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s Divine Comedy “Phantom’s Divine Comedy Part 1”

PDC-Pt.-1.jpg미스테리한 앨범이다 어떻다 하는 글이 넘쳐나는 앨범이지만 사실 음악만 떼어 놓고 보면 아서 왕 이야기를 컨셉으로 잡은 70년대 초중반 그 시절, Doors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미국 사이키델릭 록이라고 하면 충분할 만한 앨범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실 굳이 단테의 작품을 빌어 온 앨범제목도 우습다(파트 2가 나온 적도 없는데 파트 1이라고 써둔 점도 마찬가지다). 오컬트한 맛이 있긴 하지만 뭐, 굳이 아서 왕 이야기에 지옥 얘기를 섞어서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나온 때가 때인지라 Jim Morrison이 죽은 게 아니라 사실 이 밴드의 보컬이 아니냐 식의 얘기도 있었던 모양이지만, 그거야 사실 레이블 쪽에서 일부러 흘렸던 얘기라고 한대도 믿을 만한 수준의 루머이겠거니 싶다. 일단 내 귀에는 목소리 자체가 Jim Morrison보다는 메탈 보컬이 되기 전의 Dio와 더 비슷하다고 본다. 각설하고.

그렇지만 어쨌든 앨범의 스타일 자체는 “L.A. Woman”의 Doors와 확실히 비슷한데다 ‘Tales from a Wizard’ 같은 곡은 보컬도 상당히 Jim Morrison의 그것과 유사하게 들리고, ‘Half Life’ 같은 곡은 사이키델릭 록이라기보다는 좀 더 괴팍한 형태의 머더 발라드 같은 구석이 있다(Nick Cave 비슷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Crawling Kingsnake’ 같은 곡에서 죽음의 냄새를 꽤 짙게 풍긴(다는 평가를 받곤 한) Doors이고 보니 이런 식의 변종이 나오는 것도 하긴 자연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보니 썸네일의 사진부터가 Ray Manzarek과 같이 찍은 사진이니 그래도 변종으로서는 성공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한 그 시절 덕후라고도 할 수 있을지도.

[Capitol, 1974]

Egdon Heath “Him, The Snake and I”

egdoheath1993.jpgSI Music 얘기가 나온 김에 한 장 더 얘기하는데 그래도 이 레이블이 제일 잘 나가던 1990년에서 1995년 사이까지의 시절, 고만고만한 가운데서도 그래도 좀 더 빛나는 이들이었던 Aragon이나 Shadowland 등의 소수를 제외하고 단 한 장을 꼽는다면 그래도 Egdon Heath의 이 3집이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뭐 그런데 이 레이블에서 저 빛나는 소수들을 제외하면 뭐 볼 게 있냐… 하면 또 그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닌지라, 그런 분들에게 이 한 장을 권하기는 어쨌든 조심스러운 감이 있다. 기본적으로 이 레이블에서 나오는 Marillion 다운그레이드 스타일의 네오 프로그레시브를 그래도 좋게 들은 적이 있는 이를 생각하고 하는 얘기다.

Marillion 짝퉁이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공부 열심히 하는 독창성 없는 후배들이 많은 레퍼런스들을 보여주듯이… IQ나 Shadowland, 그 외 80년대 AOR의 느낌도 많이 풍기는 음악이다. 특히 새로운 보컬인 Maurits Kalsbeek의 목소리 때문인지 가장 자주 생각나는 밴드는 Saga인데, Freddie Mercury급이라는 Progarchives의 혹자의 평은 좀 많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만 ‘Witness’ 같은 곡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확실히 Saga의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헤비 프로그에서 AOR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확실히 ‘epic’한 키보드를 과시하는 ‘Gringo’가 가장 기억에 남는 편이다.

[SI Music, 1993]

Allone “Alone”

allone2018.jpg원래 작년에 디지털로만 발표된 앨범이라고 하나 bandcamp를 그리 잘 들여다보지 않는 나로서는 처음 들어본다. 아방가르드 블랙이라고 홍보되는 듯하나 레이블이 Aesthetic Death인지라 뭔가 둠적인 면모가 강한 음악이겠거니 하는 인상이 앞서지만 생각해 보면 여긴 무려 Fleurety의 앨범을 낸 곳이므로… 딱히 떠오르는 예상이 없다고 하는 게 더 맞겠다. A.K는 그냥저냥 들을만했던 프로그-데스 밴드로 기억하는 Praesepe에서 기타 치던 그 양반이라 하니 앨범에 대한 기대도 그리 높기는 어려웠다. 레이블의 안목을 믿을 뿐이다.

