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 Beginners, The “Sinners’ Rebellion”

deadbeginnersAutumn Verses 시절부터 멜로디감각만큼은 멜로딕데스 밴드들에 비하여도 딱히 밀리지 않았던지라 나름 찾는 이들이 많았던 밴드였다. 문제는 Solistitium은 밴드를 보는 안목에 비해서는(여기 무려 Behemoth도 있었던 곳이다) 그렇게 밴드 대접이 좋은 레이블은 아니었던지라 Autumn Verses도 그리 좋은 취급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1000장 한정으로 나왔던 데뷔작도 음악은 나쁘잖았지만 지금 중고시장에서 5달러 미만에 굴러다니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밴드의 고난도 조금은 짐작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인지 밴드는 2000년에 이름을 The Dead Beginners로 바꾸고 Spikefarm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고, 그 고생의 흔적을 생각하니 저 괴이한 밴드명이 죽었다 살아났으니 잘 해보자는 다짐, 식으로 읽힌다.

그런데… 앨범은 멜로디감각은 역시 나쁘지 않았지만 멜로딕데스와 블랙메탈 사이의 적당한 사이에서 개성을 잡아냈던 Autumn Verses 시절에 비해서 조금은 평범한 심포닉-멜로딕 블랙메탈이 되어 버렸다. 가끔 이 앨범을 아방가르드라고 분류하는 이들도 있는데 키보드 사용이 좀 독특한 구석이 간혹 보이지만(‘The Wounderable One’ 같은 곡 때문일 것이다) 전개 자체는 평범한 편이다. 그래도 ‘The Illfated’의 수려한 멜랑콜리함에 앨범을 심심잖게 꺼내들고 보면 밴드도 작명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름이 저렇지 않았다면 그래도 한두 장은 더 내고 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름이 저 모양이니 검색해도 초심자를 위한 블랙메탈 10선 이런 것만 나오잖나.

[Spikefarm, 2000]

Electric Moog Orchestra, The “Music from Star Wars”

moogstarwars살면서 이것저것 좋아해 본 기억들을 헤집어 보더라도 딱히 스타워즈를 좋아했던 기억은 없는 것 같은데(별개로 스톰트루퍼 헬멧 디자인은 멋지다고는 생각함) 왜 이 앨범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John Williams의 영화음악을 무그 버전으로 찍어내던 밴드인데, 아무래도 인물이 인물인지라 그렇게 연주하는 음악들도 죄다 유명한 것들 뿐이고, 계속 그렇게 하다가는 욕먹을 것 같았는지 앨범은 깔끔하게 세 장으로 끝내 버렸다. 물론 모두 영화음악 연주 앨범이다(나머지 둘은 미지와의 조우와 배틀스타 갤럭티카이다). 사실 밴드에 대해 아는 것은 달리 없는데, 무그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니 SF물 위주로 관심 끌어보자는 시도의 발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앨범 커버를 잘 보면 보이듯이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아니라고 적어놨으니 얌체짓한다고 하기도 좀 너무하지 싶다. 일단 넘어간다.

아무래도 밴드 자체가 대단한 연주자들은 아니었고, 원곡 자체가 워낙 유명한 테마들이어서 청자의 뒤통수를 치는 면모는 없다. 좋게 말하자면 그만큼 무난하게 들을 수 있다는 얘기지만 달리 말한다면 원곡의 두드러진 부분들도 다듬어져 버렸다는 뜻이겠다. 그래도 초기 무그의 지금보다 훨씬 싼티나고 심플한 구성 덕에 원곡의 잘 꽂히는 멜로디라인만큼은 확실히 들어온다. 군더더기 다 쳐버리고 조금은 예스러운 ‘전자음’ 위주의 연주로 끌고가는 모습은 유머만 더 섞었다면 이것이야말로 칩튠의 진짜배기 시작이었다고 허풍칠 수 있을지도. CD가 나온 적은 없다고 알고 있는데 오리지널 판 싸게 구하기 어렵잖은 앨범인만큼 솔깃하신 분은 한 장 장만해보심도.

[Musicor, 1977]

While Angels Watch “Interregnum”

