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sion S “Something to Drink 6”

somethingtodrink6Division S는 이탈리아 출신의 네오포크, 또는 느와르-인더스트리얼 프로젝트이다. 뭐가 그리 목이 말랐는지 이들은 ‘Something to Drink’ 콘셉트로 여섯 장의 연작을 발표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정작 “Something to Drink 1” 앨범은 넷상에서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Something to Drink”라는 앨범이 있기는 한데, 이건 2007년에야 나온 컴필레이션인지라 연작의 첫 앨범은 아니다(“Something to Drink 2″가 2004년에 나왔다). 그렇다고 연작의 첫 앨범 제목 번호를 2로 붙일 뻘짓을 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새로운 경지의 뻘짓을 보여주는 이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 세상이니만큼 진실은 알 수가 없다.

느와르-인더스트리얼이란 말을 썼는데, 통용되는 명칭은 아니고 적당히 미니멀하면서 느와르 필름과 카바레, 재즈 등의 스타일들을 인더스트리얼에 뒤섞은 류의 음악을 지칭할 때 간혹 보이는 말이다. 사실 이런 건 Allerseelen이 제일 잘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Something to Drink 4″까지는 Allerseelen에 비교하기 송구스러운 수준이다보니 Division S의 개성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은 딱히 없었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 실력이 늘었는지 드디어 본작 “Something to Drink 6″에 와서는 확실히 나름의 개성이 생긴 것 같다. 거친 이탈리아풍 노이즈 – Maurizio Bianchi 생각이 조금은 난다 – 가운데 조금은 기괴하면서도 탐미적인 이미지가 배어 있다(물론 사견일 뿐이다). 다만, Der Blutharsch를 따라했는지 패기있게 곡명과 가사를 모두 생략해 버리고 앨범을 냈는데, 그런 거 아무나 하면 큰일나는 거라고 레이블에서 얘기 좀 해 줬으면 좋겠다. 아 그런데 자주제작이구나…

[Self-financed, 2015]

Xibalba “Ah Dzam Poop Ek”

xibalba1994.jpgXibalba는 그리 흔한 밴드명은 아니지만 이 이름을 가진 밴드들이 생각 이상으로 유명세를 얻은 덕에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다. 마야 신화에 나오는 지하세계의 우두머리격 신의 이름이라 알려져 있는데, 그러다 보니 이 이름을 고른 밴드들이 컨셉트도 대개 비슷한지라 동아시아의 문외한으로서는 들어보기 전에는 구별조차 쉽지 않다. 그래도 그런 밴드들 중에는 캘리포니아의 그 Hatebreed 데스메탈 버전 같은 밴드와 이 밴드가 국내에서는 가장 알려진 듯하다. 물론 공식적인 근거 같은 건 없고, 전자야 음악도 음악이거나와 레이블도 Southern Lord이기 때문에 접하기 쉬웠다면, 이 밴드는 바로 이 앨범이 예전부터 꾸준하게 중고음반 매장에 악성재고로 보였다는 경험적 사실 정도를 얘기할 수 있갰다. 얘기하매 어째 서로 느낌이 되게 다르지만 기분탓이라고 해두자.

그렇지만 내용물은 1994년의 그 어느 블랙메탈 앨범에 비교하더라도 별로 뒤떨어질 게 없다고 생각한다. 첫인상에 떠오르는 밴드는 Darkthrone이지만, 아무래도 출신이 출신인지라서인지 보통의 노르웨이풍보다는 스래쉬 리프도 강하고 타코 냄새 묻어나는 듯한 멜로디의 포크 연주도 빠지지 않는다(특히 ‘In Daemones Imperium’). 말하자면 아주 포크적이면서도 바이킹메탈 느낌이 전혀 없는 보기 드문 형태의 블랙메탈이고, 스래쉬 느낌 강한 리프 덕에 때로는 블랙스래쉬에 가깝게 들리는 음악인데, 베이스를 정점으로 리듬 파트가 확실히 강조되어 있는지라 흥겨움이라는 면에서는 이쪽이 더 나을지도. 물론 그렇다고 장사가 잘 됐을 리는 없어서인지 밴드는 2010년부터는 굳이 Xibalba Itzaes라는 꼬리가 붙은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저런다고 앨범 더 팔릴 리는 없건마는 그래도 생계에 지장 없는 분들이었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한 장 더 나왔으면 해서 하는 얘기다.

[Guttural, 1994]

Aion “Reconciliation”

aion-reconciliation아마도 “Noia”가 가장 유명할 폴란드 둠-데스 밴드이지만, 인간적으로 “Noia”는 꽤 들을만한 건반에 빈약한 보컬을 끼얹은 둠-데스 앨범라고 생각한다(뭐 멜로디는 나쁘지 않았다). 사실 앨범에서 가장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은 기껏 잡아놓은 분위기를 갑자기 깨 버리는 그루브였는데, 그런 그루브가 이미 몸에 익어 버렸는지 밴드는 오히려 후속작에서 그 그루브를 살리는 방향을 선택했다. 그런데 밴드의 강점은 꽤 들을만한 건반과 멜로디였으니, 아무래도 이 앨범의 묘한 스타일은 나름의 장점들을 모두 살리려는 선택이었을지 모르겠다.

