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Dawn / Negative Bias, The “Split”

goldendawnsplit.jpgGolden Dawn의 간만의 복귀작. 물론 The Negative Bias도 끼어 있기는 하지만 이 두 밴드를 붙여 놨는데 Golden Dawn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하긴 밴드명이 The Negative Bias니 그것도 팔자려나… 하지만, The Negative Bias도 실은 Dreamlord가 다른 멤버 하나 더 끼워서 하는 프로젝트인만큼, 결국은 이 스플릿은 Dreamlord의 간만의 작품집, 정도로 이해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듯싶다. 솔직히 “The Art of Dreaming” 이후 그에 비견할 만한 걸 만든 적은 없지만 오스트리아 심포닉블랙에 좋은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개는 이쯤으로 충분할 것이다. 말이 스플릿이지 두 곡 뿐인 앨범이기 때문에 사실 별 말 없이 들어보는 게 더 빠르기도 할 것이고.

두 밴드 모두 심포닉한 블랙메탈을 연주하지만, 둘 중에는 (당연히도)The Negative Bias가 좀 더 현대적인 사운드이고, 리프나 곡의 전개도 좀 더 역동적인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빠르게 전개되는 것도 아니고 앨범은 거의 일관되게 미드템포로 진행된다. The Negative Bias가 키보드를 이용한 오컬트한 분위기에 집중한다면, 상대적으로 Golden Dawn은 90년대의 사운드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아무래도 트레몰로 기타에 집중된 구성을 보여주는지라 더 그럴 것이다. 그런 스타일만 본다면 Golden Dawn의 곡이 좀 더 선호에 가깝지만, 일부러 그랬는지 칩튠처럼 들리는 키보드 톤이 이번만큼은 영 귀에 박히지 않는다. 아니 간만에 곡 내면서 왜 이랬을까… 싶지만, 그래도 곡 자체에는 꽤 만족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간다. 그 싼티나는 키보드와 2곡짜리면서 제 값 다 받아먹는 가격만 아니었다면 더욱 만족했을 것이다.

[Séance, 2018]

Paragon Impure “Sade”

paraginimpure2018.jpgLugubrum 멤버들의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하는 게 더 알맞을 이 밴드는 뭐…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한 10년 전이라면 Darkthrone의 좋았던 시절을 가장 잘 따라하고 있는 후배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물론 그냥 내 생각일 뿐이다). 문제는 2005년 데뷔 풀렝쓰 이후 신작을 내고 있지 않았다는 건데, 그렇게 이름도 까먹고 있다가 금년에 신작이 나왔다. 솔직히 Lugubrum은 좀 뻥튀기된 명성의 밴드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차라리 Paragon Impure에 전념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있었는데, 하필 작년의 “Wakar Cartel”을 엄청 좋게 들었던지라 개인적으로는 조금 김 샌 감도 있다…만, 어쨌건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니 반갑다. 이번에도 1집처럼 실존 인물 얘기라는 것도 마음에 든다.

1집이 “Transylvanian Hunger” 느낌이 있었다면 이번 앨범은 그보다는 Enthroned의 좋았던 시절에 가까운 편인데, 아무래도 크레딧에 Jéremie Bézier가 끼어 있다 보니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헤비하고 베이스라인도 강한 편이라, 사실 이 글 초반의 Darkthrone 얘기는 이 앨범을 듣고 보면 조금은 거짓말처럼 느껴질 지경. 그러니까 이 글은 망했다는 고백을 하고 있는 셈인데 글의 허섭스러움과는 별개로 앨범의 만듦새는 출중하다. ‘Juliette, the Queen of Vice’같이 예전 스타일로 휘몰아치는 노르웨이 블랙메탈을 들어 본지 시간이 좀 지났다. ‘The Final Passion, or the Passion of Hell’ 같은 곡으로 서사적인 구성 또한 잊지 않고 있으니 즐길거리는 충분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1집도 그랬었지만 아주 좋게 들었다.

[Ván, 2018]

Fucker “Making Love on Electric Chair”

fucker1990.jpg이왕 Metal Enterprises 얘기가 나온 김에 한 장 더. Godzilla의 2집처럼 레이블이 자체적으로 짝퉁 밴드를 굴려서 찍어 내는 일을 많이 한 레이블이다보니 황당한 앨범도 그만큼 많이 나왔지만, 그 중에서도 이만큼 심각한 앨범은 찾기 어렵다는 게 사견. 정보를 찾을 수가 없으니(당장 인터넷에 밴드 사진 한 장이 없다) 장담은 못하지만 Godzilla가 그랬듯이 레이블의 나름의 기믹을 잡고 스튜디오 밴드 시켜서 만든 짝퉁이 아니련가 싶은데, 문제는 이 기믹이 ‘white power’였다는 것이다. ‘White Power’나 ‘Comrads in Arms’ 같은 곡명도 그렇고, 앨범 아트워크에도 은근슬쩍 들어가 있는 스킨헤드들은 이게 의도된 모습이었음을 알려주는데, 밴드명이나 앨범명, 앨범 커버는 정작 그런 기믹과 거리가 멀어 보이니 레이블도 만들면서 무섭기는 했나보다 하는 생각도 조금은 든다.

