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Max “Stormchild”

madmax1985.jpg한국에서 메탈 앨범 모았던 이들이 많이들 그랬겠지만 Roadrunner가 최상의 퀄리티와 가격을 자랑하는 레이블이었던 시절이 있었다(물론 가격은 J레코드 덕분이었지만). 그래도 가지고 싶은 건 손에 닿지 않는 게 세상 이치듯이 J레코드의 카탈로그를 Roadrunner와 비교해 보면 참 빈틈이 많았다. Mad Max도 그 중 하나인데, 이름도 매드맥스지만 1985년의 Roadrunner는 구릴 수가 없었으니(무수입 인생을 생각하면 구려서는 안 된다에 가까운 편이었다) 앨범을 구해야 했다. 되새겨 보니 지금 생각하면 많지 않은 돈이지만 모으느라 쉽지 않았다.

그렇게 구한 앨범은 많이 의외였다. 알고 보니 독일 밴드라는 것도 의외였고, 시절이 시절이니만큼 Racer X 같은 걸 생각했었는데 하드록/멜로딕메탈 냄새가 많이 나는 ‘전형적인’ 독일 사운드였다는 것도 의외였다. 그런 면에서는 Leatherwolf 같은 밴드도 떠올릴 수 있겠지만 ‘Lonely is the Hunter’ 같은 곡명이나 매끈한 리프는 그보다 좀 더 팝적인 작풍의 밴드들에 닮아 있다. 그런 면에서는 미국적인 리프로 연주한 독일 메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메탈바보였던 시절이 아니라 지금 처음으로 들었다면 더욱 소중하게 들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메탈바보의 귀에도 ‘Rollin’ the Dice’ 같은 곡은 충분히 좋았다. 그렇게 메탈바보는 크면 시끄러운 거 안 듣게 된다는 부모님 말씀에도 불구하고 아재 메탈바보가 된다.

[Roadrunner, 1985]

Cage “Pilots”

cagegrindnoir2013Nicolas Cage(배우 그 분)의 아들이 블랙메탈을 한다는 거야 꽤 알려진 가십거리인데 인터넷상 떠도는 풍문에 의하면 Nicolas 본인도 Darkthrone이나 Satyricon을 꽤 좋아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 정도 돈 있는 양반이라면 마음 먹고 컬렉팅했으면 벌써 소문이 나고도 남았을 텐데 한 번도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그런 얘기가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이런 기믹의 밴드까지 나오는 걸 보면 다른 나라에서도 Nicolas가 블랙메탈을 좋아한다는 건 꽤 흥미로운 얘기였나 보다. 덕분에 밴드명도 Cage이건만, 밴드명 사용에 문제가 생겼는지 지금은 Cage Grind Noir라고 바꿨다. 아마 그 미국 밴드(참고로 이들은 브리스톨 출신이다) 때문에 그 이름을 쓸 수는 없지 않았을까 싶다.

흥미로운 점은 ‘Cage Grind Noir’라는 이름답게 그라인드코어가 ‘메인’인 앨범은 맞는데, 일반적인 그라인드 앨범보다는 훨씬 다양한 스타일들이 녹아 있는데다, 멤버들의 기량이 흔해빠진 기믹 밴드 수준이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개그 밴드 컨셉트로 가고 있는데 실제 연주나 곡들이 쓸데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고퀄리티인지라 좀 더 웃기게 생각될 정도의 밴드. 그래도 Nicolas의 출연작들 이름으로 이루어진 곡명들이나 영화 대사 샘플링 등을 보면 컨셉트에는 충분히 충실했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구리구리한 영화도 많이 나온 배우인데 곡명을 보면 그래도 괜찮았던 작품들만 잘 모아 놓은지라(‘Leaving Las Vegas’는 왜 없는지 모르겠다만) 밴드의 배우에 대한 애정만큼은 진짜였을지도. 그라인드보다는 하드코어에 가까울 정도로 모슁하기 좋은 비트의 ‘Vampire’s Kiss’가 가장 귀에 박힌다.

[Rip Roaring Shit Storm Records, 2013]

Sun Dial “Science Fiction : A Compendium of Space Soundtrax”

sundial2018.jpg대충 레이블 홍보문구에 따르면 밴드가 활동해 온 지난 20여 년(사실 따져 보면 20년까지는 안 됐음) 동안 심심찮게 밴드의 곡들이 영화 사운드트랙에 삽입되곤 했고, 안 그래도 SF의 팬이었던 밴드는 이 기회에 그냥 예전 곡들에서 잘 취사선택해서 우리 나름의 영화 사운드트랙을 만들어 보자는 시도에서 이 앨범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실제로 이 사운드트랙을 쓰는 영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니(하긴 이 밴드의 곡들이 사운드트랙에 삽입되곤 했다는 저 홍보문구 자체가 조금은 의구심이 든다) 이 밴드를 잘 모르는 이들이라면 이게 베스트 앨범과 무슨 차이가 있냐 싶겠다는 생각도 든다. 눈물나는 판매고를 생각하면 굳이 베스트 앨범 만들어서 판다고 해서 살림살이에 별 도움은 안되겠다 싶으니 그 얘긴 이쯤 하고 넘어가고.

