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av Simanic “Water of Life”

wateroflife.jpg이름이야 무척 생소한데 Megadeth에도 있었던 Glen Drover와 Shawn Drover가 몸담은 스래쉬 밴드 Eidolon의 데뷔작 “Zero Hour”에서 기타를 잡았던 캐나다 기타리스트의 데뷔작… 인데, 원래 자기 체질이 스래쉬는 아니었는지 솔로 앨범은 멜로디에 신경쓴 흔적이 역력한 기타 인스트루멘탈 앨범이다(보컬이 전혀 없는 앨범이란 얘기는 아님). 사실 “Images and Words” 이후에 나온 대부분의 기타 인스트루멘탈이 John Petrucci 아니면 Yngwie Malmsteen 중 어느 한쪽은 확실히 따라가는 경향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Slav는 둘 다 아닌 Joe Satriani 스타일의 연주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편이다. 빠르지만 격렬하다기보다는 음 하나하나를 매끈하게 짚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하고, 사실 어느 정도는 보컬 없는 Kansas를 떠오르게 하는 면도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결과일지도.

수록곡들의 제목을 죽 훑어보면 독실한 크리스찬이라는 점을 능히 짐작할 수 있는데(뭐 그러니까 앨범이름도 사실은, 사이비가 아니란 점을 제외하면 무안단물 비슷한 얘기인 셈이다), 막상 가사를 보면 생각보다 그리 독실한 내용은 아니라서 의외다. Joe의 “Flying in a Blue Dream”의 스타일에서 부기우기를 걷어내고 약간의 네오클래시컬을 더해서(이를테면 ‘Resurrection Suite’) 펼치는 솔로잉이 대부분인데, 아무래도 모든 연주를 혼자서 다 한 앨범이다 보니 골방 1인녹음 특유의 싼티나는 키보드-기타 유니즌이 간혹 귀에 거슬리지만, 사실 바꿔 말하면 혼자 골방녹음하면서 이만한 퀄리티로 앨범 만들기는 진짜 쉽지 않을 얘기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간다. 참고로, ‘Day of Ease’에서 노래하시는 분은 Talas의 Phil Naro.

[Latter Rain, 1998]

Sass Jordan “Rats”

rats1994.jpgSass Jordan은 지금의 국내에서야 중고음반점에서 특가상품으로나 자주 보이는 뮤지션처럼 보이지만, 한때는 메인스트림 록 차트를 주름잡은 적이야 물론 없지마는 나름 묵직한 히트를 남기면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 온 뮤지션이었다. Joe Cocker의 사이드킥처럼 나오긴 했지만 영화 “Bodyguard” OST(Whitney Houston의 그 영화. 난 이 OST를 그런데 왜 갖고 있는 거냐)에도 이름을 올렸던 이, 정도로 설명을 덧붙인다. 어떻게 꼬셨는지 Jerry Goodman까지 크레딧에 올렸던 “Racine” 정도까진 아니지만, Stevie Salas에 Brian Tichy 정도의 라인업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도 그만한 경력 때문일 것이다. 이력서 한 줄은 지금이나 그때나 중요한 의미가 있겠구나 하는 잡념을 덧붙이며 각설하고.

Stevie Salas야 뭘 해도 음악이 펑키하게 나오는 연주자이기 때문에(꼭 좋은 의미는 아님) 리프는 상당히 역동적이고, 1994년의 아메리칸 하드록 앨범에서 보통 기대하는 것보다는 좀 더 묵직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사실 연주만 봐서는 좀 더 리듬감을 강조한 Black Crowes나 “Native Tongue” 시절의 Poison 생각도 드는데, Sass Jordan의 목소리가 그보다는 좀 더 블루지하면서도 정통적인 스타일에 가까워서인지 누가 누구의 아류격이라 말하기는 좀 그렇다. 미국에서나 나올 법한 호방하면서도 능글맞은 리듬감을 강조한, 꽤 준수한 블루지한 하드록 정도로 해 두자. 그런데 ‘Honey’ 같은 곡에는 Richie Kotzen이 ‘베이스’로 참여하고 있기도 한데, 대체 뭣 때문에 Richie Kotzen을 두고 굳이 Stevie Salas를 기타로 세운 걸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MCA, 1994]

Vengeance Rising “Human Sacrifice”

humansacrifice1988Vengeance Rising은 음악을 제쳐두고라도 많은 얘깃거리를 제공하는 밴드다. 데뷔작을 내고 역대 크리스천 메탈 밴드 중 가장 빡센 밴드라는 식의 평가를 들었다더라, 원래 이름은 Vengeance였다가 네덜란드 동명 밴드(Arjen Lucassen의 그 밴드일 것 같다는 느낌이 왠지 강하게 든다)와의 소송을 피하기 위해 이름을 이렇게 바꿨다더라, 보컬인 Roger Martinez가 신앙을 버렸다더라, 사실은 신앙은 쇼였고 처음부터 크리스천이 아니었다더라 등등. 아닌 게 아니라 Martinez는 요새는 거의 기독교에 맞서 싸우는 전사가 돼서 Vengeance Rising이라는 이름으로 밴드를 재결성하려는 다른 멤버들과도 싸우고 있다고 한다. 신앙이야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그게 밴드의 미래에는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던 셈이다. 각설하고.