그런데 정말 괴악한 사실은 Fucker는 바로 2년 전에 나온 데뷔작에서 (물론 잘한다는 말은 못하지만)인종주의를 배격하는 가사를 담은 하드코어를 연주했던 밴드였고, 심지어 흑인 보컬을 앞세웠던 밴드였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니 음악 스타일도 적당한 공간감의 키보드 연주를 깔고 적당히 팝적인 멜로디를 심각한 보컬과 함께 풀어나가는 멜로딕 하드락 정도로 말하는 게 맞을 법한 모습인데, RAC 밴드 기믹으로 이런 음악을 한다는 자체도 좀 웃기기는 한데다, ‘Robot of Love’처럼 그냥 이것저것 모두 떠나서 곡 자체가 웃긴 사례도 있는만큼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든 앨범인지 다시금 의심이 간다. 하긴 생각해 보면 레이블이 기획한 음반이니 아마 재정적 고려도 있었을진대 RAC 컨셉트를 잡는다는 자체가 이해가 되는 얘기는 아니다. 웃기려고 그런 걸까.

[Metal Enterprises, 1990]

Godzilla “II”

godzilla1990.jpg괴이한 사연들이 많이 얽혀 있는 앨범이다. 이 오스트리아 헤비메탈 밴드는 1989년에 셀프타이틀 데뷔작을 Metal Enterprises에서 발표했다. 물론 기타를 치던 Ingo Nowotny가 레이블 사장이었으므로 그냥 자주제작이나 마찬가진데, 못들어 줄 것까진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딱히 들어오는 것도 없었던 앨범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의 멤버들의 행보는 전혀 모르나 오스트리아에서 1989년에 고질라란 이름으로 메탈을 연주하는 게 별로 할만한 일은 아니다 싶었는지 이 2집은 Ingo 제외 모든 멤버들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제작되었다고 한다. 사실 Ingo가 껴 있는지조차 의문스러우나(앨범에 아무런 정보가 없다) 레이블 사장이니만큼 자기까지 손 떼지는 않았겠지 싶다. 말하자면 이름만 고질라지 데뷔작의 그 밴드와는 아무 상관없는 짝퉁 스튜디오 밴드가 낸 2집인 셈이다. 하긴 Metal Enterprises 정도가 아니면 이런 황당한 일을 할 수 있는 레이블도 별로 없을거다.

그렇게 나온 앨범은 그래도 멀쩡한 초반부를 지나가면 잊지 못할 황당한 경험을 선사한다. 왜 이리 컨트리스러운가 싶은 ‘Ass of the Prophet’을 지나면 레게를 헤비메탈에 섞으려다 망한 듯한 ‘I followed the Zombie’를 만나게 된다. 이걸 넘어가면 갑자기 이스라엘 포크 커버곡이라고 하나 실은 파워메탈 풍 리프에 정신나간 듯한 여성보컬을 얹은 ‘Cinderella Rockefella’가 등장한다(사실 이 곡을 아직까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 외 곡들이라고 사실 멀쩡하진 않기 때문에 과연 레이블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를 다시금 곱씹어보게 된다. 웃기다 보니 구하는 사람들이 있음인지 민트 컨디션은 그래도 50’파운드’를 호가하는 음반이기는 한데 그리 추천할 만한 구매는 아니다. 때로는 경험자의 조언은 중요하다. 내가 저 돈 주고 샀기 때문에 꼭 하는 얘기는 아니다.

[Metal Enterprises, 1990]

Room “Pre-Flight”

roompreflight잠깐이지만 여성보컬을 앞세운 재즈 물 먹은 브리티쉬 프로그를 모으던 시기가 있었는데 물론 아는 게 별로 없었으므로(뭐 지금도 딱히 많이 다르진 않음) 컬렉션도 그리 신통치는 못했다. 그 때 알게 된 뮤지션들이 대충 Babe Ruth나 Affinity, Catapilla, Frumpy 등이 있을 텐데 물론 시간이 많이 흘렀을지언정 나는 돈이 꾸준하게 없다는 공통점이 있는지라 Deram 릴리즈는 회사 이름도 이상한 데서 물건 한번 비싸게 나온다는 정도의 이미지가 남았을 뿐 가지고 있는 건 별로 없다. Room도 마찬가지인데, 요새는 툭하면 3천달러를 넘어가는 오리지널을 넘볼 수야 없으니 Esoteric반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물론 예전에 시완레코드에서 나왔었지만 그때는 Room은 커녕 King Crimson도 잘 모르던 시절이었다.

블루스에 재즈, 웨스트코스트 사이키 등이 그리 복잡하지 않게 뒤섞인 음악인데, 아무래도 Affinity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스타일이지만 Linda Hoyle보다는 좀 더 매끈하게 뻗는 스타일의 소프라노에 가까운 목소리인지라 나는 좋아하긴 하지만 호오는 은근 갈리겠다 싶은 목소리기도 하다. 거기다 ‘Andromeda’ 같은 곡에서는 ‘No Warmth in my Life’ 같은 곡에서 잡아 둔 블루지한 분위기를 화끈하게 날려버리는지라(좋은 뜻으로 하는 얘기임) 보컬이 중심인 음악이지만 보컬이 핵심이었다, 고 하기는 많이 저어된다. 결국은 재즈물 확실하게 먹은 헤비 프로그를 좋아하는 이라면 만족할 만한 음악이겠거니 싶다. 블루스물을 생각하면 Cream 팬에게 어필하기에도 무리없을 듯하다. 하긴 이제는 그놈이 그놈이긴 하겠지만.

[Deram, 1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