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메탈의 가장 굵은 뿌리에 Black Sabbath가 위치하고 있다는 거야 큰 이론이 없겠지만 분갈이에 겨우 살아남을 만한 정도의 잔뿌리들에 대해서는 알아봐야 인생에 별 도움은 안 될 갑론을박이 존재한다. 그 갑론을박 가운데의 소수설이다 못해 개똥철학에 가까울 견해의 하나로 The Open Mind가 존재한다(그렇다고 메탈 밴드란 얘기는 아님). 아무래도 시절이 시절이니만큼 이들이 즐겨 입었던 가죽옷보다는 모드족 옷차림이 훨씬 흔했고, 프로그-사이키델릭 밴드야 드물 것까지는 없었지만 이들만큼 헤비함에 방점을 찍었던 밴드는 (거의)없었기 때문이겠거니 싶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Hawkwind가 있는데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가 싶지만, 적어도 ‘Magic Potion’에서만큼은 The Open Mind는 Hawkwind 이상으로 헤비했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문제는 ‘Magic Potion’은 밴드의 유일한 정규앨범인 “The Open Mind”의 수록곡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스펙트럼이 넓은 밴드는 아니었던지라 사실 앨범의 수록곡들은 ‘Magic Potion’의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밴드가 ‘Magic Potion’으로 스타일의 정점을 찍었던 건 어쨌든 명확하다. 앨범 전체가 스토너의 맹아가 어디에 있었는지 보여주는 증거라 하겠지만, 그래도 백미는… 당연히 ‘Magic Potion’이고(재발매반에는 들어갔다), 좀 많이 차이가 나는 차선은 Yardbirds의 향내를 물씬 풍기는 리프가 인상적인 ‘Thor, the Thunder God’ 정도이겠거니 싶다. (돈은 안 될)공부한다고 굳이 찾아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Philips, 1969]
Merrimack에서 베이스 치는 그 양반의 원맨 프로젝트와 나로서는 처음 보는 뉴욕 출신 블랙메탈 밴드의 스플릿. 그나마 Ordeals에서 가장 유명한 양반은 Disma의 “Towards the Megalith”에서 드럼을 연주한 Shawn Eldridge라고 하나… 이 양반도 그냥 게스트로 참여한 거기 때문에 아무래도 두 밴드 중 무게는 Daethorn에 더 실리는 편이다. Daethorn이 어디 가서 이렇게 무게 실릴 만한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불안감이 살짝 일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블랙메탈 스플릿 앨범을 안심하고 산다는 자체가 뭔가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일지니 그냥 넘어가자. 각설하고.
“Pilgrimage”를 기억하는 사람은 내 생각보다는 적은 듯하지만, 이 앨범은 대체 이런 앨범이 어떻게 라이센스됐는지 궁금할 정도로 신기한 앨범들이 불쑥불쑥 동네 음반점에 튀어나오곤 했던 그 시절에 함께 라이센스된 메탈 앨범들 중 하나였다. 문제는 일단 국경은 넘었으나 검열의 벽을 넘지 못해 여러 곡이 금지곡으로 묶여버린지라, 남은 곡들과 라이센스되지 않은 데뷔작 “From Over Yonder” 의 일부 수록곡들을 짬뽕한 괴상한 버전으로 앨범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Vulgar Display of Cowboys” 같은 예였던 셈인데, Pantera는 그렇게 나온 앨범이 곱게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이미 유명했으니 좀 나았지만, Zed Yago는 유감스럽게도 사람들이 앨범이 뭔가 이상하게 나왔다는 것조차 잘 몰랐다.
여성 멤버가 있는 메탈 밴드라는 사실 자체가 세일즈 포인트가 될 수 있었던 1980년대였지만 그렇게 전략을 짰던 밴드들은 또 거의 대부분 눈물젖은 차트 성적을 받아들고 뮤직 비즈니스의 뒤안길로 사라지곤 했(다고 알고 있)다. Princess Pang도 그런 부류의 밴드인데, 레이블이 Metal Blade이긴 하지만 사실 글램 바이브를 살짝 끼얹은 아메리칸 하드록 밴드였지 메탈 밴드는 아니었고, 이미 그런 스타일이라면 Pat Benatar 같은 나름의 모범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지라 음악만 보면 그래도 그 부류 중에서는 좀 더 먹힐 만한 이들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물론 망하기는 다른 밴드들에 못지 않게 시원하게 망했기 때문에 죽은 자식 고환 만지기에 가까울 얘기렷다.
잘 봐 줘 봐야 브리티쉬 프로그레시브 마이너리그 정도를 넘어서지 못할 수준의 평가를 받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그 시절 네오 프로그레시브 밴드들이었지만 Twelfth Night는 개인적으로 꽤 즐겨 듣는 편이었다. 일단 마냥 해맑은 스타일의 다른 밴드들과는 달리 어두운 스타일이면서도 꽤 화끈한 리프를 담고 있었고, 가끔은 술 취한 아재 같으면서도 표현력은 발군이었던 Geoff Mann의 보컬이 밴드의 셀링 포인트였다고 할 수 있겠다(기대만큼 잘 팔렸다는 얘기는 아님). 하긴 그러니까 40도 되기 전에 요절한 장사도 잘 안 된 네오 프로그레시브 밴드의 보컬을 지금껏 회자하고 있으렷다.