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k “Sturmpanzer”

sturnpanzer.jpg밴드명 가지고 치고 받고 싸우는 사례들 중에서 가장 어지러운 양상을 보이는 경우라면 아마도 Tank가 첫손…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상위권이지 싶다. 1997년에 재결성한 이후에 정규반은 한 장뿐 나머지는 라이브와 컴필레이션으로 우려먹었으니 멤버들 간에 나름 반목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2007년, Algy Ward와 Mick Tucker, Cliff Evans가 각자의 밴드들을 꾸리기 위해 밴드를 떠나버렸다. 문제는 Algy의 새 밴드와 Mick, Cliff가 만든 새 밴드의 이름이 모두 Tank였다는 것이다. 졸지에 Tank라는 밴드가 세 개가 되어버렸지만 뭐… 치고 받고 싸우긴 해도 그렇다고 법정까지 가고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하긴 세 Tank 모두 다 돈 안 되기는 마찬가지일테니 그렇게까지 싸우는 건 서로에게 낭비이겠거니 싶다.

Algy Ward의 Tank…는 멤버가 Algy뿐이니 사실상 솔로 프로젝트에 가까운데, 밴드만 갈라졌을 뿐 원래 오리지널 Tank를 굴리던 양반이니 음악이 변할 건 없다. 문제는 이 ‘솔로 프로젝트’ Tank는 오리지널과는 달리 앨범에 자꾸 이상한 실험을 집어넣는다는 것이었는데, ‘Which Part of Fuck Off Don’t You Understand’나 ‘No More War’ 같은 조금은 헛웃음이 나오는 곡이 역시 이번 앨범에도 등장한다. 사실 ‘First They Killed Her Father’ 같은 곡은 오리지널 Tank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바 없지 않은데다 Lemmy가 떠난 지금 따지고 보면 Algy만큼 유사 Motorhead 느낌 내는 뮤지션도 드문지라 나름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냥 오리지널 Tank 다시 들어가서 노후대비 투어 도는 게 차라리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기대 좀 하고 들었더니 오늘따라 막말이 나온다.

[Dissonance, 2018]

Lauren Harris “Calm Before the Storm”

LaurenHarris_CalmBeforeThe_Storm.jpgJudas Priest 얘기가 나온 김에. Lauren Harris는 이름과 얼굴에서 짐작했을 수도 있겠지만 바로 그 Steve Harris의 딸이다. 물론 아버지와는 하는 음악이 아주 다르지만 피가 피인지라 어린 시절부터 클럽 공연을 하던 Lauren을 눈여겨 본 Russ Ballard(Argent에 계시던 그 분)가 데뷔로 이끌었다고 하는데, 바로 이 데뷔작에서 기타를 치던 양반이 Richie Faulkner였다. 딸이 앨범 낸다는데 가만히만 있을 수 없었는지 Steve Harris는 이 앨범의 4곡에 베이스로 참여하는 등 확실한 서포트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후 Glenn Tipton에게 새 기타리스트로 Richie를 추천한 것이 Steve Harris였음을 생각하면 음악을 떠나서 Richie Faulkner에게는 그야말로 인생의 한 장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각설하고.

음악은 Iron Maiden의 분위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멜로딕 하드록 스타일인데, 당장 첫 곡부터 Gun의 ‘Steal Your Fire’ 커버인만큼 Avril Lavigne 류의 사운드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Come On Over’ 같은 곡은 과장 섞으면 좋았던 시절의 UFO를 연상시킬 정도의 연주를 들려주는데, 이 곡이 Richie의 신의 한 수 같은 경력 한 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그 외 다른 곡들은 딱히 귀에 들어오는 편은 아닌데, Avril Lavigne까지는 아니지만 사실 충분히 미국스러운 사운드이기 때문에 이야 다른 사람 딸도 아니고 이 분이 이래도 되나…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From the Bottom to the Top’ 같은 곡을 듣자니 노래가 안 되는 분이 아니고 그 정도로 쉬이 넘겨버리기는 좀 그렇기는 하다. 다음 앨범을 기대하게 하는 힘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Judas Priest 얘기하다가 왜 맨 처음 생각난 게 하필 Lauren Harris였을까?

[Demolition, 2008]

Judas Priest “Firepower”

firepower사실 노장 메탈 밴드들의 근작들은 정말 그렇게들 생각해서 그러는진 모르겠지만 역시 거장의 품격이 돋보인다! 식의 찬사들을 받는 경우들이 많은데, 밴드가 풍기는 위엄을 걷어내고 들어보면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경우들을 (경험상)생각보다 훨씬 자주 마주치게 된다. Judas Priest도 그런 경우의 하나였는데(사실 이런 경우들 중 가장 심각한 사례는 Slayer라고 생각한다. 뭐 그렇다고), Rob Halford 복귀 이후의 앨범들은 Priest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다! 식의 평가를 쉽게 받아내곤 했지만 “Angel of Retribution”이나 “Nostradamus”, “Redeemer of Souls”는 사실 그리 와닿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Judas Priest에 대한 근래의 개인적 인상은 과거야 어쨌든 이제는 슬슬 보내드려야 하는 밴드, 정도였다. “Firepower”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런 기대에 비해서는 아주 만족스러운 앨범이다. 아무래도 ‘Firepower’나 ‘Lightning Strike’ 같은 곡들이 있는지라 ‘Painkiller 2’ 소리도 나오는 모양인데, 사실 Rob의 보컬이 요 근래 앨범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앨범이긴 하지만 Painkiller 2와는 아무래도 거리가 상당히 있다. 그보다는 Priest의 80년대 작품들의 작풍을 고르게 담고 있는 편인데, 그러면서도 딱히 처지는 곡이 없다는 게 앨범의 가장 돋보이는 점이라 생각한다. 달리 얘기하면 그렇다고 돋보이는 곡도 없다는 말인데 그래도 ‘Lightning Strike’나 ‘Spectre’ 같은 곡을 그리 밋밋하게 얘기하기는 많이 아쉽다. 프로듀서가 Andy Sneap이 아니었다면 개인적으로는 더 만족했으려니 싶다. 이 양반이 손 대면 왜 밴드들이 전부 다 톤이 비슷해지는 걸까?

