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al Schon “I On You”

ionyou따지고 보면 Neal Schon도 바쁜 Journey 생활 와중에 꽤 많은 솔로 앨범을 발표해 왔고, Journey도 Journey지만 Jan Hammer와의 듀오도 모양새가 좋았던지라 Ralph Santolla의 회심의 솔로작(쓰고 보니 그렇게 야심작이었는지는 잘 모르겠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얻어 왔다. 여기서 다시금 이력서 한 줄은 요새 세상엔 ‘carpe diem!’ 같은 말로는 쉬이 지워지지 않는 현실적인 무게를 갖고 있다는 교훈을… 받으려고 글을 시작한 건 아니고, 솔직히 Neal의 앨범들이 그런 기대를 항상 만족시켜 왔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적어도 이 양반이 밴드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도드라지는 송곳 같은 기량을 항상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로서는 충분했다. “Electric World”의 재즈퓨전이나 “Late Nite”의 Joe Satriani풍 연주는 시간이 지났지만 Journey의 후광에 쉽게 가려지지 않는다.

“I On You”는 이 근면한 기타리스트의 가장 ‘문제작’에 가까울 솔로 앨범인데, 그렇다고 완전 아닌 앨범은 아니지만, Satriani를 참고하다 못해 Neal Schon 버전 “Engines of Creation”을 만들어버린 게 아닐까 싶은 앨범이다. 신서사이저도 그렇지만 아마도 많은 청자들은 드럼 프로그래밍에서 빈정이 상했을 게 눈에 보이는데, 사실 그만큼 기타 연주도 모던하면서도 정갈한 재즈퓨전을 보여주는지라 그 조합이 그리 어색하지는 않다. 예전에 mp3.com이 잘 나가던 시절 이런 스타일로 나가던 골방녹음 기타리스트들도 많았는데, 그런 스타일이 극한으로 진화되면 이런 음악이 나올지도. 달리 말하면 Journey 느낌은 Neal의 솔로작 가운데에서도 가장 찾아보기 어려운 앨범이기도 하다. ‘Burning Bridges’가 개인적인 앨범의 백미.

[Favored Nations, 2005]

Ralph Santolla “Shaolin Monks in the Temple of Metal”

shaolinmonks커리어 내내 절반은 세션맨이었던 Ralph Santolla는 덕분에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었지만, 정작 기타리스트로서의 솔로작은 이 괴이한 이름의 앨범이 유일하다. “Requiem for Hope”라는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었다지만 많이들 아시다시피 끝맺음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그 앨범이 나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Millenium 같은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Ralph가 음악적 방향을 주도할 수 있었던 보기 드문 예인 셈인데, 뜬금없이 앨범 제목에 소림사가 나온 덕분인지 이 앨범에 관심을 가졌던 이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하긴 내가 봐도 이 푸르죽죽 디자인이 구매욕을 당기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앨범은 사실 꽤 잘 다듬어진 기타 인스트루멘탈이다. 제목에도 불구하고 에스닉한 면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앨범인데(뭐, Wu-Tang Clan이 중화 사운드로 떴던 것도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자), 참 많은 뮤지션들이 골고루 생각난다는 점이 개성 아닌 개성이라 할 수 있겠다. 조금은 Joe Satriani, 조금은 Michael Schenker, 조금은 Jeff Beck 뭐 이런 식의 곡 구성인데, 결국은 꽤 매끈한 멜로딕메탈에 이른다는 게 기타리스트 본인의 노련함을 보여준다. Helge Engelk와 Vinny Burns가 참여한 ‘Starlight’가 홍보하기도 좋았겠지만 귀에도 잘 들어온다. 뭐, 이 정도 앨범이야 솔직히 드물지 않다는 게 아쉬운 점이지만 눈물나는 판매고 덕인지 싸게 잘 나오는지라 가성비는 좋은 편이다. 이런 걸 장점이라 할 수 있으려나…

[Frontiers, 2002]

Sannhet “So Numb”

sannhet2017.pngSannhet를 요새 나오는 포스트록 + 메탈(특히 블랙메탈) 스타일의 밴드들 가운데 좀 더 선호하는 편이다. 이유는 좀 역설적이지만 Sannhet에서는 우리가 메탈의 미래다, 식의 일종의 젠체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조금은 머뭇거리면서 나오는 블래스트비트 정도를 제외하면 이 앨범에서 블랙메탈의 전형적인 요소들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Salts’ 같이 비교적 어두운 분위기를 드리우는 곡들도 보통 알고 있는 블랙메탈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The Cure의 잘 나가던 시절에 가까울 텐데, 포스트펑크의 모습도 묘하게 섞어내는 ‘Way Out’ 같은 곡은 어둡지는 않을지언정 그런 흔적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준다. ‘Fernbeds’ 같은 곡의 솔로잉은 좀 약에 취한 듯한 David Gilmour를 연상케 하는 구석이 있다. “Monumension”에서 Enslaved가 어떻게 Pink Floyd를 연상시켰는지를 생각하면 이해가 좀 더 빠를 것이다.

