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 Moon(UK) “Full Moon”

fullmoon1989.jpgVoices of Wonder는 90년대 중후반 노르웨이 메탈을 컬렉팅하다 보면 쉬이 보이곤 하는 레이블인데, 그건 사실 Head Not Found의 발매작들이 여기를 통해 나왔기 때문이지 Red Harvest와 The 3rd and the Mortal 정도를 빼면 이곳에서 직접 앨범이 나온 눈여겨 볼 밴드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간만에 발견하는 Voices of Wonder의 발매작인데다, 1989년이니 Red Harvest 등보다도 먼저 나온 앨범인지라 얘네가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일단 커버를 보더라도 내가 알고 있던 레이블의 이미지와는 확실히 거리가 있는 앨범이다.

음악은 한 술 더 뜨는 편이다. NWOBHM이라는 거야 앨범 커버와도 잘 어울릴 얘기이지만 뜬금없는 사이키델릭 바이브는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다. Hawkwind가 연주하는 NWOBHM 느낌인데, 원래 Hawkwind가 그리 가벼운 스타일은 아니어서인지 그런 조합이 나쁘게 들리지는 않는다. 사실 이런 류의 시도는 Cloven Hoof가 일찌기 했던 것과 비슷하긴 한데, Cloven Hoof의 오컬트함을 걷어내고 스페이스록의 느낌을 더했다고 하면 그래도 비슷할 것이다. 특히나 에코 잔뜩 먹은 베이스 연주가 돋보이는 인스트루멘탈 ‘Actious Selene’가 밴드의 스타일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는데, ‘Euphoric Dance’ 같이 페달을 과용하는 사례도 있지만 대개는 어느 한 스타일에 크게 치우치지 않는 모습을 유지한다. 결국은 송라이팅의 힘이었을 것이다. 되게 좋았다는 얘기다.

[Voices of Wonder, 1989]

Voidhanger “Dark Days of the Soul”

voidhanger2018.jpgAgonia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오너의 입지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레이블이 망하지 않고 이렇게 계속되고 있다는 게 조금 놀랍다. 기억이 맞다면 군 입대할 때쯤 생긴 레이블이었는데 이곳만큼 꾸준하게 돈 먹었다는 얘기가 들려오는 곳도 드물었다(거의 Wild Rags 수준). 가장 유명한 건 소속 밴드였던 In Aeternum에게 돈 떼먹었다는 이야기 정도? 그쯤 되면 이 좁은 바닥에서 왕따되기 십상이건만 오히려 이 레이블은 거물 밴드들을 계속해서 끌어들이면서 지금은 꽤 규모 있는 블랙메탈 레이블이 되었다. 생각 이상으로 화려한 라인업의 카탈로그를 보자니 어쨌든 주인장의 안목은 확실한지라 그거 하나로 버텨온 게 아닌가 싶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이거 너무 잘 나가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레이블의 금년 발매작들 중 그런 주인장의 안목을 가장 확실하게 입증하는 예라면 아마도 Voidhanger의 이 앨범이 아닐까 생각한다. 폴란드 blackend-death 스타일 밴드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이들이라 생각하는데, 원래 크러스트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앨범에서는 그런 색채가 더 짙어졌다. 그렇지만 또 곡의 구성은 그리 심플하지만은 않기 때문에 가끔은 Deathspell Omega의 모습도 언뜻 보인다(하긴 요새 Deathspell Omega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블랙메탈 밴드를 찾는 게 훨씬 어려운 일이기는 하다). 그런 면에서는 초창기 Napalm Death가 살짝 프로그레시브해진 스타일이라 할 수도 있겠다…만, 그렇다고 그리 복잡한 것도 아니니 우려할 것까지는 없다. Infernal War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High on Hate’가 개인적인 앨범의 백미.

[Agonia, 2018]

Arsis “Visitant”

visitant.jpgArsis가 신작이 나왔다는 건 모르고 있었는데 “Unwelcome”이 장사가 생각보다 잘 안 됐는지 Nuclear Blast가 아닌 Agonia에서 앨범이 나왔다. 솔직히 King Diamond 생각나는 면이 많아 “Unwelcome”를 꽤 흥미롭게 들었던 입장에서는 좀 의외다. 뭐… 그런데 2013년에 King Diamond 생각나는 음악을 했다는 게 생각해 보니 그리 셀링 포인트는 아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Arsis라는 이름에 기대하는 음악은 “A Celebration of Guilt” 스타일일 테니 “Unwelcome”은 어떤 이들에겐 너무 느슨해져 버린 테크니컬 데스의 전형일 수 있겠다. James Malone의 톤과 가장 닮아 있는 다른 뮤지션을 생각하자니 Warren DiMartini가 생각났다는 사실이 보여주는 바도 있을 것이다. 꽤 거친 질감의 앨범임을 생각하면 의외기는 하다.