음악은 크리스천 메탈에 대해 Stryper풍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면 당혹스러울 정도로 강한 스피드-스래쉬메탈을 연주하고 있다. 아무래도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Dark Angel이나 Slayer고, 몇몇 부분에서는 “Scream Bloody Gore”에서의 Death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데도 좀 템포를 늦추는 부분에서는 브리티쉬 하드록(굳이 고른다면 Deep Purple)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 그게 밴드 나름의 개성이었을지도. ‘I Love Hating Evil’ 같이 그런 모습이 유치하지 않게 표현되고 있는 곡들이 이 앨범의 매력일 것이다. 물론 이 앨범을 찾아다닐 만한 이들은 결국은 스래쉬 애호가들일지니 ‘Beheaded’같이 심플하게 내달리는 곡도 잊지 않고 있다. 그러고 보면 천국도 보통의 상상처럼 하루종일 찬송가나 사운드 오브 뮤직만 나오는 곳은 아닐 거라는 생각도 든다. 좀 너무 나갔나?

[Intense, 1988]

QFT “Live in Space”

liveinspace2018.jpg밴드명을 왜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으로 지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밴드가 Dynazty의 멤버들과 Linnéa Vikström(Therion에서 노래하는 그 분)으로 이루어진 밴드임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음악은 짐작이 간다. 컨셉트도 아예 앨범 제목에서 친절하게 박아 두고 있으니(컨셉트 앨범이란 얘기는 아님) 적당히 우주적인 분위기의 심포닉 메탈/하드록 정도가 정답에 가까워 보인다. 이렇게 얘기하니 Ayreon도 잠깐 연상되지만, Therion 멤버조차 적혀 있지 않은 앨범 크레딧이 앨범마다 무슨 인맥왕 챌린지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Ayreon과는 또 많이 달라 보이니만큼 예상 범위는 더욱 좁아진다. 그렇게 듣기 전부터 많은 예상이 끼어드는 앨범이다.

그 예상이 사실 완전히 틀리다고는 못하겠지만, 앨범은 공고한 구성을 갖춘 어느 밴드의 앨범이라기보다는 Linnéa라는 보컬리스트의 솔로 앨범에 가깝게 들리니 어쨌든 조금은 ‘예상 외’의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Black Sabbath풍 둠메탈 트랙(‘End of the Universe’)도 있고, 적당히 건강한 느낌의 팝메탈도 있으며(‘Aliens’, ‘Big Bang’), 왜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Bjork의 커버곡(‘Joga’)도 있다. 우주라는 컨셉트도 가사의 내용을 굳이 뜯어보지 않는다면 심심찮게 나오는 효과음 정도 외에는 별로 느껴지는 바가 없는데, 그럴 거면 밴드명이나 앨범명이나 뭐하러 굳이 이렇게 했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솔깃한 멜로디를 찾을 수 있지만 나로서는 솔직히 거기까지.

[Despotz, 2018]

Nova “Soli Contro il Mondo”

nova2018Cruel Moon에서 나왔던 Nova의 “Utopica Musa”를 나름 만족하며 들었던 기억이 있는지라(뭐 그렇다고 사실 잘 만든 앨범이란 얘기는 아님) Nova의 두번째 앨범! 이라는 광고문구에 혹해버렸다. 물론 Cruel Moon이 어떤 곳인지 아시는 분은 ATMF라는 레이블명을 보는 순간 이게 얼마나 돼먹잖은 판단인지 아실진대, 어줍잖은 지식으로 함부러 지르지 말라는 교훈을 다시 얻는다. 사실 자주 얻은 교훈이긴 한데 눈이 돌아가는데야 생각이 들어갈 틈이 별로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꽤나 잘못 짚은 앨범인 셈이다.

그렇지만 음악은 “Utopica Musa”의 Nova보다 훨씬 수준 높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후배 뮤지션들이야 블랙메탈을 연주하고 있으니 비교하기는 쉽지 않겠다만, 적당히 포크적이면서도 블랙메탈의 흘러가버린 ‘전형’을 꽤 솜씨 좋게 버무리고 있는지라 Ataraxia 다운그레이드에 다름아닐 선배보다는 훨씬 강한 개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rimordial마냥 포크 바이브 강한 ‘Guerra per il firmamento’가 있는가하면, 때로는 펑크적이면서도 댄서블하기까지 한 리프의 ‘Crolla l’empireo’도 있고, 블랙메탈답게 달려주기도 하는 ‘Contro il drago e il toro’도 있다. Spite Extreme Wing이 예전에 보여주었던 개성들을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정도로 얘기하면 지나친 과장은 아닐지도? 극적인 효과라는 점에서는 이만한 근작을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러고 보니 “Utopica Musa”는 괜히 얘기 꺼내서 안 좋은 얘기만 했구나.

[Aeternitas Tenebrarum Musicae Fundamentum,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