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lcus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얘기들이 없다. 지나서 생각해 보면 뭐 그렇겠거니 싶기도 하다. 2000년은 이미 주변에서 블랙메탈 좀 듣는다는 양반들이 심포닉은 (Dimmu Borgir 정도 제외하고)한물 갔다고 얘기하고 다니기 시작하던 시절이었다. “Cherish the Obscure”는 사실 충분히 잘 만든 심포닉 블랙메탈 앨범이었다. 충분히 정돈된 녹음도 그렇고, 무작정 달리지 않고 완급조절에 신경쓴 기타 연주도,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전형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어 흥미로움을 더했던 키보드도 좋았다. 물론 문제도 있었다. 하필 인트로격인 ‘Vortex of Vengeance’와 아우트로인 ‘The Final Caress’이 잘 나가는 집안의 아픈 손가락마냥 앨범의 인상을 삽시간에 깎아내리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Malice’나 ‘The Profound Power’ 같은 곡은 Dimmu Borgir의 포크적인 시절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매력 있는 곡이었지만, 인트로가 저래서야 거기까지 가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Ulcus로 이름 바꾸고 이 한 장의 회심작을 낸지 얼마나 됐다고 밴드는 2001년에 문을 닫는다. 그래도 이 한 장에 주목했던 사람이 나만 있는 건 아니어서 곧 멤버들 전원은 새로운 인물과 함께 새로운 밴드에 합류해서 Ulcus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성공(뭐 그렇다고 돈을 벌었다는 얘기는 아님)을 거둔다. 여기까지 Windir의 “Sóknardalr” 이후 “Arntor” 가 나오기 전까지의 이야기. 이 함께 고생했던 친구들은 이후 Valfar의 요절로 Windir가 깨져버린 이후 다시 Vreid로 뭉쳐서 현재까지 음악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Shiver, 2000]
David Lee Roth의 말장난임이 분명해 보이는 밴드명(과 보컬명) 덕분에 개그 밴드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Tristitia와 Autopsy Torment의 Thomas Karlsson의 솔로 프로젝트라는 걸 알고 조금 이미지가 나아졌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Thomas는 Pagan Rites에서도 보컬을 하고 있었는데, 그 밴드에서는 이미 Devil Lee Rot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더라. 그러니까 좀 더 정통 헤비메탈에 가까운 스타일의 밴드 활동을 할 때 Thomas가 쓰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래도, Pagan Rites가 정통 메탈 리프를 잘 써먹긴 하지만 어쨌든 블랙메탈이었던 걸 생각하면 그 이름이 잘 어울리는 건 어쨌든 이 밴드다.
Geoff Mann은 솔로 활동을 하긴 했었지만 사실 Twelfth Night 시절에 비한다면야 이후의 활동은 지지부진에 가깝다. 목회자가 됐다곤 하지만 사실 그 목사님 노래 잘했었다고 기억해주는 이들이 적지는 않았을지니 조금 아쉬운 일이기는 한데, 많지 않은 협업 중 Casino는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사례에 속한다. 일단 일 열심히 하기로 유명한 그 Clive Nolan과 Geoff Mann이 유일하게 함께 한 앨범이었고, 멤버들을 좀 더 들춰 본다면 Threshold의 Karl Groom과 Pallas의 Mike Stobbie 등을 찾아볼 수 있다. 말하자면 80년대를 어떻게든 살아남은 브리티쉬 네오 프로그레시브의 올스타 프로젝트였다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올스타라고는 하지만 멤버들의 원 소속 밴드들의 인지도를 모두 합쳐도 Marillion 앞에서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인 게 문제지만, 솔직히 그건 Marillion이 워낙 잘 나간 탓에 가까우니 너무 그러진 말자.
Sally Doherty야 Sol Invictus에서의 활동으로 알려진 뮤지션이지만 그래도 Sol Invictus를 잠깐이라도 거쳐간 인물들 중에는 가장 차트 애호가들에게 호소할 만한 면모를 많이 보여준 경우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차트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적이야 전혀 없긴 하지만 “Empire of Death” 같은 앨범이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이 Sally의 이런 ‘먹힐 만한’ 모습을 대신 증명하고 있다. BBC 다큐멘터리의 사운드트랙 앨범을 감히 네오포크 뮤지션이 맡을 수 있었다는 사실부터 처음 알았을 때 되게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영국은 물론 극우 스킨헤드도 있지만 Death in June 공연 반대 집회도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Don Airey도 거물이긴 하다마는, 사실 세션 활동을 제외하면 Don의 커리어는 Ozzy Osbourne 밴드 정도를 빼고는 이미 전성기를 살짝 지나친 밴드에 뒤늦게 합류한 멤버로서의 활동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하긴 세션을 빼고 얘기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기는 하지만). 말하자면 이미 기울기 시작한 밴드가 원인이 어찌됐든 키보디스트가 탈퇴하면 생각하곤 하는 1순위 대타요원 비슷한 느낌인데, 덕분에 참여한 앨범은 별로였지만 밴드들은 Don의 기량에 꽤 만족했던 경우가 많았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오랜 활동기간에도 불구하고 “K2(Tales of Triumph and Tragedy)” 정도를 제외하면 Don 본인의 음악적 역량을 발휘했다고 평가되는 앨범은 사실 별로 봤던 기억이 없다. 그리고 “K2” 앨범에서도 사실 가장 돋보이는 건 Cozy Powell이지 Don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찌 생각하면 정말 세션에 최적화된 인생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