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Calvert “Captain Lockheed and the Starfighters”

captainlockheed.jpgHawkwind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광대한 Hawkwind 패밀리가 발표한 앨범들 가운데 Hawkwind를 제외하면 가장 눈여겨 볼 만한 앨범은 Robert Calvert의 솔로작들이라고 생각한다. Dave Brock의 솔로도 있겠지만 Hawkwind를 Dave Brock의 밴드였다고 한다면 ‘Hawkwind 말고’ 식의 얘기를 하면서 Brock의 솔로를 꼽는 건 아무래도 지나치다. 물론 아무래도 요절한지라 Hawkwind도 돈 벌었다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서도 그 중에서도 성공과는 좀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았던 양반이었지만 그래도 가끔이나마 기억해 주는 우리 같은 팬들이 있으니 괜찮지 않나 스스로 생각해본다(뮤지션 입장에서야 웃기지말라고 할지 모르지만).

Calvert의 이 첫번째 솔로앨범은 말이 솔로지 참여 뮤지션들이 워낙 빵빵한지라 그 시절 그네들의 Ayreon마냥 느껴지는 감(당연히 과장 조금 섞어서)도 있는데, Hawkwind에서도 서사로는 알아주는 양반이다보니 그 멤버들이 막 나가는 느낌은 사실 별로 들지 않고, 상당수는 뭐 Hawkwind에서 같이 했던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이 몬티파이톤 풍의 코메디 컨셉트를 매끈하게 풀어나가고 있다(바로 그게 Ayreon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본다). 사실 Hawkwind보다는 캔터베리풍 사이키델릭 록에 더 가까운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 Pink Floyd가 하늘에서 불붙은 채 떨어지는 전투기를 노래하는 듯한 ‘The Aerospace Inferno’가 아마도 그 전형일 것이다. 음악으로도 흥미롭지만, 가사를 반드시 시간 내서 읽어보는 게 감상의 질을 높여주는 앨범.

[United Artists, 1974]

Hawkwind “The Machine Stops”

themachinestops.jpgHawkwind를 스페이스락의 Fairport Convention이라고 하는 걸 본 적이 있었는데… 멤버 무지하게 바뀌고 앨범 무지하게 많이 냈다는 점 외에는 Fairport Convention과 Hawkwind의 공통점이 뭐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 실러캔스처럼 오랫동안 살아남은 밴드는 여전히 생명력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엄밀히 말한다면 Dave Brock이 나름대로 계속 젊은 피를 수혈하면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인데, 그래도 Brock이 별도의 솔로 앨범을 따로 내고 있는 걸 보면 Hawkwind의 이름으로 하고 싶은 음악이 따로 있음은 분명하다. 사실 Brock의 솔로작들도 내 귀에는 Hawkwind 붕어빵처럼 들리는지라 의도를 짐작할 수는 없지만…모양새가 그렇다는 거다.

2016년작의 이 앨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은 곡은 ‘All Hail the Machine’이었는데(좋다기보다는 이 양반들이 ‘Sonic Attack’ 자가복제를 여전히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해서), 그렇다고 내놓고 약 빨고 우주로 날아가는 듯한 곡을 싱글로 세우긴 어려웠나 보다. 밴드가 앨범에서 싱글로 세운 곡은 가장 스트레이트한 로큰롤이었던 ‘Solitary Man’이었고, 확실히 그래도 기억에 가장 남는 곡은 그 곡과 ‘Synchronized Blue’다. 그렇지만 밴드 나름의 스페이스 오페라의 야심이 드러나는 ‘The Machine’ 같은 곡이 인기는 더 끌지 않으려나 싶다. “Warrior on the Edge of the Time”을 좀 더 모던하게 만든 스타일이라고 하는 찬사가 괜히 나온 건 아니다. 1990년 이후의 Hawkwind에서 한 장을 고른다면 꽤 고민을 안겨 줄 만한 앨범.

[Self-financed, 2016]

Van Halen “Fair Warning”

vh-fairwarning.jpgVan Halen은 개인적으로는 록 밴드의 ‘전형’ 처럼 생각했던 밴드이다. 나야 그 세대가 아니니 잘 모르지만, Led Zeppelin을 최고의 밴드였다고 회자하는 희끗해진 머리칼의 아재들이 호방하면서도 뛰어난 보컬과 금발의 테크니컬 기타리스트, 스테이지를 울리는 베이스와 드럼의 화려한 무대를 얘기할 때 내가 직관적으로 떠올린 이미지는 Van Halen이었다는 뜻이다(말하고 보니 금발에서 걸리는구나). 물론 그런 외양의 하드록/메탈 아레나 밴드가 등장할 수 있었던 건 1980년대가 아마 거의 마지막이었기도 했을 것이고, 이후 점점 구리구리해져 가는 취향사를 돌이켜 보면 Van Halen은 내게는 어떤 의미에서 동시대를 경험한 ‘마지막’ 슈퍼스타 밴드였던 셈이다. 뭐 난 당시 초딩이었으니까 이렇게 얘기하기 민망한 구석이 없지는 않다. 각설하고.