그런 면에서(이런저런 면모들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을 메탈 앨범이라고 부르기는 좀 망설여진다. 그보다는 Russian Circles 같은 예들처럼 메탈헤드들이 관심가질 만한 포스트록 앨범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하긴 레이블도 Profound Lore이니 이런 묘사는 사실 정말 불필요한 얘기겠다. 그런데 브루클린은 대체 어떤 동네길래 메탈 밴드 좀 나왔다 치면 몇 년째 죄다 사운드가 다 이런 방향인 걸까?

[Profound Lore, 2017]

Absurd “Die Neue Blutgericht”

dasneueblutgericht.jpg이 양반들이 아직 살아있었구나 싶은데, 잠시 살펴보면 앨범 제목이 ‘새로운 Blutgericht’다. 알다시피 이 양반들의 2005년 앨범이 “Blutgericht”이므로 뭔가 재탕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데, 문제는 이 앨범이 재탕도 아니고 그 2005년작을 이름만 바꿔 다시 낸 앨범이라는 점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독일 내 판매금지를 피하기 위해 2005년작의 수록곡 중 ‘Der Henker’를 빼고 대신 ‘Größer als der Tod’를 넣었다는 점인데, 2014년에 나온 “Größer als der Tod” EP를 가진 이는 당연히 별로 없을 거기 때문에 그만큼의 메리트는 있겠지만 그 이상이야 기대하기 어렵다. 하긴 Absurd의 앨범을 들으면서 음악적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거다.

그래도 앨범은 “Blutgericht”가 그랬듯이 들을 만하고, ‘Größer als der Tod’도 실제 녹음된 건 “Blutgericht”와 비슷한 시점이라 그런지 사실 별 이질감은 없다. 오히려, 적어도 “Totenlieder”부터는 확실해진 Absurd풍의 ‘제대로 된’ 블랙메탈 사운드는 이 앨범부터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 달리 말하면 그 이전의 눈물나는 퀄리티의 RAC 사운드를 졸업하고 어느 정도의 수준을 확보한 이후의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심지어 이젠 음질마저도 좋다). ‘Die Galgenbruder’나 ‘Strum Bricht Los’ 같은 곡의 리프는 이들의 이름이 그냥 “Lord of Chaos” 덕에 알려진 건 아님을 짐작하게 해 준다.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말한다면 밴드는 확실히 “Totenlieder” 부터는 그래도 사람 노릇 하는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Facta Loquuntur”의 눈물나는 연주를 기억하는 입장에서 얘기하는 것이니 오해는 마시길.

[Schwarzburg Produktionen, 2018]

Rage “Nice ‘N’ Dirty”

rage1982Beatles만큼이야 아니지만 리버풀 사람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후배 NWOBHM 밴드! 라는 게 이 밴드의 재발매반 홍보 카피였는데, Beatles를 굳이 운운해 놓은지라 정말 꽤 인기가 있었나 싶다. 사실 그랬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지만 Rock Candy가 또 아예 히든 젬을 발굴하는 레이블은 아닌지라 어느 정도 인지도는 짐작되고, Pete Hinton이 프로듀스를 맡은데다 원 레이블도 Carrere였으니 그 시절에 어쨌든 NWOBHM의 부류로 분류되었나 보다. Ian Gillan의 솔로작들은 본인 보컬이 걸출해서인지 배킹 보컬들도 꽤 인상적인 경우가 많았는데, Dave Lloyd도 Ian Gillan 밴드에서 (자주는 아니지만)목소리를 선보였던 인물이니 기대가 괜한 것도 아니다.

뭐, 그렇지만 이 앨범의 사운드는 보통 생각하는 메탈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다(하긴 그러니 metal-archives에도 없겠지만). 굳이 비교한다면 Bad Company나 Foreigner 같은 밴드들 정도의 하드함을 보여주는 밴드인데, 저 둘만큼 곡을 잘 쓰는 건 아니기 때문에 후대의 입장에서 만족하기에는 아무래도 빈틈이 있다. 그렇지만 확실히 귀에 박히는 리프를 갖고 있는데다, ‘Wasted Years’ 같은 곡은 영국의 1970년대 후반, 적당히 프로그레시브하고 적당히 하드하던 사운드의 맥을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데뷔작인 “Out of Control”이 이 앨범보다 낫다니 천천히 구해볼 계획….이지만, 아무래도 Rage란 이름은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이 이름에는 역시 “Secrets in a Weird World” 같은 게 더 잘 어울린다. 결론은 그냥 독일 Rage부터 들읍시다.

[Carrere,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