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dfødt “Dödsrikets kallelse”

ondfodt2019.jpgImmortal Frost는 벨기에의 블랙메탈 레이블인데, 굳이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이 레이블에서 나온 밴드들 중 벨기에 밴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Azaghal 정도의 밴드를 어쨌든 로스터에 넣을 수 있는 레이블 치고는 너무 국내를 버리는 거 아니냐 싶기도 한데… 하긴 북유럽도 아니고 국내 안 버리면 살림살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짐작이 눈꼽만큼도 들지 않는다. 레이블의 경영판단에 뭐라고 할 생각은 전혀 없으므로 이만 넘어간다.

핀란드 블랙메탈이라면 깔끔한 심포닉블랙 또는 Beherit 스타일을 이어받은 블랙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물론 예외가 매우 많긴 함), 이들은 Beherit도 아니고 아예 확실히 노르웨이 스타일을 따라가는 류의 밴드라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Bathory풍 멜로디/리프를 Darkthrone식으로 밀어붙이는 음악인지라 20여년 이상을 많은 이들이 익숙해져 온 스타일이다. 템포는 꽤 다양하긴 하지만 복잡한 코드 전개나 자욱한 분위기를 리프 위에 끼얹지도 않는다. 진짜 정공법으로 밀어붙이는 유형인데 그런 면에서 저력만큼은 확실히 보여주는 블랙메탈 밴드라고 할 수 있다. 앨범을 시작하는 ‘Den Sanna’가 앨범의 스타일을 대변하는 곡이라고 생각하는데, 90년대 중반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재현이라는 면에서는 최근에 들은 중에서는 단연 꼽히는 앨범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20년 이상을 꾸준하게 답보 상태를 유지해 온 Azaghal은 각성할 필요가 있다. 꼭 Azaghal 작년 앨범과 같이 구해가지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Immortal Frost, 2019]

Eggs of Gomorrh “Rot Prophet”

rotprophet.jpgEggs of Gomorrh는 웃기는 이름에 비해서는 생각보다는 많이 회자되는 밴드이다. 물론 그 중의 태반은 저 웃기는 밴드명이 대체 무슨 뜻인가에 대한 얘기지만, 나머지는 어쨌든 이 데뷔작 “Rot Prophet”이 꽤 괜찮은 war-metal 앨범이었기 때문에 차기작이 기대된다는 얘기였다. 사실 Gomorrh가 아니라 Gomorrah라고만 적었더라도 그래도 좀 더 많은 이들이 들어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밴드명을 고모라의 계란…이라고 짓는 센스를 생각하면 만일이야 없다지만 그 만일이 확실히 더 나을 거라는 생각도 들진 않는다. 스위스 블랙메탈 밴드로 살기도 쉽잖을텐데 잠깐 아쉬움을 표한다. 각설하고.

“Rot Prophet”는 여타 war-metal 앨범에 비해서는 리프에 신경쓴 기색이 역력한 앨범이다. 이 스타일이 거의 그렇듯이 기타의 비중이 높으면서도 사실 리프보다는 ‘긁어대는 분위기’가 앨범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잦은데, 이들의 경우는 그런 면에서 다른 유사 밴드들에 비해서는 blackened-death에 가까운 편이다. 그런 면에서 떠오르는 밴드는 Antaeus나 Hell Militia인데, 물론 리프가 그렇다는 거지 곡의 전개는 Blasphemy를 충실하게 따라하고 있기 때문에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는 사운드는 아니다. 그래도 밴드의 ‘리프 중심’의 개성이 가장 돋보이는 ‘Leperverted’ 같은 곡은 기억에 확실히 남는 편이다. 다음 앨범을 기대하게 하는 힘만큼은 확실하다. 레이블이 망한지 좀 됐는데 물건 수급이 아직도 잘 되는 거 보니 밴드의 차기작을 위해서라도 한 장 장만해 보심도.

[Vault of Dried Bones, 2016]

Morte Macabre “Symphonic Holocaust”

symphonicholocaust영화음악을 재해석한 류의 밴드로 가장 유명한 예라면 Fantomas겠지만(물론 내 지식 범위에서) 사실 그런 류의 시도를 먼저 선보였던 밴드라면 Morte Macabre를 들 수 있겠다. 물론 Fantomas만큼의 재기발랄함은 기대할 수도 없겠거니와, 멜로트론으로 범벅이 된 앨범은 사실 그런 재기에 양보해 줄 공간이 없어 보인다. 당장 앨범의 유이한 자작곡 중 하나인 ‘Symphonic Holocaust’의 무지막지한 멜로트론 연주는 앨범의 어두운 분위기와 맞물려 귀를 부담스럽게 하는 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Anekdoten과 Landberk의 멤버들이 주축이 된 나름 정예 멤버들의 이 프로젝트가 앨범 한 장으로 끝나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바쁜 양반들 불러놓은 수고에 비해서는 신통찮은 결과물인 셈이다.