얘기를 이렇게 해서 그렇지 사실 90년대 이후에 나온 사이키델릭 밴드들 가운데 이만큼 하는 경우도 흔치 않다고 생각하는데, “Made in the Machine” 부터는 일렉트로닉도 많이 사용하는지라 가끔은 ‘Mind Machine’처럼 Hawkwind가 시도하는 뿅뿅 사운드가 이러려나 하는 곡들도 등장한다. 하지만 내 근래의 취향이 취향인지라 결국은 신스웨이브 생각이 물씬 묻어나는 ‘Rise of the Robots’나 ‘Space Travel’ 같은 Pink Floyd 1집 스타일을 시도한 곡이 기억에 남는다. 키보드의 싼티(예상보다는 좀 과한 싼티일 수도 있다)에 익숙한 귀라면 일청을 권해본다.

[Sulatron, 2018]

Primal Scream “Volume One”

primalscream1987.jpg당연히 글래스고 출신의 그 밴드가 훨씬 유명한데다 먼저 결성됐다. 물론 이들이나 그들이나 데뷔작은 같은 해에 나왔으니 밴드명을 지으면서 그런 사실을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시작부터 이미 앞날에 망조가 살짝 끼었던 밴드였다고도 할 수 있겠다. Keith Alexander는 Canivore에서 그래도 성공의 냄새는 맡아 봤던(뭐 그렇다고 Carnivore가 돈을 벌었다는 건 또 아니고) 인물인지라 이런 선택에 아쉬움도 남을 법하다…만, 말하고 보니 음악성의 차이로 제 발로 Carnivore를 나갔던 것인지라(Keith는 크로스오버를 하기 싫었다고 카더라), 결국은 그냥 금전과는 거리가 멀었던 팔자 때문이었을지도.

데모를 제외한 이 유일작은 그래도 나쁘지 않은 스래쉬메탈을 담고 있다. 사실 스래쉬의 전형보다는 스피드메탈이나 하드코어의 모습이 많이 섞인 편이다. 그러다 보니 사실 크로스오버가 싫다면서 왜 나가서도 크로스오버를 하고 있냐 하는 생각도 드는데… 정통 메탈스러운 리프도 많이 등장하는지라 그래도 Carnivore와는 확실히 다른 음악이다. Whiplash나 D.R.I.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고, 매드체스터 앨범을 구하려다 이 앨범을 구했을 적잖은 이들의 당혹스러운 표정도 같이 떠오른다. 말하고 보니까 내 얘기다.

[Mercenary, 1987]

Leafblade “The Kiss of Spirit and Flesh”

leafblade1Anathema를 위시한 비슷한 멤버들의 일련의 프로젝트들은 사실 “Alternative 4” 즈음부터는 메탈 물을 걷어낸 음악들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하긴 멤버들만 보더라도 확실히 둠 메탈 물을 진하게 먹었던 Shaun Taylor-Steels나 Darren White 등은 이미 그 전에 떠나버렸다. 물론 그런 변화의 양상은 충분히 잘 알려져 있기도 하거니와… Anathema의 변화는 솔직히 Katatonia나 다른 밴드들에 비해서는 좀 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꼭 그런 성공상을 반영한 건 아니지만 확실히 Anathema는 여타 비슷했던 다른 밴드들에 비해서도 만족스러운 판매고를 받아들 수 있었고, 뒤이어서 등장한 Antimatter도 둠-데스 밴드라면 기대도 하지 못할 수준의 성공을 기록했다. 물론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무슨 아레나 밴드를 생각하면 안 된다. 둠-데스 밴드들에 비해서 말이다.

Leafblade도 그런 경향의 연장선에 있다. 흥미로운 건 Daniel Cavanagh의 프로젝트로 시작한 밴드이지만 정작 곡과 가사는 모두 Sean Jude가 쓰고 있다는 점인데(Daniel이 정말 연주와 녹음 말고는 한 게 없음. 하긴 말하고 보니까 그게 어디냐 싶지만), 그런 면에서 대체 Daniel이 뭐하러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걸까 싶기도 하지만… 정작 음악은 Anathema가 생각나는 스타일인지라 Daniel이 그래도 뒤에서 바람은 열심히 넣었다는 정도로 이해해 보자. 그래도 사실 Anathema보다는 확실히 더 프로그 물을 먹은 사운드여서인지 이런저런 웹진들 등에서는 ‘넓어진 외연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이 기대되는 앨범!’ 식으로 소개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지만 정작 내가 이 앨범을 구한 곳은 핫트랙스 악성재고 할인판매 코너였으므로 외연이 넓어져 봐야 이 양반들도 사실 그리 살기 쉽진 않을지도. 그래도 음악은 좋더라. ‘Bethelehem’을 꽤 즐겨 들었다.

[Kscope,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