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no “Live from the Woods”

livefromthewoodsForgotten Wisdom Prod.를 꽤 좋아하는 편인데 대충 2005-2006년 정도 이전에는 거의 데모 테입 외길인생같은 카탈로그를 보여주던 곳인지라(못 들어 본 게 많은지라 확실하지는 않음) 음반 구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런 면에서 이 앨범은 뜬금없이 CD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눈에 띄는 편이었는데, 하필 라이브 앨범인지라 이걸 구할까 말까 좀 길게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체코 밴드라면 왠지 정말로 숲에서 라이브하고 녹음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망설인 것도 좀 있었다. 하긴 이후에 Ildjarn의 음악을 접하면서 숲에서 녹음하는 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고 이후로는 그런 의심은 좀체로 하지 않는다. 각설하고.

편견이지만 체코 출신 블랙메탈 밴드들은 대개 개성이 꽤 강한 편인데(아마 Master’s Hammer 때문이겠지) Inferno는 오랜 경력 덕분인지 다른 밴드들보다는 좀 더 익숙하면서 스트레이트한 스타일이다. 굳이 비교한다면 빠르게 달려나가기 이전 시절의 Marduk과 Mayhem의 데뷔작 시절이 좀 섞인 듯한 스타일인데, 덕분에 노르웨이도 스웨덴도 아니다 보니 매니아들에게 인기 끌기에는 좀 더 어려웠을지도. 뭐 그런데 기타와 보컬에 리듬은 완전히 죽어 버리는 수준의 음질이다보니 인기 끌더라도 이 앨범은 좀 아니겠다 하는 생각은 든다. 뭐 그래도 리프의 화끈함만큼은 전해지는만큼 원래 Inferno를 알고 있는 이라면 한번쯤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그런 의미에서 좀 더 잘 들리는 ‘Duch slovanské síly’를 추천.

[Forgotten Wisdom, 2005]

Mistur “Attende”

attende2009자꾸 Windir 얘기를 하게 되는데, 굳이 Windir와 연관된 밴드로 얘기되는 건 아니지만 Cor Scorpii를 Windir와 함께 얘기할 거면 Mistur를 얘기 못 할 것도 없겠지 싶어서 간만에 꺼내 본다. Cor Scorpii가 Windir스럽다고 얘기하긴 했지만 어쨌든 실제 겹치는 멤버는 Strom 뿐이었는데, Mistur도 기타를 잡고 있는 건 Strom이니 레이블에서도 홍보삼아 한번 꺼내볼 법한 얘기다 싶긴 하지만, 또 정작 간만에 들어 보니 어쨌든 Windir와는 확실히 다른 음악인지라 이 글은 시작부터 망했다는 생각이 든다. 뭐 이미 시작은 했으니 좀 망하더라도 그게 인생이려니 하며 쓴다.

Windir와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라면 Windir가 블랙메탈 물을 많이 먹은 반면 Mistur는 둠-데스 물을 많이 먹은 음악이라는 점인데, 그렇다고 본격적인 둠-데스까지는 아니고 확실히 곡을 풀어가는 방식이 좀 더 여유있어 뵌다, 정도 말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심포닉도 과하지 않은 정도까지 딱 화려한지라 어찌 보면 적당히 듣는다는 사람들에게는 Windir보다 더 인기 있을 법한 스타일인데, 하긴 그래 봐야 Windir나 이들 둘 다 음반 판매고로 먹고 살기는 쉽지 않을테니 그리 중요한 사실은 아닐지도. 그래도 북풍에 나부끼는 듯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Skoddefjellet’이나 ‘Mistur’를 듣자면 앨범 팔아서 그래도 삼시세끼 퀄리티라도 좀 올릴 수 있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아 내가 남의 지갑 사정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Einheit, 2009]

Cor Scorpii “Monument”

monument2008Ulcus의 “Cherish the Obscure” 를 쓰면서 Windir 얘기를 해서 말인데, Valfar의 요절 이후 Windir의 남은 멤버들은 Vreid를 통해 활동을 이어 나가긴 했지만, Vreid는 확실히 Windir가 그 이전에 해 왔던 것과는 많이 다른 음악이었다. 과장 좀 섞으면 Windir 시절 이 멤버들이 Valfar한테 기죽어서 하고 싶었던 거 못하고 살았나 싶을 정도. 사실 Vreid의 음악도 수준 이상이긴 했지만 Vreid를 반기는 이들은 아무래도 예전 Windir의 음악을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많을 테니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멤버가 거의 같을 뿐 Vreid와 Windir는 아예 다른 밴드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Windir의 진짜배기 ‘후신’ 격의 밴드라면 Vreid보다는 Cor Scorpii가 더 알맞다. Vreid처럼 Windir의 멤버들이 다시 뭉쳐 만든 밴드! 식으로 홍보되고 있긴 하지만 정작 이 앨범을 낼 당시 Windir 때의 멤버는 기타의 Strom 뿐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광고 문구는 좀 민망하다. 대신 음악만큼은 과장 좀 섞으면 Windir 5집이래도 믿을 만한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기대에는 이 앨범이 더 알맞았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구했는지 보컬인 Thomas도 Valfar와 목소리가 비슷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도 있을 텐데, 몰개성이라 얘기하기엔 앨범의 수려한 멜로디가 만족감이 큰지라 굳이 그럴 마음은 들지 않는다. 확실히 Windir보다는 클래식 바이브가 강하기 때문에(특히 ‘Kjettar’) 그 점을 Cor Scorpii 나름의 개성이라 할 수 있겠다. ‘epic’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류의 블랙메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Descent, 2008]