“Fair Warning”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Van Halen의 앨범이다. 이유야 꼽는다면 ‘Mean Street’가 있기 때문이고, 들으면서도 때로는 마냥 긍정적인 아메리칸 하드록으로 달려가는 감이 있는 밴드가 Van Halen이라면 이 앨범에서는 짙지는 않아도 분명 조금은 그림자가 있는 사운드를 연주했기 때문이겠거니 싶다. ‘So This is Love?’ 정도를 제외하면 그 이전작들과 비슷한 곡은 별로 없다. ‘Unchained’만큼 헤비메탈스러운 리프를 가진 Van Halen의 곡들을 내가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뭐 그렇다 보니 나처럼 굳이 이 앨범을 밴드의 최애작으로 꼽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종일 ‘Jump’와 ‘Panama’만 흘러나오는 세상이라면 라디오 듣다가 너무 질려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만큼 ‘Unchained’를 버릴 수가 없다. 뭐 이것도 충분히 미국적이기는 하지만.

[Warner, 1984]

Extreme Napalm Terror “Why?”

ENT1991.jpg문득 찾아본 이 블로그 유입 인원의 상당수를 Metal Enterprises의 발매작들(뭐 그래봐야 두 장이지만)이 책임지고 있어 한 장 추가하는 의미에서. 이름부터 Extreme Noise Terror와 Napalm Death의 조합인 이 밴드는 Ingo Nowotny가 어쨌든 데스메탈/그라인드코어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밴드 보는 눈은 관심만큼 따라주지 못했다는 한 증거를 남기고 있다. 하긴 그렇게 따지자면 Ingo가 안목을 가졌다고 할 만한 장르가 있긴 있냐는 반박이 가능하겠지만, Metal Enterprises 발매작 감상글을 쓰면서 뭐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자세히 다룰 생각은 없다.

이 밴드의 가장 특이한 점이라면 명색이 4인조 데스메탈 밴드가 기타는 없고 보컬 2명, 베이스 및 드럼 각 1명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나마 데뷔작 때는 드럼도 없었으니 발전하긴 했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기타 없이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세션 2명을 데려다 앨범을 녹음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굳이 데려온 기타리스트들한테 변변한 리프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연주를 시키고 있으니(기타 삑사리 소리를 듣자니 이 양반들도 뭐하는 사람들인가 싶기는 함) 안타깝다. Motörhead의 ‘Iron Fist’ 커버곡이 그래도 원곡의 힘이 있는지라 군계일학이지만 Motörhead의 곡을 굳이 이 앨범을 통해 접할 이유는 없으니 큰 의미는 없겠거니 싶다. 1집은 그래도 웃긴 맛이라도 있었는데…

[Metal Enterprises, 1991]

Cloven Hoof “Cloven Hoof”

clovenhoof1984.jpgCloven Hoof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오컬트’한 컨셉트의 NWOBHM이 사실 그리 마이너는 아니었던지라(물론 그놈들 사이에서 말이다) 따져 보면 꽤 굵직한 밴드들의 이름을 꼽아 볼 수 있다. Angel Witch나 Satan, Witchfynde 같은 밴드들이 이미 충분히 훌륭한 앨범들을 발표했었고, 그랬으니 Cloven Hoof처럼 1984년에야 이 컨셉트로 데뷔작을 발매한 밴드로서는 사실 돋보이기 쉽지 않다. 뭐 돋보였더라도 앞서 얘기한 밴드들의 판매고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그 컨셉트로는 돈 벌기는 어려운 시절이었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Cloven Hoof는 이후 보컬을 바꾸더니 갑자기 Iron Maiden 풍의 파워메탈 밴드로 변모했고, 그렇게 낸 두 장이 꽤나 훌륭한 앨범들(잘 팔렸다는 얘기는 아님)이었기 때문인지 그 이전의 구리구리하던 시절은 이젠 얘기하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

그렇긴 하지만 “Cloven Hoof”는 그리 폄하할 데뷔작은 아니었다. 어쨌든 Black Sabbath의 영향력과 묘한 블루지함을 걷어내지 않았던 Angel Witch와는 달리 Cloven Hoof는 좀 더 직선적이면서 공격적인 연주를 갖추고 있었고, 그런 면에서는 NWOBHM과 이후의 파워 메탈의 묘한 연결점에 있는 음악이었다고 생각한다. NWOBHM보다는 초기 Manowar에 더 가까울 ‘March of the Damned’의 연주나 Hammerfall이 데뷔작을 뭘 들으면서 만들었을지를 짐작케 해 주는 ‘Laying Down the Law’ 같은 곡이 좋은 예시가 된다. 그런데 ‘Crack of the Whip’ 같은 뜬금없는 짝퉁 AC/DC풍 하드록은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조금은 의심이 된다. 싱글차트 용으로 따로 만들어논 곡일지도 모르겠다만, 그냥 메탈만 연주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Neat, 1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