물론 사실 이렇게만 얘기하기는 좀 아까운 결과물임은 분명하다. 공포영화 사운드트랙 커버인 것도 있겠지만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가 Landberk 쪽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면, 정말 아낌없이 퍼붓는 멜로트론 가운데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노련함은 Anekdoten의 것이라 생각한다. Anekdoten의 앨범에 비교하면 사실 멜로트론을 제외한 다른 파트들은 아무래도 느슨하게 짜여져 있는 편인데, 밴드의 절반은 Landberk의 지분이니 밴드 하나 같기는 좀 어렵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아예 긴장감을 내려놓고 영화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곡들에서는 그런 느슨함이 그리 문제되지는 않아 보인다. 특히나 유명한 그 ‘Lullaby’나 ‘Quiet Drops’ 같은 곡은 그 곡이 원래 영화에서 어떤 장면에서 나오는지를 생각해 보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후자는 영화 자체가 좀 웃기는 편이므로 주의가 필요하긴 하겠지만. 생각해 보니 나온 지 20년 넘었다는 것을 깨닫고 연휴 막바지 간만에 돌려본 앨범.

[Mellotronen, 1998]

Eternal Candle “The Carved Karma”

eternalcandle2018.jpg프로그레시브 둠 메탈 밴드라는 게 보통 붙는 소개 멘트지만(밴드 본인들은 둠도 아니고 그냥 ‘프로그레시브 메탈’이라지만) 사실 2005~6년께에 나왔던 나름 키보드 비중을 가져가던 둠-데스 밴드들은 대부분 이 정도의 드라마틱은 보여주지 않았었나 싶다. 달리 말하면 굳이 프로그레시브라고 하기엔 딱히 특별할 건 없어 보이는, 익히 잘 알려진 스타일의 둠 메탈을 연주하는 밴드인데, 그래도 조금 눈에 띄는 건 리프가 의외로 올드한 데스메탈 리프에 가깝다는 점이고, 확실히 눈에 띄는 건 이들이 이란 출신 밴드라는 것이다. 활동 지역이 테헤란이라는 걸 보니 흔히 볼 수 있는 어린 시절 영미권으로 유학을 간 중동 출신도 아니고 정말 로컬 밴드인가 싶다.

그래서 조금 의외인 점은 이들의 음악에서 ‘이란’이라는 국적에서 쉬이 기대할 만한 지역색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둠-데스 시절의 Katatonia에 약간의 프로그레시브 터치를 더한 듯한 음악인데, Katatonia보다는 멜로딕 데스 물을 좀 더 먹은 스타일인지라 In Mourning 같은 느낌도 있다. 달리 말하면 ‘둠-데스 시절의 Katatonia’를 기대한 이에게는 좀 징징대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을 음악인데, 그래도 상대적으로 올드스쿨에 가까운 ‘A Path to Infinity’ 같은 곡을 접하자니 징징이란 표현은 좀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Hear My Turn’이나 ‘My Turn’ 같은 곡의 징징거림이 그래도 와닿는 구석이 없지 않다는 얘기도 빼놓을 순 없다. 사실 기대보다 훨씬 좋게 들었다. 진담이다.

[Self-financed, 2018]

Phlebotomized “Deformation of Humanity”

phlebotomized2019.jpgPhlebotomized의 두 장의 앨범이 전설적인 데스메탈 앨범! 식으로 불러줄만한 앨범이냐 한다면 사실 좀 애매하긴 하지만 밴드의 두 장의 앨범이 그 시절 네덜란드 데스메탈에서 기대할 만한 사운드는 확실히 아니었다는 점만은 명확해 보인다. 그리고 굳이 ‘아방가르드’ 데스메탈의 원조를 찾는다면 Pan.Thy.Monium나 Carbonized 등과 함께 꼽힐 만한 밴드라는 것도 맞아 보인다. 사실 어떤 식으로든 Voivod의 그림자 아래에 있는 다른 동류의 밴드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둠적이고 독특한 연주를 들려주었던 밴드라는 점도 그렇다. 그러니 전설이라기는 좀 그렇더라도 잊혀진 클래식! 정도로 얘기해주는 데는 불만이 없다.

그런 클래식을 냈던 밴드의 21년만의 신작인만큼 스타일에 큰 변화는 없다. 둠적인 부분은 My Dying Bride의 소시적을 연상케 할 정도라는 점에서 좀 더 극적인 효과를 노리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라인드코어까지도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구성을 보자니 밴드가 딱히 드라마틱한 사운드를 의도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양한 스타일들을 담고 있지만 신서사이저를 이용해서 일관되게 차가운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사실 꽤 통일적인 구성의 앨범이다. ‘My Dear…’의 둠메탈이 유도하는 분위기가 ‘Proclamation of a Dying Breed’의 스트레이트함이 보여주는 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건 생각보다 신기한 경험이다. 일관된 분위기답게 곡들 사이에 딱히 기복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만족스럽다. 버릴 곡이 없는 앨범이란 얘기였는데 다들 알아들으셨으려나.

[Hammerheart,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