[Columbia, 2018]

Art Inferno “Abyssvs Abyssvm Invocat”

artinferno1999.jpg지금이야 저 앨범명을 검색하면 당연히 첫째로는 성경 얘기가 나올 것이고, 둘째로는 Behemoth의 컴필레이션 얘기가 나오겠지만, Art Inferno의 이 유일작은 나왔을 때만 해도 그래도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신진 이탈리아 심포닉블랙 밴드의 데뷔작! 정도의 평을 듣곤 했다. 물론 이탈리아 심포닉블랙 앨범에서 딱히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흔치는 않은데다 하필 레이블이 Scarlet인 덕에 그런 평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기대는 크지 않았다. Cradle of Filth와 바그너의 만남! 식의 믿어줄래도 조금은 민망한 광고문구도 그렇고, 잘 그렸다고는 절대 말 못할 커버도 비호감을 한층 더한다.

그럼 그 광고문구가 그냥 뻥이었는가? 사실 바그너는 아무래도 좀 너무 나간 얘기였지만 Cradle of Filth는 그럴 만도 한 것이, 일단 Nerio의 보컬이 Dani Filth와 비슷한 스타일인데다(특히 그 ‘팔세토’) 노르웨이풍 심포닉보다는 적당히 고딕적이면서 ‘스푸키’한 분위기에 가까웠던 신서사이저도 퇴폐적인 맛을 더했다면 꽤 비슷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파이프오르간 톤을 꽤 잘 사용한다는 것도 비슷하다. 달리 얘기하면 블랙메탈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 등은 덜하다는 뜻인데, 하긴 광고문구부터 바그너 얘기하는 양반들이 그런 걸 처음부터 의도하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자기들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는지 쉴 새 없이 변화를 가져가면서 다채로운 건반을 과시적일 정도로 보여주는데, 과시도 ‘Be Silence My Ossuary’ 정도로 한다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사실 그 한 곡 만으로도 이 앨범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물론 내 생각이다.

[Scarlet, 1999]

Vanitas “World’s End”

vanitas-worldsend.jpg이왕 Golden Dawn 얘기가 나온 김에 Dreamlord 얘기를 조금 더 해 본다면, 사실 나 같이 “The Art of Dreaming”을 좋아했던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Dreamlord의 활동에 관심가질 이유가 있을까 정도로 활동상은 지지부진한 편이었다. 그나마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밴드는 Wallachia겠지만, Wallachia야 확고부동한 보스가 있는 팀이니 Dreamlord가 게스트 건반 주자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지지부진한 활동상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작품을 꼽는다면(왜 꼽느냐고 묻는다면 사실 할 말은 없음) 바로 이 데모가 될 텐데, 이 메탈 뮤지션의 커리어에서 유이하게 메탈이 아닌 작품(나머지 하나는 Sturmpercht)이라는 점이 그래도 눈에 들어올지 모르겠다. 다른 외견상 특징이 있다면 데모면서 레이블에서 나왔다는 것과, 그 레이블이 뜻하지 않은 탈세 이슈로 망해버린 Chanteloup Creations이란 정도.

지지부진하지만 거의 심포닉 외길인생을 걸어온 Dreamlord의 솔로작 답게 데모 또한 어쨌든 ‘심포닉’하긴 하지만, 사실 싼티나는 일렉트로닉스를 전면에 내세운 덕에 사운드는 신스웨이브에 가까운 편이다. 원래 하던 음악 스타일이 있는만큼 일렉트로-고딕 소리도 듣기는 하지만 그리 어두운 느낌도 거의 없는 편이다. “The Art of Dreaming”과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는 게 흥미로울 지경인데, 하긴 터미네이터 2 나온지 오래지 않은 시기인 만큼 핵으로 망해버리고 스카이넷이 지배하는 세상을 흥겨운 템포로 그려보려 했는지도 모르겠다(‘Cyborgs of the Darkside’ 같은 곡에서 느껴지는 인상도 그렇고). 물론 앨범에 쓰여 있는 것도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도 없으니 창작자의 진의야 알 수 없다. 하긴 사람들이 굳이 그 진의를 궁금해할 만한 음악은 아니라는 게 진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리 큰 재미는 없는 신스웨이브, 정도면 충분한 얘기일 것이다.

[Chanteloup Creations,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