니 앨범에 들어가려다 못 들어간 곡으로 꾸린 스플릿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런데 두 밴드 모두 Hells Headbangers 소속이 아닌 거로 알고 있는데 무슨 수로 이렇게 잘 모아 놨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요새 블랙메탈 레이블 중에 Hells Headbangers만큼 장사 잘 하는 데도 흔치 않다는 생각을 한다. 각설하고.
Neal Morse가 있던 시절 Spock’s Beard는 꾸준하게 심포닉 프로그레시브의 클래식들을 재현하는 방향성을 보여주었지만 따져 보면 앨범마다 생각나는 클래식들은 분명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 싶다. 결은 좀 다르지만 누가 뭐래도 Gentle Giant를 따라가는 모습이 역력했던 초기에서 “V”에 이르러서는 어느덧 Gentle Giant 물은 많이 빠지고 “Drama” 시절의 Yes를 잠시 연상시키다가 “Snow”에 이르러서는 “And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의 Genesis가 되었다. 아마도 Morse가 당시 주로 들었던 음악을 따라가지 않았을까 하는 근거없는 짐작을 하는데, 뭐 원래 개성이 없는 밴드는 아니었고 어떤 밴드를 따라가도 결국은 브리티쉬 심포닉 프로그레시브 워너비일지니 그래도 나름 일관된 행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앨범마다 그래도 좀 달랐다는 얘기를 하면서 일관된 행보라는 결론에 이르고 있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긴 하지만 일단 넘어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