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s & Licht는 네오포크 레이블로 알려진 곳들 중에서도 가장 전형적인 ‘포크’에 근접한 음악들을 발표하던 곳이었다. 바꿔 말하면 사실 네오포크 레이블이라기보다는 유럽색 짙은 잔잔한 ‘포크’ 레이블이라 하는 게 더 적절할지도 모를 레이블이었다. 그런 면에서는 메탈을 내지 않는다는 점 외에는 Prophecy Prod.와 궤를 같이하는 곳이라 할 수 있겠는데, 물론 좀 더 듣기 편한 앨범을 많이 냈다고 해서 판매고에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레이블은 2010년에 시원하게 문을 닫았다. 하필 마지막에 나왔던 앨범이 Leger Des Heils(독일어로 구세군이라는 뜻임)의 앨범인지라 구글링했더니 불우이웃을 돕자는 얘기만 왕창 나오던 기억이 난다. 물론 Leger Des Heils도 괜찮은 음악을 했지만… 네오포크 하면서 구세군을 검색어 순위에서 이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Nebelung은 Eis & Licht의 스타일의 전형에 가까운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데(여기다 오케스트레이션을 더하면 Leger Des Heils, 좀 더 담백하고 예쁘게 나가면 Lux Interna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음) 레이블이 망해 버리는 덕분에 앨범이 예전보다는 확실히 구하기 어려워졌다. 그래도 구할 놈은 다 구했다고 생각했음인지 새 레이블인 Temple of Torturous가 이들의 2005년 데뷔작인 “Mistelteinn”을 재작년에 300장 한정 화이트 바이닐로’만’ 재발매했다. 하긴 이런 음악은 날씨 흐릿한 날 집에서 적당히 어둡게 해 놓고 턴테이블에 돌리면서 듣는 게 간지폭풍일지니 이해 가는 선택일 것이다.
[Eis & Licht, 2005]
Cynfeirdd는 네오포크/밀리터리 팝을 주로 하는 프랑스 레이블 겸 팬진으로 알려져 있는데, 카탈로그 초기 넘버 발매작들이 죄다 CDR 포맷인 걸 보면 처음에는 팬진 구독자들 대상으로 데모 좀 찍다가 좀 일이 커진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된 게 아닌가 짐작한다. 그래도 발매작들 가운데 H.E.R.R.이나 The Joy of Nature 같은 장르의 거물들이 끼어 있는 거 보면 나름 감식안만큼은 확실했던 편이고, Tony Wakeford의 CDR을 낼 수 있었던 거 보면 그래도 이 장르의 ‘인싸’에 가까웠던 이들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2015년 이후에는 별 활동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discogs에서는 열심히 재고떨이하는 모습이 오늘도 보이는만큼 뭔가 또 꾸미고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 섞인 짐작을 해본다.
Phillip Anselmo가 들어오기 이전 Pantera에 대해 보통 갖고 있는 이미지는 답 없는 팝메탈 밴드에 가깝지만 사실 “Cowboys from Hell”부터의 히트에 비할 수 없을 뿐 그 이전에도 Pantera는 그렇게 구린 밴드는 아니었고, Anselmo에게 자리를 내 주었던 Terry Glaze도 그렇게 마냥 치이고 다닐 만한 인물은 또 아니었다. Lord Tracy는 Terry가 Pantera에서 방을 빼고 나서 합류한 밴드인데, Uni Records에서 앨범이 나왔으니(이름이 저래서 그렇지 MCA의 서브레이블이다) 그런 시각이 꼭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거라는 짐작이 있다. 솔직히 화끈하게 망해버렸던 판매고에 비해서는 훨씬 괜찮은 밴드였다는 생각도 있다. 레이블 입장에서도 기대가 컸는지 녹음도 아주 잘 되었다. 트리키한 구석이 많은 베이스라인을 살리기 위함이었는지 그 시절 다른 메이저 메탈 밴드의 앨범보다 강조되어 있는 베이스도 앨범의 개성이 된다.
그런지 얘기 나올 때 이름 나오는 걸 별로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Temple of the Dog보다는 좀 더 앞서 얘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보는 밴드. 지금도 그런지를 좋아하지 않고 한 7~8년 전에는 나태하게 인생을 낭비한 죄로 지옥에 간다면 아마 그런지(보다는 포스트그런지) 찾아듣던 시간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래도 그런지라는 스타일이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 거칠고 하드록 맛이 있었던 일종의 ‘프로토타입’에 가깝던 시절의 음악은 지금도 간혹 찾아 듣는다. 사실 비평 글에 종종 나오는 80년대 말엽 메탈의 상업화로 인한 얼터너티브의 등장과 메탈의 몰락 등의 얘기를 음악 들으면서 체감한 경험은 거의 없는데(그거야 일단 내가 메탈헤드니까 그렇긴 하겠지만), 그 얼터너티브 무브먼트가 주창했다는 ‘진정한 하드록이란 이런 것이다’ 식의 슬로건에 더 부합해 보이는 음악이랄까.
Unanimated는 No Fashion과 함께 사라졌다고 생각한 이름이었는데 얼마 전에 무려 Century Media에서 EP가 새로 나와서 의외였다. 해서 찾아보니 나야 모르고 넘어갔지만 이미 2009년에 앨범이 한 장 나왔더라. 뭐 그래도 9년만에 새로 뭔가 나오는 셈이니 오래 되긴 했다. 혹자 – 이를테면 Decibel – 는 멜로딕 ‘blackend death’ 스타일을 시작한 밴드라고도 하는 마당이니 레이블도 그걸 알아줬는지도 모르겠다만 Dark Tranquillity도 스웨디시 Nickelbag이 됐다고 욕먹는 판에 그게 셀링 포인트인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어쨌건 예전 모습을 기억하는 입장에서는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