그런 사정을 생각하면 앨범은 기대보다 훨씬 괜찮은 편이다. ‘Alone with Everybody I’는 둠-데스 풍의 리프에 P.K의 크루너 보컬을 얹어 꽤 멋들어진 분위기를 만들지만, ‘A Challenge to the Dark’부터는 아방가르드란 홍보문구가 뻥은 아니라는 듯 (조금은 스웨덴풍으로 변주된)Opeth식 전개를 보여주고, ‘Alone with Everybody II’에서는 아예 예테보리 멜로딕데스까지 발견할 수 있다. 멤버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다 집어넣었다는 느낌도 사실 있는데, 그래도 이 정도로 섞어 준다면 좀 더 다양한 스타일이라도 소화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든다. 신뢰하는 레이블이지만 사실 슬럿지 물을 먹기 시작하면서 개인취향과는 좀 거리가 생긴 곳이었는데, 근작들 중에서는 가장 맘에 들었다.

[Aesthetic Death, 2019]

Blyndsyde “Into the Storm of the Eye”

blyndsyde1993.jpgBlyndsyde는 데뷔 EP를 제외하면 SI Music에서 이 한 장만을 발표하고 사라진 영국 밴드인데 데뷔 EP를 이제 와서 보기가 쉽지 않은 걸 고려하면(실물을 본 적이 아직 한 번도 없음) 실질적으로 돌아다니는 앨범은 이게 유일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그나마 이 한 장마저도 이 앨범은 아예 프로그레시브 록이 아니다!라고 프로그 사이트에서 퇴짜맞는 일도 자주 보이니 정보를 구하기는 참 요원하다. 안 그래도 레이블이 SI Music이라 핸디캡을 안고 가는데 사실 이들의 음악은 내 귀에도 네오 프로그레시브보다는 프로그레시브 메탈에 가까우니(물론 확실히 느슨하긴 하다) 연유 없는 고생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순간의 선택이 잘잘못을 떠나 인생을 피곤하게 만든 사례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데뷔하고 싶어서 고른 레이블일 텐데.

그런데 음악은 사실 꽤 준수하다. 확실히 ‘Numb to Sorrow’의 과장 좀 섞어 가끔은 부드러운 톤의 스래쉬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 리프는 이 밴드가 왜 프로그 사이트에서 퇴짜맞는지를 보여주지만, 바꿔 말하면 사실 이후의 Moonlight나 White Willow같은 밴드들이 뭘 참고했을지도 짐작케 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Elysium’ 같은 곡은 확실히 네오 프로그레시브인지라 가끔은 사람들 참 빡빡하게 구네… 생각이 들기도 한다. 뭐 장르 구분을 떠나서 적당히 헤비하고 적당히 소프트하게 잘 넘나드는, 나쁘잖은 여성 보컬을 앞세운 헤비 프로그록 밴드 정도라고 해도 납득될 듯싶다. 그런데 재발매야 안 됐지만 여기저기서 잘 보이던데 왜들 구하기 너무 힘들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한 장쯤 장만해 보심도.

[SI Music, 1993]

Cawatana “Advocation for Privileges”

cawatana2010.jpg어느 정도는 확실히 팝적인 네오포크를 줄창 내다가 소리없이 망해버린 Eis & Licht의 발매작 중에서도 가장 팝적인 한 장을 꼽는다면 개인적으로는 Cawatana의 이 EP라고 생각한다. 일단 어쿠스틱 기타에 플로어 탐, 스네어, 키보드의 단촐한 구성부터가 깔끔하게 건반 깔아주는 기타 포크를 하겠다는 모양새다. 뭐 이 레이블의 발매작 중 이런 포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많이들 아시다시피(?) 원래 Cawatana는 이렇게 착한 스타일의 네오포크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이전작들까지 많지는 않더라도 꾸준하던 인더스트리얼이나 밀리터리 팝의 면모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비교될 만한 밴드는 Sturmpercht나 Ostara다. 물론 어쿠스틱 포크를 넘어 민속음악을 노리는 듯한 모습까지 간혹 보여주는 Sturmpercht에 비해서 ‘에스닉’한 모습은 확실히 많이 덜하고, 팝적이긴 하지만 Ostara의 (간혹 과장되기도 하는)낭만성 짙은 사운드는 찾아볼 수 없다. 하긴 심플한 멜로디의 포크 자체에 집중한 앨범이니만큼 당연한 귀결일지 모르겠다. 파스텔뮤직 같은 곳에서 나와도 될 법할 수준의 커버도 음악과 잘 어울리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목가적인 분위기가 엿보이는 ‘Over Stray Thoughts’가 개인적인 앨범의 백미.

[Eis & Licht,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