“Visitant”는 좀 다르다. 일단 커버가 Clandestine Blaze 스타일로 바뀐 게 좀 의외기도 한데(아무래도 Agonia에서 나오는만큼)그래서인지 이전작들에 비해서는 블랙메탈의 냄새도 없지 않은 편이고, 원래부터 테크니컬 데스 밴드 치고는 직선적인 구성을 가져가던 밴드인지라 스래쉬적인 구성(굳이 짚는다면 Sodom)도 많이 보인다. 프로그레시브한 작풍은 아닌데 그런 블랙-스래쉬-데스메탈 리프의 흐름에 균열을 내는 것은 중간중간 삽입된 네오클래시컬 솔로잉이다. 물론 흐름을 끊는다는 얘기까진 아니니 오해는 주의해야 한다. ‘Death Vow’ 같은 곡은 테크니컬 데스가 지루하지 않기 위해 테크닉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Theory In Practice 같은 밴드가 좀 본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Crescendo Dezign”이 꽤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그런데 Arsis로 시작해서 왜 Theory In Practice 욕으로 끝나는 걸까?

[Agonia, 2018]

Shining(NOR) “Animal”

shining-animal.jpg“Blackjazz”로 갑자기 튀어나온 밴드처럼 느껴진 면이 없지 않지만 Shining은 Niklas Kvarforth의 그 Shining만큼이나 오래 된… 밴드인지는 모르겠으나 생각보다는 꽤 오랫동안 활동을 보여 왔던 밴드이다. 물론 그런 얘기가 딱히 알려지지는 않았는데, “Blackjazz” 이전의 Shining의 음악은 메탈 자체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긴 아예 첫 두 장의 앨범에서는 일렉트릭 기타도 나오지 않는 포스트밥 스타일 재즈를 연주하던 밴드와 “Blackjazz”의 음악은 이미지상 쉽게 연결되지는 않는다. 원래 그런 음악을 기대할 만한 밴드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래도 “Blackjazz” 이후 계속 변화가 없진 않지만 어쨌든 비슷한 스타일로 밀어붙였다가 좋은 소리 못 들었던 밴드인만큼 신보에 뭐가 나와도 많이 이상하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있다.

그렇더라도 이 방향은 좀 의외긴 하다(하긴 밴드 사진만 보더라도 뭔가 되게 불안하긴 하다. 썸네일 사진 참고). “Blackjazz” 이후의 지지부진함을 난해함 탓이라고 자가진단한 건지 앨범은 밴드의 기존작들에 비해서 훨씬 듣기 편하고 평범한 하드록에 가깝게 변했다. 물론 원래 인더스트리얼 색채가 있었던만큼 심플해졌다고 해도 생각나는 밴드는 Pain이나 Fear Factory 정도인데, ‘Fight Song’ 같이 좀 정도가 심해진 곡들에서는 Pain 정도가 아니라 Amaranthe 수준으로 팝적인 곡도 나온다. ‘Hole in the Sky’ 같은 발라드도 “Blackjazz”에서는 생각할 수 없던 곡이다. 그러니까 갑자기 Muse나 Nickelback을 너무 많이 들었나 하는 세평이 왜 나왔는지도 이해가 간다. “Blackjazz”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피해 갈 것.

[Spinefarm, 2018]

IT & My Computer “Musiques Pop”

musiquespop.jpg밴드명의 it가 대명사일지 Information Technology의 약자일지 궁금하지만 당연히 여기서 그리 중요한 얘기는 아니므로 넘어가도록 한다. IT & My Computer는 Alexandre Gand라는 프랑스 양반의 일렉트로닉 프로젝트인데, 나로서는 처음 접하나 discogs의 기록에 의하면 수많은 프로젝트들을 굴리고 있다고 한다. Citizens Paralleles라는 레이블도 나로서는 생소한데, 좀 더 찾아보면 Invasion Planete Recordings의 서브레이블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혹시나 싶어 좀 더 찾아본 결과 Invasion Planete의 보스인 ‘A//’는 Alexandre Gand와 동일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뒷골방 일렉트로닉 덕후의 수많은 습작들의 이미지가 눈앞에 스쳐지나가지만, 에이 그렇게까지 형편없지는 않겠지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가져본다.

그 결과는?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다. 굳이 말하자면 Kraftwerk에 약간의 댄스 플로어 뮤직을 미니멀하게 섞어낸 듯한 음악인데, 기본적으로 그리 차갑지 않은 멜로디를 테마로 하여 반복시키고, 때로는 슈게이징 분위기도 덧칠해 가면서 나름의 다양성을 보여주려 한다. 요새 같아서는 집에서 컴퓨터 한 대로 혼자 만들어도 될 정도로 조금은 싼티나면서도 추억어린 80년대풍 신스팝에 가까운 톤의 사운드가 반갑기도 하다. ‘Mainstream De L’Amour’ 같은 곡은 ‘힙’하신 취향의 소유자들에게도 좋게 들릴 만한 곡인데, 하긴 그 분들이 이런 레이블의 발매작에 관심 가질 것 같지는 않다. 얼척없는 커버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들었다. 700장 한정 12인치.

[Citizens Paralleles,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