interregnumWhile Angels Watch는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 오고 있는 네오포크 밴드들 중에는 가장 오래 된 축에 속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정규반은 2002년의 “Dark Age”와 2016년 말의 이 앨범이 유이하다. 보컬인 Michael ‘Dev’ De Victor가 Sixth Comm의 그 분인만큼 그런 평가를 듣는 모양인데, Sieben의 Matt Howden이나 Patrick Leagas가 게스트로 참여하고 있는 걸 보면 과작의 밴드일지언정 그래도 오래된 분들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렇지만 음악을 듣고 사실 처음에 드는 생각은 ROME을 많이 듣고 만들었나 하는 것이었다. Dev의 목소리가 원래 이렇게 Jerome Reuter 비슷했나 싶은데, “Dark Age” 때보다 음질이나 연주도 풍성해진만큼 목소리도 Jerome만큼 좀 두껍고 기름져지는 게 더 어울리긴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근 30년 활동하면서 앨범 두 장 낸 분들이 배가 불러져서 목소리가 기름져진 건 아니다. 앨범 여기저기에서 아웃사이더에 대한 약간은 그늘졌으면서도 온기 있는 목소리를 엿볼 수 있으면서도(‘November’), 프로파간다나 미디어에 대한 노골적인 냉소(‘Voices’), 네오포크가 자주 그렇듯이 무너져 가는 유럽에 대한 자신들의 시선(‘Europa Aeterna’) 또한 찾아볼 수 있다. 2016년에 내가 뭐 하다 이런 앨범을 놓쳤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 생각해 보니 그 때 바쁘긴 했구나. 앨범에서 나오는 세상만큼이나 실제 세상도 만만치 않다는 걸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거야 이 앨범의 미덕이랄 건 아니지만, 청자의 경험도 중요하다는 억지를 더해본다.

[Folkworld, 2016]

Nigredo “Flesh Torn – Spirit Pierced”

nigredo2018개인적으로는 Dødsferd의 Maelstrom(Mael’storm’이 아니다. 뭔 생각으로 이렇게 지었는지는 모르겠다)이 그리스 블랙메탈 씬의 Hellhammer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Dødsferd가 Mayhem만큼 확고한 입지의 밴드란 얘기는 아니고, Hellhammer만큼 이 밴드 저 밴드 많이 끼어 다니는 드러머는 그리스 쪽에서는 Maelstrom만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 하도 많이 얼굴을 비춰서 청자 입장에서는 대체 어디가 본진인가 헷갈릴 정도인데, 가장 많은 앨범에 참여했던 밴드는 Dødsferd인만큼 거기가 메인에 가까웠겠지만 이제는 본인이 밴드를 탈퇴했으니 저니맨도 이런 저니맨은 보기 드물겠다 싶다. 뭐 본인의 연주력은 견실하니만큼 계속 활동이 이어지는 거 아니겠냐 생각하고 넘어간다.

Nigredo는 Maelstrom과 Ravencult의 A의 2인조 밴드인데, 다년간의 저니맨 경험의 집대성인지 꽤 많은 밴드들의 모습을 쉬이 연상할 수 있다. 초기 Mayhem부터 근래의 Behemoth, Rotting Christ 등 꽤 다양한 블랙메탈의 모습들을 Deathspell Omega풍으로 풀어내는 음악인데, 이음새의 사이사이를 스래쉬 리프로 메꾸는지라 흐름은 꽤 매끈한 편이다. 전체적으로 고른 수준을 보여주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은 곡은 첫 곡인 ‘Ten Repellent Antiforces’다. Slayer 1집의 리프를 연주하는 90년대 중반의 Dimmu Borgir가 생각나서 괜히 반갑다.

[Transcending Obscurity, 2018]

Aryos / Regnant and Thrall “A Célébration to Lilith Von Sirius”

aryossplitD.U.K.E는 예전에 Blut aus Nord와 Reverence의 스플릿 “Decorporation…”을 냈던 레이블인데 희귀반이라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Blut aus Nord의 발매작들 가운데에는 희소한 편에 속하는 앨범인지라 기억하는 레이블이다. 문제는 이 레이블은 이 앨범을 포함해서 두 장의 스플릿을 제외하고는 내 귀에 박히는 작품을 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 앨범은 일단 스플릿이기는 하고, 3곡 뿐이니 구리더라도 참을 만은 하겠구나 싶기도 하고, 사실 블랙메탈 레이블 중에 그런 데가 한둘이어야지 하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도 Dresden Dolls도 연상되는 커버를 보면 안심하려다가도 아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그랬던 인상을 감안하면 앨범은 기대보다 나쁘지 않다. 조금은 뒤틀린 카바레 뮤직에 저단가의 심포닉과 소프라노를 얹은 듯한 인상을 주는 Aryos의 파트는 그래도 네오클래시컬 다크웨이브(아니면 던전 신스)로서는 만족할 만하다. Aryos의 두 곡 사이에 끼어 있는 Regnant and Thrall의 곡은 전형적인 스타일의 멜로딕 블랙메탈인데, 10분이 넘어가는지라 나름 완급조절에 신경쓰는 모습을 역력히 보여주지만 그게 꼭 신통치는 않다. “Sex Polizei”를 기억하고 있는데 곧잘 쓰던 싼티나는 키보드가 이 앨범에서는 Aryos에 비교돼서인지 한결 더 빛이 바래 보인다. Aryos의 다른 앨범을 (많이는 아니고)기대하게 만드는 힘은 있다는 걸 장점이라 할 수 있으려나.

[D.U.K.E.,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