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nic “Suburban Crisis”

ukcynic2008발매 년도부터가 그렇지만 보통 알고 있는 그 Cynic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영국 밴드. Metallica에게도 영향을 주었던 NWOBHM 밴드들 중 하나로서 우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건 아니고, 사실 Metallica가 직접 얘네 얘기를 하는 건 전혀 본 기억이 없다. 그래도 꽤 괜찮은 싱글을 발매했고 간혹 이 밴드를 어쨌든 언급하는 양반들이 있으니 지금껏 회자되는 것일지도. 이 컴필레이션을 제외한 다른 데모 등을 실물로 본 적은 한 번도 없고, 전부는 아니나 그래도 이들이 발매한 곡들 대부분이 이 한 장으로 커버되는 만큼 전집 소장보다는 이 한 장 장만을 좀 더 추천해 본다. 멤버들이 직접 발매한 컴필레이션인지라 구색도 매우 충실하다. 내가 꼭 전집을 굳이 구할 생각이 없어서 이렇게 얘기하는 건 아니다.

Hugh Syme이 커버아트를 해 줬다는 점에서도 그냥 무명 밴드 #1 수준은 아닐 거라 기대되기도 하고, 실제로도 음악은 꽤 맘에 든다. 거친 맛이 있는 정통 헤비메탈(굳이 비교하자면 Bruce Dickenson 합류 이전의 Iron Maiden 정도. 더 짚는다면 “Killers”)이고, 통상적인 NWOBHM보다는 좀 더 프로그레시브한 맛을 잊지 않는 편이다. 사실 리프를 굳이 꼰다거나 하는 건 아닌데 극적인 구성을 가져가려는 모습이 역력하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그런 면에서 이들을 혹자들의 평가처럼 프로토-스래쉬라 얘기하는 건 아무래도 오해의 여지 많은 얘기라 생각한다. 오히려 메탈헤드의 어딘가 여린 맘을 자극하는 면모가 없잖은지라, 그냥 드라마틱한 헤비메탈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더 맞지 않겠나 싶다. ‘Dark December’와 ‘Suicide’를 개인적으로 즐겨 들었다.

[Self-financed, 2008]

Black Hole “Lost World”

lostworld.jpgVia Nocturna는 실레시아 메탈 레이블 겸 디스트로인데, 자기들 안목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지 자기들 발매작은 전부 제 값 받으면서 다른 레이블 발매작들은 그보다 저렴하게(또는 아예 염가로) 판매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레이블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물건 팔아서야 결국 자기 발매작 판매고 깎아먹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다, 다른 레이블 물건 따 오는 것들을 보면 과연 자신감을 가질 만한 안목을 갖고는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물론 그럴 리 없지만 일단 좋게 생각해서 자기 발매작을 우월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레이블의 숨겨진 큰 그림…정도라고 치자.

Black Hole은 그나마 위와 같은 가설…을 설득력 있어 보이게 하는 프랑스 밴드인데, 이게 데뷔작이긴 하지만 레이블 설명으로는 1995년부터 활동한 밴드라고 하니 20년 이상 묵은 밴드인 셈이다(아닌 게 아니라 좀 들어 보이시긴 한다). 음악은 Yngwie Malmsteen의 좋았던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파워 메탈인데, 사실 그 정도로 네오클래시컬은 아니고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적당히 섞은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보컬이 Klaus Meine 파워풀하던 시절 비슷한지라 파워 발라드 하나 불러제끼면 제격이겠다 싶은데 역시나 ‘Forever with Us’ 같은 발라드도 잊지 않고 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가장 그 시절 ‘클래식’에 가까운 ‘Carved in You’가 더 귀에 박힌다. 그런데 저 밴드 로고 국내 그 밴드가 한때 쓰던 로고랑 너무 비슷한 거 아닌가?

[Via Nocturna, 2018]

Michael Lee Firkins “Yep”

yepMichael Lee Firkins 판을 다 갖고 있는데 사실 활동한 기간에 비해서는 그리 많은 앨범을 낸 뮤지션은 아니기 때문에 전작 컬렉션도 생각보다 할만한 편이다. 물론 솔직히 (적어도 국내에서)그리 인기 있는 양반은 아니기 때문에 구하기도 편한 1집만 구하는 것도 아니고 얼마나 굳이 다 모을 생각을 할까 싶기는 하다. 각설하고.

