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Univers Zero의 최애작은 “Heresie”지만(이유야 물론 어두운 음악이니까 그렇다. 같은 이유에서 “Heresie”와 약간의 격차를 두고 “1313”을, 다시 엄청난 격차를 두고 “Implosion”을 둔다) 경험상 내 주변의 이 밴드를 좋아한다고 하는 대부분의 이들은 “UZED”에 좀 더 기울어지는 편이었다. “UZED”의 방향이 밴드의(또는 Daniel Denis의) 진정한 의도였는지는 모르지만 이후의 앨범들은 정도는 틀릴지언정 결국은 “UZED”에 실렸던 ‘록’ 음악의 연장선이었다고 생각한다. 뭐 다시 양보해서 그것까진 아니라고 하더라도 Roger Trigaux가 있던 시절의 뒤틀린 챔버 뮤직은 어쨌든 이후의 앨범들에서 찾아볼 만한 모습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 면에서 “Clivages”는 간만에 밴드 초창기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앨범이었다고 생각한다. ‘Warrior’와 ‘Earth Scream’, ‘Straight Edge’의 적당히 저단가의 뒤틀린 심포닉, 특히 ‘Warrior’의 고조되는 드럼은 밴드의 돈은 없지만 좋았던 시절을 분명히 짚어내고 있다. 그에 비한다면 ‘Soubresauts’의 ‘단정한’ 심포닉은 팝처럼 느껴질 정도인데, 그런 면에서는 밴드가 오랜 동안 보여주어 온 모습들을 대체로 아우르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Denis만큼이나 Andy Kirk가 높은 비중으로 참여한 앨범인데, 하긴 그 시절을 명확히 기억하는 주요 멤버가 하나 또 추가됐으니 예전 느낌이 더 강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는 밴드의 회춘작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Cuneiform, 2010]
이 웃기는 이름의 스웨덴 밴드는 언제부턴가 앨범 한 장 낸 적 없는 스웨덴 데스메탈 밴드들 중 가장 훌륭한 밴드!라는 식으로 얘기되곤 한다. 아마도 Daniel Ekeroth가 쓴 “Swedish Death Metal”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그 책이 나오고 이때다 싶었는지 1년 정도 지나서 Relapse는 이름만이 나돌던 이 밴드의 데모들을 차곡차곡 모아 컴필레이션을 발표했다. 하긴 밴드 이름이 좀 당혹스러워서 그렇지 Nihilist와 Carnage 같은 밴드와 함께 스웨덴 데스메탈의 어느 시절을 대표할 만했던 밴드였으니 음악을 떠나서 셀링 포인트만큼은 확실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Relapse만큼 ‘오소독스’ 이미지를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그만큼의 판매고를 가져가는 레이블이 있나 싶다.
무슨 블랙메탈 밴드 이름이 마스카라냐 하는 게 첫인상이었지만 잠깐 정신차리고 보니 스펠링이 좀 다르다. 밴드의 설명에 의하면 ‘mascharat’는 이탈리아어로 ‘mask’라는 뜻이고, 가면을 쓰고 하는 베네치아 지방의 전통 축제에서 영감을 받아 밴드명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N모 포털 이탈리아어 사전 검색결과는 ‘maschera’가 가면을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뭐 이탈리아 밴드가 밴드명 지으면서 저 정도 단어를 몰라서 잘못 썼을 것 같지는 않으므로 일단 맞다고 해주기로 한다.
근래 주목받는 메탈 키보디스트라면 아무래도 Vikram Shankar가 첫손까지는 몰라도 꽤 높은 순위에 있다고 보는데, 그렇다고 해도 이 양반이 보여준 건 Redemption의 근작을 제외한다면 사실 그리 많지는 않다. 물론 1995년생에게 많은 걸 요구하는 건 신입사원 뽑으면서 경력 보는 거나 마찬가지겠지만 Redemption이란 밴드가 원래 꽤 엘리트급인 경력직이 가는 밴드이다보니 기대치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Long Night’s Journey Into Day”는 사실 키보드가 기억에 남는 앨범은 아니었다. 일단 Ray Alder의 자리에 Tom Englund가 들어온데다 Nick Van Dyk도 여전히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는만큼 많은 이들이 거기까지는 귀가 닿을 여유가 없었을지도.
앨범 이름을 저렇게 지은 뜻이야 대충 짐작되긴 하면서도 저 앨범명으로 검색하면 열에 아홉은 Beatles가 나올진대 레이블의 무성의함이 느껴지는 듯하나 Cherry Red가 그리 ‘듣보잡’ 레이블도 아니고 내가 모르는 이런저런 사정을 짐작해 보며 넘어가기로… 하면서도 또 보이는 Robert Berry와 Billy Sherwood의 이름에 나지막히 어머 제기랄을 외쳐보기로 한다. 대체 이 둘은 왜 Yes의 트리뷰트 앨범이라면 항상 끼어 있는지 오늘도 궁금해진다. 곡 하나 들어보지 않고 시작부터 선입견이 계속 쌓인다. 감상에 부정적인 요인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