덕분에 기대 이상으로 프로그레시브했던 이 앨범은 유니즌은 커녕 ‘Days of Fight, Days of Hope I’, ‘The Meeting’ 정도의 예를 제외하면 짤막한 기타 솔로잉 하나 찾아보기 어렵다. 리프에 실린 약간의 인더스트리얼 메탈 터치는 빵빵한 건반에 리프가 묻히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는 충분히 계산된 앨범이었다고 생각한다. 곡 하나하나의 전개는 사실 심플한 편인데, 곡마다 스타일을 바꿔가면서(말하자면 Voivod부터 Fear Factory까지) 중간중간 소품도 많이 써먹는지라 별 컨셉트 없는 앨범이지만 흐름만큼은 크고 굵직하게 가져간다. 그래도 “Symbol”에서 밴드가 바로 그 트리키함을 때려치우는 걸 보면 이런 다각적인 시도가 살림살이에는 별 도움이 안 됐던 모양이다. 하긴 세상사가 꼭 기대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

[Metal Mind, 2000]

Daevid Allen “Australia Aquaria/She”

daevidallen1990.jpgGong이나 Soft Machine을 나름 좋아한다고 얘기하는 편이긴 한데 그렇다고 사실 Daevid Allen의 솔로작까지 관심갖고 열심히 찾아듣거나 했던 기억은 솔직히 없다. 애초에 대체 앨범을 얼마나 낸 건지 짚어 볼 엄두도 잘 안 나는 양반이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Gong에서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그 특유의 유쾌한 스타일의 스페이스록 연주였던 것 같다. Radio Gnome Invisible 트릴로지가 인정받는 걸 보면 아마 나만 그랬던 건 아닐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 그렇게 Allen이 Gong에서 우주생물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던 반면, 내가 처음으로 접한 Allen의 솔로작이었던 “Now is the Happiest Time of Your Life”(뭐 라이센스됐으니까 아마 제일 쌌을 것이다)는 Allen의 다른 앨범들보다는 좀 진중하고 단조로운 편이었다. 뭐 Allen이 생각하는 우리네 인생이 실제로는 그렇게 단조로운 것이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막 나가는 맛은 좀 덜하다는 면에서는 이 솔로작도 크게 다르진 않다. 제목만 봐서는 무슨 호주 관광청 지원받아 만든 “물의 나라 호주” 다큐멘터리 OST 같은 느낌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는데, Gong의 앨범이었다면 아마 실리지 않았을 법한 ‘발라드’인 ‘Gaia’ 같은 곡은 기존 Allen의 팬이라면 오히려 Allen을 잘 모르던 이들에게 더 어필할 법하다. 물론 인물이 인물인지라 당장 다음 곡인 ‘Peaceful Warrior’부터 원래대로 막 나가주니 그렇다고 초심자용 앨범이라 하는 건 금물이다. Gong보다는 Gongmaison을 좋아했던 이들에게 조심스럽게 권해볼 만한 음악인데… 생각해 보니 Gongmaison을 들어봤을 정도라면 이 앨범 정도는 이미 들어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들었다. Allen 특유의 막 나가는 재즈록이 번뜩이는 ‘She’가 그래도 가장 귀에 박힌다.

[Demi Monde, 1990]

Vampyre State Building “A Night at the Vampyre a Go Go”

vampyrestatebuilding1997.jpgVampyre State Building을 알게 된 건 Misfits의 트리뷰트 앨범(뭐 한두 장이냐마는) “Children in Heat”의 ‘Spook City U.S.A.’ 커버에서였다. 물론 솔직히 괜찮은 앨범이라고는 못하겠고(원곡들의 퀄리티를 생각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퓨처라마를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그리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 밴드명도 맘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잊고 살다가 우연히 이들의 앨범을 파는 디스트로를 발견했는데, 의외로 싸지 않은 가격에 찾는 이들도 생각보다 많은 걸 보고 잠깐 어이가 떠나갔다가 정신을 다잡고 보니 내가 그 앨범을 사고 있더라… 하는 게 “A Night at the Vampyre a Go Go”에 얽힌 사담이다. 컴필레이션이 한 장 있긴 하지만 정규 풀렝쓰 앨범은 이게 유일하니, 좋거나 말거나 EP 제외 전작 컬렉션 완성했다고 말할 밴드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쓰고 보니 자랑할 얘기는 아니다.

그렇게 들어본 이 앨범은… 역시 사람은 정신줄을 잡고 살아야 함을 되새기게 해 주는 앨범이었는데, 사실 일반적인 펑크 밴드 스타일은 아니고, 기본적으로 고쓰 물을 먹은 로큰롤에 약간의 사이키델릭을 가미한 정도의 음악으로 들린다. 그래도 풍기는 분위기는 왜 이 양반들이 Misfits 트리뷰트에 참여했는지를 알려 줄 정도는 된다. 그리고 Kim Carnes의 ‘Bette Davis’ Eyes’ 커버는 멜로디도 충분하고 연주도 펑크 밴드에게 기대하는 ‘그것’을 보여주는지라 나름 괜찮게 들을 수 있다. 멜로디가 좋다고 얘기하는 곡이 하필 앨범에 딱 한 곡 있는 커버곡이라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세상에 한 곡도 못 건질 앨범이 어디 한둘이어야지.

[Amöbenklang,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