“Yep”은 Firkins의 여섯 번째 솔로 앨범인데, 멤버를 봐서는 그의 솔로작 중에서는 가장 화려한 축에 속한다. Goverment Mule의 Matt Abts와 Black Crowes에 있었던 Andy Hess, 키보드 세션으로는 어디 가서 밀리지 않는 Chuck Leavell을 끌어들였는데, 데뷔 때부터 컨트리나 서던 록 물 잔뜩 먹은 음악을 연주했던만큼 이렇게 멤버를 꾸리는 게 최선이었을지도. 뭐 그렇지만 이왕 Goverment Mule에까지 손이 닿았는데 Warren Haynes 정도까지 데려올 수 있었다면 판매고에는 좀 더 도움되지 않았을까 싶다(그런 면에서 모두들 Ayreon의 인맥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특징적이라면 Firkins의 다른 앨범보다 더 블루지한 느낌이 짙다는 건데, ‘Long Day’ 같은 곡이 블루스와 서던 록 사이의 어느 한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예라고 생각한다. Firkins가 노래는 안 하고 기타만 쳤다면 더욱 좋은 앨범이었을 것이다. 아 왜 굳이…

[Magnatude, 2013]

Aborym “Fire Walk with Us!”

aborym2001Aborym의 “Fire Walk with Us!” 앨범을 아주 좋아하는데, 특히 선호하는 지점은 흔히 인더스트리얼 딱지를 붙인 메탈 앨범이 Ministry의 영향권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하는데 비해, 메탈의 뼈대를 살리면서도 인더스트리얼의 질감을 앰비언트마냥 앨범에 흩뿌려 더욱 거칠면서도 불편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던 부분이었다. 말하자면 흔히 인더스트리얼을 자처하면서 강력한 비트를 강조하다 갑자기 언홀리 디스코로 빠져 버리던 많은 밴드들의 딜레마를 아예 처음부터 피해갔던 밴드라는 뜻이다.

뭐, 그렇다고 이 밴드가 전자음 사용에 소극적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Here is No God S.T.A’ 같이 아예 디스코 소리 듣는 거 좀 더 막 나가기로 한 듯한 곡도 있고(“Kali Yuga Bizzare”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모습이다), 앨범에 자욱한 일렉트로닉스는 일그러진 미래상을 표현하는 듯 난폭한 면모를 계속해서 보여준다. 그렇지만 결국 Aborym은 메탈 밴드였고, 아무래도 이 앨범을 계속 즐겨 듣는 건 이 밴드가 인더스트리얼의 차용을 통해 개성적이면서도 ‘미래적인'(달리 말하면 괴이하게 세련된) 블랙메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Det Som En Gang Var’의 커버곡이 가장 극명한 예시일 것이다. 매우 훌륭하다. Neo-Satan의 “Unholy Possession”을 듣고 버린 귀를 리프레쉬하고자 간만에 다시 들어봄.

[Scarlet, 2001]

John West “Long Time… No Sing”

longtimenosing.jpg앨범에 대한 호오는 별개로 Royal Hunt와 Artension에서 꾸준하게 앨범 내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어 앨범 제목을 보니 John West가 활동을 좀 쉰 적이 있었나 싶다. 해서 찾아보니 앨범이 나온 2006년까지는 쉬기는커녕 투어도 돌고 앨범도 내고 바쁘게 살았더라. 개인적으로 이 양반이 참여한 앨범을 딱히 좋아해 본 기억이 없는데(감상글 쓰면서 할 만한 말이 아니긴 하다만) 스스로도 Royal Hunt나 Artension에서의 본인의 모습이 그리 흡족하지는 않았었나 보다, 하는 짐작을 해본다.

그래서인지 앨범은 West가 참여한 앨범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프로그레시브한 맛을 덜어내고 좀 더 정통적인 하드록에 집중한 스타일, 이라 할 만한 음악을 담고 있다. 아무래도 Chris Caffery에게 기타를 맡겨서인지 “Poets and Madmen”에서의 Savatage 생각도 조금은 나고, 좀 더 블루지한 색깔의 곡들(‘Give me a Sign’이라던가)에서는 Badlands의 느낌도 없지 않다. Artension 활동만 아니었다면 좀 더 긍정적인 이미지…로 나도 기억하고 있지 않았을까 뒤늦은 예측을 덧붙인다. West가 발표한 앨범들 가운데에서는 가장 취향에 들어맞는 앨범이라 웬일인가 싶은데, 역시나 이후에 발표한 앨범들을 구해 봐도 노래는 잘 하는데 뭔가 20% 부족한 허전함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더라. 그냥 Jon Oliva 대신 Savatage에서 노래나 부른다면 모두에게 좋은 결과일 거라고 강변해 본다. 그냥 내 생각이다.

[Frontiers,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