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ael Cashmore의 이름에서 떠오르는 이미지와 앨범명부터가 그리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지만 사실 이 양반의 행보를 보다 보면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는 좀 더 ‘대중적인’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아무래도 “The Snow Abides”를 지나갈 수 없는데, 2007년에 David Tibet과 Anohni가 함께 참여한 앨범을 만든다는 점부터가 Cashmore가 잘 알려진 ‘네오포크의 투사’격 뮤지션들과는 좀 궤를 달리하는 인물임을 짐작케 한다. 뭐 커리어의 태반이 Current 93으로 이루어졌으니 그래봐야 Current 93의 스타일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하겠거니 싶긴 한데… Current 93부터가 가끔은 네오포크는 커녕 아주 막 나가는 밴드였던만큼(이를테면 Harry Oldfield와 만든 “Crystal”) 짐작되는 스타일의 폭도 꽤나 넓다.
그래도 이 정도의 다크-테크노, 일렉트로닉 등이 마구 뒤섞인 앨범은 확실히 의외는 의외다. 과장 좀 섞는다면 메인스트림의 방식이었다면 David Bowie의 90년대를 연상할 수도 있었을 법한 음악인데, 물론 Cashmore의 레퍼런스는 Coil이나 Psychic TV 등인지라 그보다는 훨씬 괴팍하고 어두운 구석이 있다. ‘The Sacred Revolving Formula of Opposites’는 신스 팝까지 참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사실 이미 많은 실험을 거듭한 테크노 뮤지션들을 접한 상황에서 그리 실험적일 것까지는 없는 사운드이지만, 그래도 네오포크 거물에게 쉬이 기대할 음악은 아니다. 나쁘지는 않지만 한 대 맞은 느낌이다.
[Klanggalerie, 2019]
1993년에 나온 오리지널 데모를 가지고 있을 리야 만무하나 용케 두 차례나 Kyrck Prod.를 통해 재발매가 되는 덕분에 나 같은 사람도 가지고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레이블은 Nocternity 정도를 제외하면 새로운 밴드를 발굴해서 딱히 재미를 본 적이 없어서인지 거의 주력은 노르웨이 거물 밴드들의 데모들의 재발매인 곳인데, 말하고 보니 Nocternity 멤버가 하는 레이블이므로 그냥 본인의 부족한 안목을 인맥…과 갑옷 장사(이곳은 ‘체인메일’을 정말 만들어서 파는 보기 드문 곳이다. 레이블이 뭐하는 짓이냐)로 보조하는 거 아니냐 하는 생각도 든다. 뭐 그래도 원래대로라면 쉬이 못 구할 물건을 멋스럽게 내놓는 편이니 딱히 불만은 없다.
Catherine Wheel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보컬인 Rob Dickinson이 Bruce Dickinson(Iron Maiden의 그 분)의 사촌이라는 얘기에서였다. 그렇게 처음 듣게 된 앨범이 “Ferment”였는데, 물론 Catherine Wheel의 음악은 Iron Maiden과 판이했으니 앨범은 바로 CD장으로 직행할 수밖에 없었다. 듣기로는 Rob은 그 시절 ‘나는 슈게이저가 되기 위해 태어났어요’ 식으로 징징대곤 했다고 하니 제대로 잘못 짚은 셈이다. 사실 “Ferment”는 지금 생각해 보면 비슷한 시절 다른 슈게이징 앨범들에 비해서는 터뜨려 주는 맛도 있고 해서(말하자면 슈게이징의 하드락 버전이랄까나) 더 귀에 쉬이 꽂힐 만도 했는데… 뭐 내가 음알못이다 보니 그랬다고 하자.
Dauþuz는 전쟁이나 악마, 죽음 등 이런저런 익숙한 테마가 아니라 독일을 비롯한 유럽 지역의 흘러간 시절 광산… 관련 이야기를 블랙메탈로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확실한 개성을 보여주는 밴드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밴드명은 심플하게 ‘death’인지라 작명은 좀 성의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소재가 뭐야 이거 싶어서 그렇지 정작 음악은 딱히 새로울 것 없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인지 나쁘잖은 수준이면서도 반응은 예상보다 더 신통찮았던 거로 기억한다. 하긴 21세기에 중세/근대의 광부들 이야기가 잘 팔릴 거란 생각도 별로 들진 않지만.
Oranssi Pazuzu와 Dark Buddha Rising의 공작인만큼 자연스럽게 ‘사이키델릭 블랙메탈’ 식으로 소개되는 듯하지만 사실 사이키델릭보다는 그냥 프로그레시브 블랙메탈이라고 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싶다. 사이키한 면이 있는 건 맞는데 이들만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아무래도 Dark Buddha Rising이 끼어 있는 만큼 느껴지는 슬럿지 사운드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는 정도이고(그런 면에서 Oranssi Pazuzu와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컨셉트 앨범이라는 점이나 은근 Hawkwind풍 스페이스록과도 맞닿는 데가 있는 공간감 넘치는 신서사이저, 장르를 은근 넘나드는 변화 심한 구성도 마냥 사이키델릭이라 표현하기는 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