Mastermind “III – Tragic Symphony”

tragicsymphony1995지구레코드도 물론 Roadrunner나 Zero 발매작들을 팔면서 돈을 전혀 못 만진 건 아니겠지만 RCA나 CBS를 거느리고 있던 곳이 Magna Carta나 Zero 발매작들을 염가정책으로 내놓는 모습은 (내심 좋으면서도)어린 마음에도 조금은 걱정되는 데가 있었다. “Volume 2 : Brainstorm”이 별로 맘에 안 들었음에도 이 앨범을 구입한 건 아마 그런 것들이 작용했겠거니 싶다. 그리고 이 앨범도 어쨌든 Zero의 이름을 붙이고 나왔으니까,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이 앨범은 좀 다를지도 모르려니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구레코드가 낸 Zero 앨범들 중 좋은 것들도 참 많았다. 잠깐 생각해 보더라도 Talisman이나 Night Ranger, Misha Calvin 등의 이름이 쉬이 떠오른다. 뭐 그거야 어쨌든 Mastermind 음악 얘기는 아니니 넘어가고.

이 밴드의 최대 강점은 Bill Berends의 후끈하면서도 안정된 테크니컬 기타 연주겠지만 최대 단점 또한 Bill Berends의 ‘맥아리 없는’ 보컬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Paul Gilbert가 기타로 만족하지 못하고 보컬까지 하다가 솔로 앨범을 말아먹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겠는데, 아예 속주까지 자제하던 Paul Gilbert와는 달리 이 앨범에서 Mastermind는 그래도 자신들의 장점이 뭔지는 알고 써먹는 것 같다는 건 좀 낫긴 하다. 그리고 말을 이렇게 해서 그렇지 ‘All the King’s Horses'(대체 왜 이렇게 제목으로 많이 써 먹는지)의 멜로디감각이나 ‘Tragic Symphony’ 3부작의 정갈한 기타 연주와 역동적인 구조는 심포닉 록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빼먹지 않고 있다. 하는 거 봐서는 전혀 생각 없어 보이긴 하지만 멋진 보컬 구해서 다시 녹음해 봤으면 좋겠다.

[Cyclops, 1995]

Jack Frost “Eden”

jackfrosteden솔직히 Type O Negative를 처음 들었을 때 이 양반들에게 둠 얘기도 나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후 Jack Frost를 듣게 되면서 그 얘기를 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Type O Negative는 고쓰, 둠은 물론이고 이것저것 다양한 면모를 섞어낸 음악을 하는 밴드였는데 아무래도 Carnivore도 하고 동네 청소부도 하고 이래저래 범상찮은 인생을 살아온 Peter Steele 덕분에 그런 음악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그에 비하면 Jack Frost는 마치 정식 코스로 메탈을 공부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고쓰와 둠을 결합시킨 듯한 인상을 준다. 하긴 밴드명부터가 St. Vitus의 그 곡에서 따 온 이름이었으니 공부는 충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집 이후의 St. Vitus를 찾아듣는 사람은 적어도 내 주변에는 별로 없었다. 각설하고.

“Glow Dying Sun” 이후의 앨범들에 비교하면 이 데뷔작은 아무래도 St. Vitus의 모습이 짙고 좀 더 정통적인 스타일에 가깝다. 다만 원래 St. Vitus의 곡이 보여주던 ‘사이키델릭 드론’의 모습을 잊지 않으려는 듯 둠 메탈 리프에 사이키델릭한 기운이 감돈다(‘Room of Light’ 등). 이런 모습은 사실 Esoteric 같은 소수의 예들이 아니면 보지 못했던 면모인데, 그런 면에서 충분히 될성부른 떡잎이었다고는 할 수 있을지도. 그러고 보면 레이블도 CCP고 음악도 인상적인데 왜 아직도 재발매가 안 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엄청나게 비싸고 한 건 아닌데 물건 자체가 별로 안 보이더라.

[CCP,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